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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서 대박 낸 카카오페이, 보험 판 흔들 '메기'될까

[‘디지털 보험사’가 온다①]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보사 본인가 신청…내년 1분기 출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지난 10월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류 대표는 내년 3월부터 카카오 공동대표로 자리를 옮긴다.[사진 카카오페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드디어 내년 초 출범한다. ‘디지털 보험사’는 소속 보험설계사 없이 온라인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로 국내에서는 비교적 낯선 형태다. 2013년과 2019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캐롯손해보험이 출범했지만 양사 모두 보험업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길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는 여러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까지 활용할 수 있어 업계에 미칠 파장이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여곡절 많아도 보험사 만드는 이유

이달 초 카카오페이는 금융위원회에 디지털 손보사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존 보험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가 보험사 설립 본인가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지난 6월 카카오페이는 당국으로부터 디지털 손보사 설립 예비허가를 획득했고 이제 본인가만 남았다. 본인가 절차가 통상 2개월 안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는 이르면 내년 1분기에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카카오페이가 직접 보험사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카카오가 꿈꾸는 종합금융플랫폼을 완성시키기 위함이다. 카카오페이는 올 3분기 기준 누적 가입자 수 3700만명을 달성하며 국민 결제서비스로 거듭나고 있다. MAU(월간활성이용자수)도 2000만명을 넘어섰다. 초기 마케팅 비용 등의 이유로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손해보험(가칭) 등 계열사들과 연계된 금융플랫폼을 만들려 노력 중이다.  
 
옆 동네에는 든든한 은행(카카오뱅크)도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X는 올해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시범사업자에도 선정됐다. 3700만명 이상의 카카오페이 고객들이 금융플랫폼 안에서 여러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려는 계획이다. 특히 보험은 규제 문턱이 높아 직접 사업권을 획득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 판매에 제약이 많다. 카카오페이가 직접 보험사를 설립한 배경이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페이는 결제·송금부터 보험·투자·대출중개·자산관리까지 아우르는 전 국민 ‘생활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류 대표는 내년 3월 카카오 공동대표로 자리를 옮기고 신원근 현 전략총괄부사장이 자리를 이어받는다. 신원근 신임 대표 내정자가 디지털 손보사 설립과 관련해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만큼 대표 변경 후에도 카카오페이의 보험사업 기조는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카카오페이는 보험사업 추진과 관련,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9년에는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와 디지털 손보사 공동설립을 추진했지만 이듬해 서비스 추진에 대한 의견차이로 무산된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보험대리점을 통해 카카오페이 앱 내에서 진행하던 자동차보험료 비교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빅테크의 보험 추천서비스를 중개행위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카카오페이는 보험서비스와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아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카카오 측과 보험사들간 제휴가 활발해졌지만 2~3년 전 만해도 기싸움이 팽팽했다. 당시에는 금융당국의 빅테크 규제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며 “하지만 카카오가 이쪽(보험) 사업을 강하게 원했고 결국 결실을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본인가 승인이 나는 대로 생활밀착형 보험 등 카카오만의 색깔이 담긴 보험상품을 준비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류 대표가 인터뷰에서 ‘혁신적인 보험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 보험사들이 출시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상품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페이 측도 “일상 속 위험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보험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생활밀착형 보험으로 가입자를 끌어모은 뒤 향후 자동차보험, 장기인보험 등으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보험사의 성공, 차별화가 관건

카카오페이의 새로운 보험사가 손해보험사인 만큼 기존 손보사들의 대응도 중요해졌다. 다만 기존 손보업계는 카카오 보험사를 업계 ‘메기’로 인정하면서도 당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자체 다이렉트(온라인) 채널을 확충하고 서비스를 확대해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형 4사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의 CM(온라인)채널 원수보험료는 총 2조767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하며 성장 중이다. 빅4 손보사는 CM채널 시장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이미 손보사들이 온라인 판매채널을 안정적으로 구축한 상태”라며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장 카카오의 공세가 시작돼도 CM채널에서 가입자 이탈이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신임 대표 내정자.[사진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가 혁신없는 미니보험을 들고 나온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온라인보험사 중안보험은 온라인쇼핑에 빠져있던 12억 중국인들에게 알리바바의 IT기술을 접목한 ‘반송보험’을 선보였고 크게 성공했다. 카카오페이도 이에 못지않은 혁신보험을 내놔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인슈어테크 업체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에서 미니보험은 사실상 고객의 외면을 받고 있다. 대형 보험사들이 미니보험 사업에 크게 뛰어들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카카오페이가 별다른 특징 없는 미니보험을 내세운다면 기존 손보사들을 긴장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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