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피했다가 검찰 만난 미래에셋…‘일감 몰아주기’로 기소돼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조항 단독 적용한 첫 사례로 기록
총수 일가가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 골프장 부당지원 혐의
공정위 과징금 부과했다 중기부 고발요청권 행사로 檢 기소
공정거래위원회의 예봉을 피해갔던 미래에셋금융그룹이 검찰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고발 요청권 행사로 진행된 검찰 수사 끝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된 것이다. 검찰이 해당 법 조항을 단독으로 적용해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수 일가 91% 보유한 회사 골프장에 일감 몰아주기 혐의
두 계열사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A 골프장 이용을 원칙으로 삼고 약 240억원가량을 내부 거래해 총수 일가에 몰아 준 혐의를 받는다. 이 골프장은 2015년 총매출액 153억원 중 111억원(72%), 2016년에는 182억원 중 130억원(72%)을 이 같은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48.63%)을 비롯해 총수 일가가 총 91.86%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미래에셋캐피탈(9.98%), 미래에셋자산운용(32.92%)의 주요주주로 사실상 그룹의 정점에 있으면서 계열사들로부터 각종 부수 일감을 받아 수익을 내는 미래에셋펀드서비스(100%), 와이케이디벨롭먼트(YKD, 66.7%) 등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보험에 각각 과징금 6억400만원, 5억5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경영진이 직접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당시 영업 손실을 기록했던 미래에셋컨설팅으로부터 거둔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관련 사안을 형사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상황이 바뀌었다. 중기부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보험이 특수관계인이 대다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정에서 중소 골프장에 피해를 주었다”는 이유를 들어 공정위에 고발 요청권을 행사한 것이다.
정식재판 아닌 약식기소 “취득 이익 크지 않아”
검찰은 수사 끝에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을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23조2의 제1항 제4호)을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법 조항은 2017년 4월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됐다. 검찰 관계자는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총수 일가의 회사와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조항을 단독으로 적용해 기소한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정식재판 아닌 약식기소로 결론 내렸다. 이 사건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미래에셋생명보험은 ‘그룹 계열사 거래지침’을 각각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점, 미래에셋컨설팅이 적극적 이익을 취득하지 못한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약식기소는 징역, 금고형보다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피고인을 법정에 세우지 않고 수사기록 서류를 통해 재판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미래에셋 측은 “공정위에서 형사고발 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건을 중기부가 고발 요청한 사건으로, 검찰이 약식명령을 청구하기로 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원의 약식명령이 고지되면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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