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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연말연시, 대한항공·현대重 M&A 향방 결정 난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보고서 발송 예정…내달 최종 결론
대한항공에 운수권 회수 등 ‘조건부 승인’ 가능성
현대重, LNG 운반선 독과점 우려 EU 반대 가능성에 촉각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월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대형 인수합병(M&A) 관련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주 내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등 2건의 합병심사를 마치고 심사보고서를 기업 측에 발송할 계획이다. 승인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론 내는 전원회의는 내년 초 열릴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승인을 받더라도 갈 길은 멀다.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한국‧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의, 한국조선해양은 EU‧한국‧일본의 심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두 건의 M&A 모두 승인 가능성이 불투명해 해당 기업들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대한항공엔 운수권 회수 등 ‘조건부 승인’ 가능성

지난 23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강연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심사는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위원장은 “시장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노선의 경쟁 제한성이 심한지 등에 대한 공정위 평가가 거의 이뤄졌다”면서 “이 부분에서 많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항공사의 운수권 회수, 슬롯(slot·이착륙 허용능력) 사업권에 대한 일부 매각, 운항횟수 제한 등을 내세우는 조건이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운수권은 국가 간 항공협정을 통해 각국 정부가 자국 항공사에 배분하는 운항권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가 운항하지 못하는 미주·유럽 노선에 대해 사실상 100%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도 많은 노선을 확보하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총 143개 국제노선 가운데 양사 통합시 점유율이 50% 이상이 되는 노선은 32개에 달한다. 두 회사의 통합 이후 독과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국토부가 운수권을 회수한 후 국내 LCC에 재분배하는 방식을 통해 노선 독점 문제를 일부 해소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공정위는 국토교통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시정조치 방안을 협의해왔다. 이 밖에 정부가 내릴 수 있는 시정조치로는 공항 슬롯(이착륙 허용 능력) 축소나 운항 횟수 제한 등의 조건도 거론되고 있다.
 
우리 당국의 조건부 승인을 받더라도 합병 절차는 남아있다. 미국과 중국, EU(유럽연합) 등 주요시장 경쟁 당국 중 한 곳이라도 불허한다면 M&A는 물 건너간다. 핵심노선 매각 등의 조건을 내걸더라도 그곳이 미국·EU·중국·일본 등 핵심 시장이라면 대한항공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노선 매각 조건을 수용하더라도 코로나19로 항공업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식’ 협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EU, 현대重 인수 반대할 것” 공정위 고심도 깊어져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의 M&A 절차도 순조롭지 않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후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이에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은 조건 없이 승인했고 현재 EU와 한국, 일본이 심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 신고를 받은 공정위는 2년6개월 가까이 심사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심사 일정이 길어지는 이유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독과점 여부와 함께 수요 독점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두 회사의 결합이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 불공정행위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기업과 협의를 통해 시정방안까지 마련해야 하는 터라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한국조선해양 울산조선소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공정위의 문턱을 넘어도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M&A 성사의 키는 EU가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에는 조선사의 주요 고객인 선사가 몰려있다. 이에 EU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의 독과점 가능성을 주로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LNG 운반선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60% 수준으로 높아진다.
 
EU 집행위는 2019년 12월 두 기업 간 기업결합 심사를 시작했지만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이미 세 차례나 심사를 유예했다. 지난달 심사를 재개한 EU 집행위는 심사 기한을 내년 1월 20일로 못 박았다.  
 
분위기는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EU 반(反)독점 당국이 독점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구제(시정)조치를 제출하지 않은 현대중공업그룹에 대해 인수 승인을 거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조건부 승인이 아닌 기업결합 반대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승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선 지난 2월 싱가포르 경쟁·소비자위원회(CCCS)는 “조선 시장이 입찰 형태, 주문자 맞춤 생산 방식 등으로 독점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승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독과점 우려가 적다는 한국조선해양의 주장을 싱가포르가 받아들인 셈이다.   
 
결국 한국 산업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항공업과 조선업의 빅딜 성사 여부가 해외 경쟁 당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관련 심사를 진행하는 공정위의 고심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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