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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보험전문가의 조언 "가성비 보험에 속지 마라"

김동희 리툴코리아 대표 인터뷰 "보험료 싸다고 가성비 보험은 아냐"
보험은 중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 주식‧펀드와 달라
가성비보다 리스크 관리가 핵심, 보험 하나만 가입한다면 실손보험부터

 
 
김동희 리툴코리아 대표 [전민규 기자]
 
“20대의 경험이 무섭습니다. 주식 하면 어르신들은 ‘패가망신’을 떠올리고, 20대는 ‘인생역전’을 생각합니다. 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게임처럼 가볍게 ‘가성비 보험’으로 접근한 Z세대는 나이 들어서도 주요 보험에 눈 돌리기 어렵습니다.”
 
김동희 리툴코리아 대표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성비 보험 트렌드가 확산되고 보험사도 이를 겨냥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 트렌드”라며 이는 “위험관리라는 보험의 본질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교육기업인 리툴코리아는 금융 분야의 생산성 향상 교육과 주도적 삶을 위한 인생설계 학교를 운영한다. 특히 보험을 중심으로 트렌드 아이템을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보험의 가성비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소비자가 보험 성능을 체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보험소비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치명적 위험을 짚어주고 관리해주는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동희 대표와의 일문일답.  
 
최근 보험의 트렌드로 ‘가성비’를 꼽아주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코로나로 가계가 어려워졌다고 ‘보험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급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나온 트렌드가 ‘가성비’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암이나 뇌졸중 등 중대 질병을 앓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적어졌나요? 보험에 가입하는 목적은 치명적 위험을 대비하려는 것인데, 최근의 가성비 트렌드는 이 위험을 사소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가성비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소비자들이 해당 상품에 대해 성능을 충분히 비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보험은 소비자들이 가격과 성능을 완벽하게 비교하는 것이 어렵거든요. 그래서 최근의 흐름은 '가격 경쟁력'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험은 주식‧펀드와 다릅니다. 무조건 싼 보험이 ‘가성비 보험’이 아니고, 보장에 대한 판단이 중요합니다.”
 
가성비 트렌드가 어떤 점에서 위험할까요.
"최근 핀테크 기업들이 보험에 진입하면서 가성비 보험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IT기업들은 젊은 세대를 주력 고객으로 공략할 겁니다. 그런데 20대는 상대적으로 주머니가 가볍잖아요. 그냥 싼 보험이 화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20대의 경험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주식'이란 단어에 대해 나이 드신 분들은 패가망신을 떠올려요. 20대는 인생 역전이에요. 너무 다르죠. 어르신들에게 '대출'하면 '아, 무서워'하죠. 30대는 '영끌'입니다. 그만큼 젊은 시절에 각인된 기억이 무섭습니다. 지금 20대에게 새겨지는 주요 보험 연관어는 미니보험이에요. 이들이 중장년이 되면 사망이나 주요 질병을 담보로 보험료 부담이 높은 상품은 선택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같은 보장이라면, 저렴한 보험료가 우선일 것 같은데요.
"예컨대 a의 보험료가 3만4000원이고, b가 3만3500이면, 젊은층은 주저 없이 b를 선택합니다. 그런데 보험은 장기로 가져가는 상품입니다. 시간이 흐르다 보면 a가 가장 저렴한 상품도, 가장 좋은 보장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소비자들이 공부해가면서 보험을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또 보험사들도 가성비 트렌드에 맞춰 저렴한 상품을 내놓는데 방법은 간단합니다. 예컨대 보험료를 20년에 걸쳐 내는 20년 납과 30년 동안 내는 30년 납 중 어떤 것이 당장 월 보험료가 낮을까요? 30년 납입니다. 가성비 소비자들은 당장 월 보험료가 싼 30년 납을 대부분 선호합니다. 그런데 사실 총 보험료는 20년 납이 더 싸거든요. 또 90세 만기 상품이 있고, 100세 만기가 있다고 합시다. 20대에게는 90세까지 보장도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 당장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90세 만기를 권합니다. 그런데 사실 비용을 조금 더 내더라도 100세 만기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런 조언을 해줄 전문가가 중요합니다. 보험은 스스로 설계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스스로 보험설계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험은 '내가 필요해서 산다'는 개념이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속성상 소비자가 주도하면 본인이 감당 가능한 위험만을 선택하게 돼 있거든요. 자, 생각해보세요. 누군가에게 '곧 암에 걸릴 것 같으세요'하고 묻는다면, 누가 그렇다고 할까요. 그런데 국립암센터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매일 약 980명의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암 보장의 필요성을 당장 못 느끼는 사람에게도 누군가 그 중요성을 일깨워줘야 하고, 위험 관리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보험은 치명적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입니다. 감기나 휴대폰 분실과 같은 일상 보장도 의미 있겠지만, 사망이나 중대 재해 등에 대비하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치명적 위험 보장에 대한 보험료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필요성을 인지시켜주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험 전문가가 할 입니다."
 
가장 치명적 위험인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비쌉니다.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이솝우화의 '여우의 신 포도'와 같아요.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비싼 상품입니다. 하지만 재무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보험일 수 있습니다. 나쁜 보험이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 비싼 보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종신보험 100만원짜리 가입하느니 20만원으로 일정기간만 보장 받는 정기보험 들고, 나머지는 투자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80만원을 노후대비를 하는 것이 아닌 그냥 소비해버리는 경향이 큽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종신보험은 좋은 상품이지만 당장 비싼 보험료가 부담이라면, 소득이 높아지면 옮겨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보험 전문가는 어떻게 찾을까요.
"죽음 등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보험 전문가는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예컨대 전문직 가장이 돌연 사망했을 때 그 가정의 재무적 리스크가 최소 7억~8억원은 된다고 합시다. 이런 리스크를 전부 보험으로 이전하려면 월 보험료가 200만원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보험설계를 좋아할 소비자는 거의 없다는 거죠. 대부분 월 5만원, 10만원의 보험료에 맞춘 설계를 원합니다. 하지만 소수의 컨설턴트들은 위험을 먼저 살펴보고, 현실적으로는 어떻게 최대한 준비할 수 있는지 방안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찐 가성비' 보험 가입법은.
"어떤 상품을 70년 사용하는 비용과 50년 쓰는 비용이 있다고 쳐요. 그런데 70년 사용 비용이 더 저렴해요. 그럼 당연히 70년 동안 사용하도록 선택해야겠죠. 보험이 그렇습니다. 100세를 보고 30세에 가입하잖아요. 70년 동안 보장받죠. 이때 내는 보험료가 50세가 100세 만기로 가입할 때보다 저렴합니다. 암이나 뇌졸중 등에 가족력이 있고, 언젠가는 그러한 보장을 받는 보험에 가입하고 싶다면, 지금 가입하는 것이 스마트하다는 겁니다. 그게 가성비입니다. 50대 이후에는 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는데 그때는 훨씬 더 비싸니까요."
  
보험 중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상품은 무엇인가요.
"꼭 보험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실손보험을 이야기합니다. 다만 유의할 점은 젊은 시절에는 실손보험료가 낮고 소득의 증가가 기대되니 보험료 부담이 크지 않지만, 은퇴 시기가 되면 보험료는 오르는데 소득은 중단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는 거죠. 은퇴 시기에 실손보험료가 월 30만원이라면 너무 부담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때는 보험이 꼭 필요한 시기이죠. 그러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스티븐 코비 박사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을 먼저 해야 성공한다"고 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미래 질병에 대해 크게 걱정이 없겠지만, 가능한 소득이 높을 때 사망이나 치매, 중대 질병에 대한 보험료는 완납해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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