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 지적에도 여전한 카카오 먹성…비판 받는 성장방정식 유지
[대기업 계열사 변동 현황 분석②] 카카오
계열사 관리 허점 드러냈지만 M&A 먹성 여전
계열사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했지만, 리스크 우려 높아져
카카오가 거침없는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일 공개한 ‘2021년 11월∼2022년 1월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현황’을 보자. 국내 71개 대규모 기업집단 중 신규 편입 회사가 두 번째로 많은 집단으로 카카오가 꼽혔다. 카카오는 3개월 만에 계열사 리스트에 12개 회사를 추가했다. 이중 지분 취득을 통해 편입한 회사는 10개였다.
카카오가 지난해 9월 이른바 ‘문어발’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으로 이슈가 됐다는 걸 고려하면 의외의 행보다. 그해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이 도마 위에 올랐고,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질타를 받기도 했다. 2017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카카오에 44건의 기업결합심사가 있었는데, 이를 모두 승인했다는 이유였다. 창업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카카오와 모든 계열사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최근 3개월간 10개의 회사를 사들였다는 건 카카오의 먹성이 논란 이후에도 여전하다는 얘기다. 다만 인수 행태엔 변화가 있다. 피인수 기업의 면면을 보면 골목상권 침해 우려가 적다. 사들인 기업 대부분이 게임‧영상‧광고 같은 콘텐트 비즈니스와 연관돼 있다. 크로스픽쳐스(영화), 영화사 집(영화), 돌고래유괴단(광고 대행), 스튜디오좋(광고 대행), 글링크미디어(광고 대행), 크로스코믹스(웹툰 플랫폼), 퍼피레드(게임), 글라인(시나리오), 선영스토리(시나리오) 등이다.
플랫폼의 규제 필요성을 역설한 골목상권이나 자영업자의 생계와는 무관한 영역이다 보니 여론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 새로운 업종으로 발을 뻗은 것도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 같은 계열사와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비판의 날을 무디게 했다.
카카오는 새 성장방식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는데, 글로벌 사업의 핵심이 될 부분이 바로 콘텐트 영역이다. ‘빅딜’로 불릴 만한 거래도 없었다. 피인수 기업 모두 규모가 크지 않다.
물론 마구잡이식 확장이 아니란 이유로 뒤탈이 없을 거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M&A는 기업들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거나, 새로운 사업부문을 개척하는 데 필요한 경영전략이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만능인 건 아니다. 명확한 경영 전략과 실행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가장 최근의 사례가 카카오에서 벌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증시를 달군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도 사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경영진 7명이 무더기로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팔면서 문제가 됐다.
상장한 지 한 달 만에, 그것도 ‘코스피200 편입’이란 대형호재가 나온 날 주식을 내다 팔아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주주와 여론의 공분이 들끓었다. 카카오페이뿐만 아니라 카카오 관련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류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고, 여민수 카카오 대표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연임을 포기했다.
플랫폼 규제 리스크의 촉매제가 됐던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료멤버십 도입, 택시 호출비 인상 등도 마찬가지였다. 택시비를 우회 인상한다는 여론의 반발에 직면할 게 뻔했는데도 상장을 앞두고 수익을 내기 위한 무리수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열사발 리스크에 몸살 앓은 카카오
카카오는 그간 계열사에 자율성과 독립 경영권을 부여했다. 창의적이고 민첩한 의사결정으로 고속성장의 원동력이 됐지만, 기업별로 중구난방식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스톡옵션 매도 사태로 카카오가 모럴 해저드 논란에 엮이게 된 것도 결과적으론 그런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가 연초 그룹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카카오는 기존의 공동체컨센서스의 명칭을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AC)’로 변경하고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CAC는 카카오의 사회적 역할과 임직원의 윤리 의식 강화, 리스크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용하는 역할을 맡는다. CAC의 첫행보는 임원 주식 매도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물론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고 자동으로 계열사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지는 건 아니다. 카카오에 속한 회사의 숫자만 해도 138개나 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8∼10월에도 지분 취득을 통해 기업 9곳을 삼켰다. 자산 규모로는 10위권 밖이지만, 계열사 수는 SK그룹(176개) 다음으로 가장 많다. 업계 맞수로 꼽히는 네이버만 해도 계열회사 수가 49개에 불과하다. 글로벌 사업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카카오의 기업 인수 먹성은 올해에도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사들여 몸집을 불리는 카카오 고유의 성장방정식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면서 “플랫폼 기업의 M&A를 두고 공정위의 규제 감시망이 앞으로 더 촘촘해질 가능성이 큰 데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이슈도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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