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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이 바라는 새정부 규제개혁 1순위 ‘이해갈등 조정’

응답 기업 82.4% “규제 완화가 바람직한 정책 방향”
중대재해법 영향 “근로자 안전의무 준수 포함 법 개정”
“규제 전문인력 양성 및 조직 등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지난해 12월, 서울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샌드박스 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새 정부의 규제개혁 과제로 ‘낡은 규제 정비’와 ‘이해갈등 조정’을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갈등, 낡은 제도 개선 방해하는 요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국내 제조·서비스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새 정부의 규제개혁 방향’을 조사한 결과,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규제개혁 과제에 대한 질문에 응답 기업의 94.7%가 ‘낡은 규제 정비’와 ‘이해갈등 조정’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이어 규제 총량 관리 강화(93.3%), 민간의 자율규제 확대(83.7%) 등을 중요 과제로 응답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는 “낡은 법제도 자체도 문제지만, 그 법제도의 개선을 어렵게 하는 이해갈등 역시 기업의 혁신과 변화를 방해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바람직한 규제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82.4%는 ‘완화’를 주장했다.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8.7%, ‘법을 잘 지키는 모범기업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33.7%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행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7.6%에 그쳤다.
 
분야별 규제개혁 과제 중 고용·노동 분야에 대해서는 노사 간 힘의 균형을 위해 관련 제도를 ‘글로벌 기준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는 응답이 44.7%로 가장 많았고, ‘노사 자율협의 영역 확대(35.3%)’, ‘법상 과도한 형벌제재 합리화(20%)’가 뒤를 이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성이 높은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근로자도 안전의무를 준수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행정체계를 사후처벌에서 예방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한 기업도 40%에 달했다. 대한상의 측은 “지난달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한 부담과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규제 담당 전문인력 양성, 규제개혁 성공의 필요조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선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늘 반복돼 왔다. 이처럼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기업들은 규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규제만능주의(42.3%)’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이해관계 갈등(22%), ▶규제개혁에 대한 국민 공감대 부족(21%), ▶공무원 소극행정(14.7%) 순이었다.
 
지난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토론회 '규제혁신, 내 삶을 바꾸는 힘'에서 앞에 놓인 '규제 샌드박스'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규제가 신설되니 다른 규제가 개선돼도 체감하기 어려운 데다, 한번 생기면 없애기도 쉽지 않아 오랫동안 기업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역대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개혁 노력에도 현장에서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이전과는 다른 규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인력‧조직 등 시스템 개선(42.7%)’을 첫손에 꼽았다. 규제개혁 관련 인력확보와 전담조직 권한 강화 등 전반적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규제 담당 전문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각 부처와 연구조직에 전문인력과 예산을 확충해 자체적인 역량을 키우는 것이 규제개혁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실장은 “차기 정부 출범이 다가올수록 새로운 규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커질 것”이라며 “규제환경이 기업의 혁신과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기업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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