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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vs 서울시, 택시 호출앱 '목적지 표시' 논쟁

타다·티머니온다·아이엠 등 목적지 미표시로 손님 골라태우기 방지
택시 호출 앱 사용자 보호 기준 필요 목소리 나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는 승객을 골라 태우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24일 냈다. 하루 전 서울시가 카카오택시의 승객 골라태우기 정황을 파악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연합뉴스]
 
“골라 태우기의 원인은 목적지 표시에 있는 게 아니라 택시기사의 행태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목적지 미표시 방식을 도입했지만, 기사의 호출 수락률이 크게 낮아졌다.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다고 기사가 호출을 더 수락하는 게 아니다. 모 기업에서 목적지 미표시 방식으로 운영했던 지브로와 S택시는 기사들이 앱을 꺼 놓거나 사용하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서울시가 골라 태우기를 해소할 방안으로 '목적지 미표시'를 제안한 것에 대한 카카오모빌리티의 해명이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가 승객의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추정했다. 장거리는 택시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 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 실패 횟수도 다른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앱에 목적지를 표기하지 않는 것을 단계적으로 개선하도록 요청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 성공률과 목적지 표시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목적지를 확인할 수 없으면 택시기사가 호출 자체를 외면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책임 회피”라고 지적한다. 당초 기사들이 목적지를 확인한 뒤 콜을 수락할 수 있는 환경(플랫폼)을 마련해놓고 골라 태우기의 책임을 기사에게 돌린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택시의 경쟁 업체들은 목적지를 표기하지 않고 있다. ‘티머니온다’ ‘아이엠택시’ ‘타다’ 등이 대표적이다.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승차거부’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승객이 티머니온다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1㎞ 근방인 택시가 자동으로 배차된다. 승객을 태우기 전까지 목적지를 알 수 없고, 배차도 인공지능(AI)이 하기 때문에 택시기사가 골라 태우는 행위를 할 수 없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목적지를 공개한 뒤 기사가 콜을 직접 수락하는 앱이라면 플랫폼기업이 사실상 승객을 골라 태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 아니냐”면서 “택시기사가 콜을 수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적지를 계속 표시하겠다는 건 승차거부를 해선 안 된다는 택시 운영의 본질 자체를 부정하는 황당한 답변”이라고 꼬집었다.
 
목적지 표시로 인해 승차거부가 빈번해진다고 해도 카카오모빌리티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서울시 택시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법령에 따라 승차거부를 단속하면 그 대상은 택시기사”라며 “택시 호출 앱을 서비스하고 있는 플랫폼기업이 탑승 전까진 목적지를 표기해선 안 된다는 조문이 법으로 명시돼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택시 호출 앱에 목적지 표시 여부를 둘러싼 서울시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카카오가 반박문을 냈다는 건 서울시의 ‘목적지 미표기’ 개선 요청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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