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금리인상·부동산 거래 부진 맞물리며 가계대출도 ‘뚝’
5대 은행 2월 가계대출 잔액, 전월비 1조5939억 감소
예적금 잔액은 1조1475억 증가…올 들어서만 12조 쏠렸다
주식, 코인 등으로 유입됐던 자금들이 은행 예·적금으로 쏠리는 ‘역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 안전자산 선호 증가 및 금리인상, 부동산시장 침체, 대출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중은행의 가계대출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감소할 전망이다.
가계대출 줄어든 세가지 이유
2월 말까지 남은 영업일이 2일뿐이라 사실상 1월 대비 가계대출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소가 확정될 경우 1월(-1조3634억원)에 이어 2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한국은행 통계상 은행권 전체의 가계대출 두 달 연속 감소 기록은 지난해 12월(-2000억원)과 올해 1월(-4000억원)이 처음이다. 2월까지 내리막을 걸으면 석달 연속 가계대출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반면 예금이자 인상으로 정기예·적금에는 시중 자금이 유입 중이다. 5대 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정기예·적금 잔액은 702조4736억원으로, 1월 말보다 1조1475억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말(690조366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12조4370억원 증가했다.
이러한 ‘역 머니무브’ 현상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들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심화되며 금과 은행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현재 위험자산인 주식과 코인은 지난 2년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2700선이 깨졌으며 비트코인은 5000만원대가 붕괴됐다. 하지만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국내 금값은 7만4000원을 넘어서며 고공 행진을 보인다.
또한 지난달 1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자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0.3%포인트 안팎으로 인상하면서 일부 수신 상품의 경우 금리가 4%대 중반까지 높아졌다. 지난 2년간 볼 수 없었던 고금리에 자금이 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부동산 거래가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음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준금리도 올해 꾸준한 상승이 예고된 상태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여파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대출규제도 올해 더 강화될 조짐이라 당분간 ‘역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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