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 강화에 러시아 보복 우려 커져…한국도 주시
유럽,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 중단 시 경제 악화 고민
러시아가 원자재 수출 차단시 각국의 제품 생산 차질
러시아의 보복, 반도체 수출 한국에도 경제 위협될 수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수위를 높이자 러시아의 맞대응에 전 세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 지역에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여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가 어떤 보복 조치를 단행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동맹국들의 대 러시아 제재 강도가 높아지자 러시아가 이에 맞대응 하는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서방세계의)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강력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외교협회가 발행하는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도 “모스크바가 보복할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에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며 “유럽 전역에선 러시아가 유럽의 취약점을 때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이 의존하는 러시아 천연가스가 위협무기 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는 독일·이탈리아 등은 약 40~50%며, 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 등은 10% 정도다.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 국가일수록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슬로베니아·슬로바키아·오스트리아·헝가리 등은 60% 정도에 이르며 폴란드와 불가리아는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하루 사이에 60%까지 치솟았으며 지금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각국 첨단 기술에 필요한 원자재가 공급 차단 우려
특히 러시아는 알루미늄·니켈·티타늄·팔라듐 등 첨단 기술 소재를 수출하는 주요 국가로 꼽힌다. 우크라이나도 네온·아르곤·크립톤·크세논 등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희소 가스를 공급하는 주요 국가다. 이 가운데 네온은 전 세계 사용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이는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에 복수하기 위해 가스와 원자재의 공급을 차단하는 경우 세계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중이다. 관련 기업들은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생산단가 조절, 재료 확보, 제품 생산 등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코로나·인플레이션·긴축 등과 얽혀 경제 악화 자극
독일과 이탈리아는 이런 점을 우려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국가 간 국제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국제사회의 제재 방안에 처음엔 반대 입장을 나타냈었다. 러시아가 가스와 원자재 공급을 무기로 삼아 유럽을 위협한다면 미국과 손잡고 러시아 제재 나선 EU의 연대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호주 싱크탱크 전략정책연구소(ASPI)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반도체 같은 첨단 기술에 필요한 원자재를 수출하는 규모가 큰 국가”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교역을 차단한다는 건 그에 따른 희생(피해)이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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