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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규제 조바심'에 벌벌 떠는 플랫폼업계

숙박앱 타깃 삼아 온플법 제정 필요성 강조
자체 가이드라인 만들어 플랫폼 규제 시도도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 위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국회 제출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의 온라인플랫폼 규제 움직임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3일엔 공정위가 발표한 ‘숙박앱 사업자의 불공정 광고계약서 및 계약 체결절차 등 자율적 개선 유도’란 제목의 보도자료가 플랫폼업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보도자료의 골자는 공정위가 지난해 숙박앱 시장을 타깃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야놀자·여기어때에 불공정 사례가 발견됐다는 거다. 두 사업자는 지적 받은 문제 사항을 최근 개선했다. 공정위는 이를 사업자 자율 개선이 이뤄진 사례라고 소개했다. 고발 조치 없이도 공정위 권고로 불공정한 관행을 없앴다는 거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제도적으로 공정한 계약문화가 정착되도록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를 위한 법률(온플법)의 국회통과를 지원할 것이다.”
 
업계는 기업이 문제점 개선에 적극 나선 사례를 두고 규제 입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공정한 관행이 있다고 해서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건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온플법은 지난해 1월 공정위가 발의한 법이다. ▶재화·용역(보통 광고)이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순서와 형태, 기준 ▶계약 당사자의 권리·의무에 관한 것이라고 공정위가 정한 사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계약서에 당사자의 서명이 들어가도록 했다.  
 
이 법은 플랫폼 사업자를 강도 높게 규제한다는 이유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정위가 정한 계약서 양식을 맞추려면 적잖은 행정인력이 필요한데 신생기업은 이를 감당하기 어렵고, 대형 사업자만 규제해도 문제가 남는다. 자고 나면 점유율이 뒤바뀌는 플랫폼업계 특성상 지배적 사업자가 고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기업만 규제했다간 규제를 회피한 다른 기업이 금세 시장을 선점할 지도 모를 일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야당 간사인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졸속으로 처리할 만큼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던 이유다. 플랫폼업계가 공정위 보도자료를 곤혹스럽게 봤던 것도 이 때문이다. 온플법이 만능키가 아닌데도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어서다.
 
공정위는 보도자료에서만 입법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다. 올해 초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플랫폼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심사지침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국회에 기대지 않고도 플랫폼 생태계를 규제하겠다는 건데, 이 지침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근거가 되는 법률이나 판례가 없어서다. 가령 공정위가 임의로 규제 대상이 되는 대형 플랫폼사업자를 규정했다가 이후 만들어질 법·판례와 충돌할 수 있다.
 
업계 대표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측은 이런 이유를 들어 “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관련 내용을 지침으로 규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지난 1월 공정위에 제시했다.  
 
전문가들의 주장도 맥락이 같았다. 지난 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홍대식 서강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근거로 삼을 상위 법령이 없기 때문에 공정위가 사안에 따라 지침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단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현 정부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다보니 무리수가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산업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려면 제도를 더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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