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 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IPO 도전기, 이번엔 괜찮을까
플랫폼 규제 이슈에 그룹 모럴해저드 논란까지 겹악재
“모든 가능성 열어뒀다”지만 실제 상장까진 난항 예상
카카오모빌리티가 IPO 절차에 다시 착수했다. 모빌리티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씨티그룹글로벌마켓 등 5개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5465억원을 기록하면서 증시를 노크할 만한 실력을 증명했다. 2020년 매출(2081억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미 증시에 상장한 카카오페이(4586억원)보다도 많이 벌었다. 분기 매출이 60억원 안팎인 티맵모빌리티와의 격차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IPO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카카오모빌리티는 걸림돌 없이 ‘2022년 상장’ 계획을 실현할 것으로 점쳐졌다. 지난해 8월 말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요청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과정에서 스텝이 두 번 꼬였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골목상권 침탈 논란의 중심에 선 게 첫 번째였다. 택시 호출시장을 과점한 상황에서 택시요금을 인상하려다 반발에 부딪히면서 ‘플랫폼 규제’ 이슈가 불거졌다. 다행히 이 논란은 어느 정도 해소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슈가 되자마자 즉각 상생안을 약속했고, 최근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 직속기구 ‘상생자문위원회’와 ‘모빌리티투명성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럼에도 수익모델을 찾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점은 문제다. 이미 스마트호출과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등 일부 서비스를 폐지했다. 새 수익모델을 꾀할 때마다 정치권과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졌던 기업가치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수익화 우려가 반영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둘러싼 시장의 눈높이가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면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같은 미래 비즈니스와 그간 쌓아둔 데이터 역량으로 잠재력을 어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스텝이 꼬인 건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대량 주식 매도로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컨트롤타워 카카오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는 IPO를 준비 중이던 자회사의 상장을 전면 재검토했다. 브랜드 이미지가 모럴해저드 이슈로 추락한 상황에선 기관 수요예측, 일반 공모청약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주관사를 선정한 것도 당장 상장에 속도를 내기위함은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IPO 작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건 아니고 주관사와 함께 여러 방안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라면서 “IPO를 진행할 시점을 구체화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정을 확정하더라도 한풀 꺾인 국내 공모시장의 분위기가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IPO 대어’라며 투자자를 끌어 모은 수많은 공모주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증시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말까지 3000선을 웃돌던 코스피지수는 올해 초부터 2700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 행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리스크 등의 글로벌 대외 변수에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 유리할 거란 분석도 있다. 규제 이슈에 보다 자유롭고 해외 투자 유치가 손쉬워 국내증시보단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국내증시뿐만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해외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제값을 받을 거라 장담하긴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와 비교되는 싱가포르의 차량 공유·호출 서비스 업체 그랩이 그랬다. 지난해 12월 스팩(SPAC)을 통해 나스닥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그랩은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내리막길만 걸었다. 주당 13.06달러에 거래를 시작한 이 회사의 주가는 현재 3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나스닥지수 역시 지난해 말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지는 약세장에 진입한 탓이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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