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푸틴, 천연가스 루블화 결제 제도화…유럽 “협박에 계약 위반”

러시아 “서방은 러시아 은행에 가스 대금 결제 계좌 개설해야”
독일 “유로·달러로 계속 결제할것” 이탈리아 “통화 변경 어려워”

 
 
러시아 루블 지폐.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유럽에 판매하는 천연가스 대금의 루블화 결제를 제도화했다.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통화인 루블화 결제 요구가 계약 위반이자 협박이라며 반발했다.
 
3월 31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른바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이달 1일부터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2월 1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나토와의 대화 의사를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회의에서 이같이 전하며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은행에 가스 대금 결제를 위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비우호국 출신 구매자들이 새로운 결제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현 가스 공급 계약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그는 러시아가 합의된 규모와 가격에 따라 가스 공급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자 이에 맞서 서방 국가들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비우호국엔 한국·미국과 영국 포함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등을 포함한다.

 

러시아 ‘루블화 결제’ 요구 에 유럽 주요국 반발 이어져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천연가스 대금의 루블화 결제를 제도화하자 유럽 각국에서는 반발이 잇따랐다.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독일에서는 올라프 숄츠 총리가 “앞으로도 유로화나 달러화로 (가스 대금을) 계속 결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독일 가스 수입량의 55%는 러시아산이었다. 숄츠 총리는 최근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프랑스 재무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국가들에 러시아 가스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계약위반으로, 이런 계책은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하벡 장관은 “계약은 존중돼야 한다”며 “우리는 푸틴 대통령에 의해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탈리아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도 “계약을 위반하지 않고는 지불 통화를 바꾸기 어렵다”며 루블화 지급 요구에 반발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했다.

 
드라기 총리는 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위협을 두고 “유럽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달러·유로화를 루블로 전환하는 것은 러시아의 내부 문제”라고 덧붙였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도 기자회견에서 “계약은 계약”이라며 루블화 결제 요구가 기존 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를 두고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가한 경제 제재를 스스로 어기도록 유도하고, 루블화의 가치를 떠받치기 위한 푸틴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넬 대학교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푸틴은 제멋대로 계약의 조건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자국 가스에 의존하는 국가들도 입맛에 맞게 행동하도록 압박하기로 한 것 같다”고 밝혔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월 수출 전년比 1.4% 증가...14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2서민 지갑 꽁꽁 얼었다 ...소매판매지수 8개월째 '마이너스'

3'스타벅스의 최대 경쟁자' 스페셜티 커피는 왜 특별한가

4메르켈 전 총리가 말하는 자유

5SPC그룹, '변화 혁신' 강조...삼립 황종현·김범수 공동대표 체제

6이상기후가 물가 끌어올린다...초콜릿·커피 가격 급등

7 트럼프, FBI 국장에 '충성파' 카시 파텔 지명

8“미모의 여자 친구...” 유병재 열애 공개

9‘옥씨부인전’ 임지연 처절한 생존 연기 터졌다…4.2% 출발

실시간 뉴스

111월 수출 전년比 1.4% 증가...14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2서민 지갑 꽁꽁 얼었다 ...소매판매지수 8개월째 '마이너스'

3'스타벅스의 최대 경쟁자' 스페셜티 커피는 왜 특별한가

4메르켈 전 총리가 말하는 자유

5SPC그룹, '변화 혁신' 강조...삼립 황종현·김범수 공동대표 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