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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부동산 대책 완급 조절에 ‘속탄다’…시장 갈피 잡을까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매물 한시적 증가도
대출규제·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 속도조절
종부세·임대차 3법도 “당장 폐지수순 아냐”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윤 정부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부 지역의 집값이 들썩이자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에 시장에서도 대선 이후 주택 거래가 늘어나는 듯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장세 속에 관망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우선 윤 정부는 지난 10일 출범과 동시에 1년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의 과도한 중과를 정상화해서 매물을 출회시키고 시장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에서다.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매물 출회 효과 기대  

이번 조치로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10일 이후 잔금을 치르거나 등기를 이전하는 경우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고 최고 45%의 기본 세율로 주택을 처분할 수 있게 된다. 종전 2주택자에는 65%,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최대 75%까지 징수했던 양도소득세를 각각 20%포인트, 30%포인트 줄여주는 것이다. 보유 과세 기준일인 오는 6월 1일 전까지 처분하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시장에서는 반응이 즉각 나왔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하자 수도권 아파트 매물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양도세 완화 시행 전인 지난 9일 5만5509건에서 시행 사흘째인 12일 5만7937건으로 2428건(4.3%)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기도 매매 매물은 10만7742건에서 11만2644건으로 4902건(4.5%) 증가했고, 인천 매물도 2만4046건에서 2만5082건으로 1036건(4.3%) 늘어났다. 사흘 만에 수도권에서 매물이 8366건 늘어난 것이다. 광주(6.6%), 부산(4.9%), 대전(4.4%) 등 지방 광역시에서도 아파트 매물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 거래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시장에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작동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빅스텝(기준 금리 0.5% 포인트 인상) 단행 등으로 우리나라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예상되는 만큼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6월 1일 이후에는 처분하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면서 연말까지 소강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대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의 이행이 다소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새 정부에서 지역과 관계없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70%로 단일화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국정과제엔 빠졌다. ‘금리 인상과 주택 시장 불안, 경기 불확실성이 크다’며 내년 중 추진 과제로 남겨지게 돼서다. 다만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청년·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 LTV 한도를 현행 40%(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하 주택 기준)에서 최대 80%까지 풀어줄 예정이다.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를 40% 이하로 적용할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LTV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차주 단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대출 한도가 늘어나더라도, DSR 규제 비율을 넘어서면 대출이 불가능해서다. 모든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의 합이 2억원이 넘으면 DSR 40%, 연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 LTV를 풀더라도 실제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LTV와 DSR,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는 금융위원회 고시로 정하고 있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도 행정예고를 거치면 곧바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  
 

대출규제·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 속도 조절  

대출규제뿐 아니라 속도 조절에 들어간 대책은 또 있다. 새 정부의 부동산 핵심 공약이자 관심을 모았던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방안이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고시) 개정은 2023년 상반기 과제로 명시된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이는 상황 등을 고려해 안전진단 기준 완화 시기를 뒤로 미룬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국회인사청문회에서 국토부장관 후보자인 원희룡 전 의원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신중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는 공약에 포함된 다양한 재건축 활성화 방안들 가운데 법을 개정하지 않고 국토교통부의 조례개정으로 시행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 개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대부분의 부동산 공약은 올해 하반기에 법안 발의·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던 ‘민간택지분양가상한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시장이 과열되면서 2017년 11월~2019년 11월 적용기준 상향조정 및 대상 지역 지정을 통해 부활했다. 하지만 시행 3년 만에 분양가상한제는 또다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둔촌주공 등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시세의 70~80% 수준인 분양가상한제 규제에 부딪혀 분양가 갈등, 분양 시기 지연, 비분상제 지역 고분양가 초래 등 각종 부작용이 끊이질 않는 문제점이 제기돼왔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법 시행령이 근거라, 국회의 법 개정 없이 폐지나 개편이 가능하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인수위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부담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미 전국 63개 단지, 3만3800가구에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데다, 이미 입주를 마쳐 부담금 확정액 통보 시점이 지난 단지들도 있어 법 개정을 마냥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종부세·임대차 3법도 당장 폐지보다는 적정 수준 개편될 듯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 규제 운영 합리화와 함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등 3대 재건축 규제가 함께 완화돼야 공급가뭄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이들 규제가 사업성 약화와 직결돼 일반 분양을 미뤘던 주요 재건축단지 등에서 물량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에 관련 제도들의 개편 방안과 시기에 민감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 정부 들어 '징벌적 세금' 성격이 더욱 짙어진 종합부동산세도 당장 폐지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종합부동산세 세부담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등 체계를 개편한다. 올해 종부세 부담완화를 위해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고, 1가구 1주택 고령자 등에 대한 납부유예 등을 도입한다. 세율체계 등 근본적 종부세 개편 방안을 마련한다. 중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임대차 3법은 폐지보다는 임대차 시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시장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역시 2일 인사청문회에서 “8월이면 갱신청구권을 쓴 임대차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불안요인도 있지만 (갱신청구권이 만료된 매물이) 모두 8월에 몰려 있거나 8월 앞두고 현재 전월세 시장의 이상 동향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선제적으로 안정화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집값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완급조절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구체적인 정책은 상황에 맞춰 점차 개선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6월 지방선거 이후 좀 더 정책의 뚜렷한 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보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향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임병철 부동산 114 수석 연구원은 “현 정부에서도 집값이 오르는 것이 부담이기 때문에 속도 조절론이 대두됐다”며 “6월 이후 어느 정도 (구체적인) 정책들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공약에 내걸었던 규제 완화를 속도감 있게 이행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시행령이나 행정명령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하루빨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법 개정 사항들은 다수당과 협력 방안들을 마련해서 시장 정상화 방안들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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