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장릉 소송과 주민반발 심한데…정부, 태릉CC 주택개발 본격화
문화재위 합동 분과 회의 7월 중 개최, 올 하반기 지구 지정 목표
정부가 서울 주요 주택공급사업지인 태릉골프장(태릉CC)부지 개발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 오는 7월 문화재 전문가로 이뤄진 문화재위원회 합동 분과 회의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 안에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목표로 태릉CC 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0일 정부기관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중으로 문화재위원회 합동 분과를 마련해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인 태릉CC 지역의 현상 변경 등에 대한 공식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김포 장릉과 같은 사태를 예방하고 서울 태릉, 경기 고양 서오릉 주변 개발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문화재위원회 합동 분과가 다음달 회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태릉CC 개발사업은 서울 노원 공릉동과 경기 구리 갈매동 일원 87만4598㎡ 면적에 6800가구 규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 태릉CC 공동주택지구 지정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공청회 일정이 대선과 지방선거 때문에 미뤄지면서 하반기로 지구지정 승인 계획을 연기했다.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태릉CC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작성하고 지구 지정을 완료하면 내년 상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한 태릉CC 지구 지정 계획이 미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초 국토부는 2020년 8·4공급대책을 통해 태릉CC 택지개발사업을 발표하고 지구 지정 계획을 2021년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다시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세 차례나 미뤘다.
지역 주민들이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해 태릉CC 개발을 전면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연경관, 문화재 가치 훼손 우려와 함께 교통대책 부재 등을 근거로 사업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당초 1만가구로 잡아놓았던 공급계획을 6800가구로 축소했다.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제이더블유컨벤션웨딩홀에서 개최한 '서울 태릉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는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국토부와 LH는 추후 공청회를 다시 개최해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날 올렸던 공청회 관련 유튜브 생방송 영상도 삭제한 상태다.
주민 반발 밖에도 변수가 더 남아있다. 앞서 유네스코가 지난 3월 경기 김포 장릉, 경기 고양 서오릉을 비롯해 서울 노원 태릉까지 조선 왕릉들을 제대로 보존하고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인 러시아에서 이달 열릴 예정이던 조선왕릉보존 논의 일정은 뒤로 미뤄진 상태다. 유네스코에서 ‘조선 왕릉’이라는 이름으로 40기에 달하는 조선 왕릉을 한데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는데 단 한 기라도 가치를 잃으면 모든 왕릉 자격을 박탈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 경관을 훼손하는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해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건설사 3곳과 법정 공방도 벌이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건축자잿값이 올라 안 그래도 부족한 주택 공급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정부가 태릉CC, 창릉 공공택지개발을 서두르는 것"이라며 "김포 장릉 근처는 경관을 헤친다며 아파트 공사 중단 명령까지 내렸는데 태릉과 서오릉 근처에는 아파트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일관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릉CC는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인 태릉에서 50m, 강릉에서 200m 거리에 위치할 정도로 가깝다"며 "김포 장릉 근처에 지어진 '왕릉뷰' 아파트도 장릉에서 500m 거리 안에 위치한다"고 설명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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