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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매수 타이밍이냐고요? 지금은 부자들도 투자 안 해요” [역머니무브 가속화②]

은행 PB들 “자산가들도 시장 관망 중”
3분기 이후 물가 상황 보며 투자 나설 듯
달러·금보다는 단기 정기예금, 부자들에게 인기

 
 
[연합뉴스]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아 자산가들도 투자상품과 관련해 이른 시일 내 저가매수 타이밍이 올 것이란 기대를 안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생각이 강해요.” 
 
국내 부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조사해 지난 4월 발표한 ‘2022 한국 부자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부자(자산 10억원 이상) 29%는 팬데믹 기간 중 자산이 10% 이상 증가했다. 자산의 감소를 경험한 부자의 비율은 9% 미만에 불과했다. 지난 2년간 급격한 금융변동성이 찾아온 시기에도 부자들은 자산을 잃지 않는 재테크를 했다는 얘기다.  
 
비결은 적극적인 자산 구성 변화다. 자산 구성 비율에 변화를 준 부자의 31%는 10% 이상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부자가 긍정적인 결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늘 적극적인 자산 구성 변화로 수익률을 유지해온 부자들 역시 요즘같은 상황에서는 재테크에 애를 먹는 분위기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가 꾸준히 인상되며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부자들은 주식, 코인시장으로 흘러들어갔던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돌아오는 ‘역머니무브’에 동참하면서 일단 하반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투자에 신중하게 나서고 있다.
 

이럴 땐 예금이 상책...IRP도 인기

부자들의 위험자산이 옮겨지고 있는 곳은 안전자산 중에서도 달러나 금이 아닌 정기예금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며 은행별로 1년 3%대 정기예금 상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경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안정적인 이자가 지급되는 예금만큼 좋은 금융상품은 없다. 부자들도 이를 알고 자금을 예금으로 옮기는 추세다.  
 
김윤희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센터장은 “금리가 더 오른다는 기대로 확실히 과거보다 예금을 찾는 자산가 비중이 높아졌다”며 “유동자금, 대기자금이었던 일부를 1년짜리 정기예금에 넣는다던지 금리가 3% 이상인 확정금리 정기예금을 찾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5%에 근접하는 확정금리 신종자본증권 상품에도 자산가들의 관심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반면 같은 안전자산인 달러나 금 등에는 상대적으로 자금이 쏠리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가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금 가격이 장단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또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근접할 정도로 치솟아 지금 달러에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현섭 KB GOLD&WISE 한남 PB센터장은 “만기가 길지 않은 정기예금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할 수 있다보니 자산가들 입장에서는 급하게 다른 투자처에 자금을 활용하기 용이한 편”이라며 “3개월 정기예금도 지금은 2%대 금리가 나와서 이런 예금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병주 하나은행 CLUB1한남 PB센터 지점장은 “요즘은 자산가들도 투자상품에 굳이 가입하기 보다는 위험 속에서 자금을 지키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며 “PB들도 고객들에게 무리해서 투자상품을 권하지 않고 관망하자고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본 1~2%대 금리를 보장하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나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를 찾는 부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방영범 신한은행 신한PWM방배센터 PB팀장은 “최근 금리 1.75% 정도의 CMA를 찾는 자산가들이 많았다”며 “수시입출금이 1~2%대 금리만 보장해줘도 괜찮은 상품으로 여긴다”고 밝혔다.  
 

3분기 이후 투자 고려…인플레 상황 지켜본다

고물가·저성장이 이어지고 금리가 치솟는 요즘 같은 시기에 부자들은 더더욱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왔지만 치솟는 물가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월 미국의 생산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은 전월 대비 더 상승했다.  
 
방영범 PB팀장은 “5월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 물가 상승률이 높긴 해도 ‘지금이 정점일 것’ 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후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다보니 원래 보수적인 자산가들의 자산관리가 더 방어적으로 변한 상태”라고 밝혔다.  
 
부자들은 올 3분기 이후 물가가 잡히는 상황을 보며 조심스럽게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희 센터장은 “자산가들은 저가 매수가 가능한 종목들을 살펴보면서 투자를 기다리는 분위기”라며 “특히 물가가 잡히는 시점에 가격이 많이 내려간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방영범 PB팀장은 “자산가들은 코로나19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여러 사태를 거치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가 오히려 투자할 적기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최근의 고물가, 저성장 상태에서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선 만큼 올 3분기 이후 물가가 어떻게 잡힐지를 지켜보고 신중히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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