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거품 붕괴 중…내년 상반기 매수할 기회”
[이코노미스트 하반기 경제 포럼①]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경기침체 다시 찾아올 수도…통화정책 효과 떨어져
“구조적인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모든 자산의 거품은 붕괴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건 다르게 보면 싼 자산을 매입해서 부자가 될 기회가 오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확한 시기를 맞힐 수는 없지만 내년 상반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KG타워하모니홀에서 열린 ‘2022 이코노미스트 하반기 경제 포럼’에서 혼란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속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김 교수는 최근 부채로 성장해 온 글로벌 경제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로) 2020년 세계경제는 -3.3% 성장률에서 2021년 6.1%로 급격한 회복을 했지만, 이는 재정·통화정책 확대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은 정부 부채, 신흥국은 기업 부채가 급증했다”며 “한국의 경우 정부 부채는 양호하지만, 기업 부채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커졌으며 가계 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최근 주식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버핏지수와 미국 실질 주택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근거로 자산가격에 거품이 크게 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미국 집값이 폭락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면 새로운 투자를 시작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지만 세계경제가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그동안의 경기 침체에선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으로 효과를 봤지만, 가계·기업 부실이 심화됐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짐 로저스의 말대로 지난 80년 동안 보지 못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저금리일수록 ‘근로소득’ 중요하다
또 다른 금리 하락의 요인으로 ▲저축이 투자보다 높은 자금 잉여 현상과 ▲기업의 자금 수요 감소로 인한 은행 채권 매수도 거론했다. 김 교수는 “한국 기업이 가진 현금성 자산이 지난 3월 말 기준 929조원에 달했다”며 “기업이 가진 현금이 많다 보니 은행이 기업에 대출을 받아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가계·기업의 대출 수요 감소로 채권 비중을 늘릴 전망”이라며 “실제 은행권에선 ‘은행의 경쟁력이 예전에는 대출에 있었는데, 앞으로는 자기자본으로 유가증권과 고객 금융자산을 얼마나 잘 운용해주는지에 달려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대 국면에서 ‘근로소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에 10억원을 예금하면 한 달에 이자가 100만원 남짓인데, 뒤집어 말하면 월급이 100만원이라면 10억짜리 금융자산(예금)을 갖고 있다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달러 가치 장기적 하락…코인 등 대체자산 투자도 필요
김 교수는 또한 “국제통화기금(IMF)은 2027년까지 미국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이는 현재 달러 가치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화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2000년 71.7%에서 2021년 58.8%로 크게 축소됐다.
이에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달러를 못 믿겠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등 달러를 대체할 자산도 일부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주가와 집값에 대한 전망도 언급했다. 국내 주가에 대해선 현재 ‘과소평가’ 됐다며 매도보다는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배당주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값은 하락 사이클로 접어들었다며, 추세가 꺾이면 4~5년 정도 오래간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 배분을 보면 실물자산이 너무 높기 때문에 금융자산을 늘려야 한다”며 “금융자산은 증시의 상승·하락과 상관없이 배당금이 나오는 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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