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 수요 감소에도 “감산없다”…기술 초격차 유지
2022 삼성 테크 데이…오프라인 3년만
감산 대신 효율화…글로벌 주도권 지속
삼성전자가 메모리 수요 감소에도 감산 계획 없이 글로벌 주도권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00단 V낸드와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D램 양산을 통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미디어 브리핑에서 메모리 감산 계획과 관련해 “현재로써는 (감산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밝혔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다른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감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만큼 공급량을 조절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마이크론은 지난 29일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분기 실적 전망과 함께 내년 투자 축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낸드 시장 점유율 2위권의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도 최근 메모리 생산을 30% 줄인다고 공식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감산 없이 위기를 극복해 왔던 만큼 이번에도 생산량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산보다는 공정 개선 등을 통해 효율화를 꾀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 이후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라 감산에 나선 적이 없다. 지난해 12월 중국 산시성 시안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축소 운영했지만,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중국 정부의 봉쇄령이라는 외부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한 사장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기조"라며 "다만 시장에 심각한 공급 부족이나 과잉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0단 V낸드에 10나노 D램까지
업계 최초로 공개한 5세대 10나노급 D램은 반도체 내부의 회로간격(선폭)을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 수준까지 줄여 성능과 효율을 크게 개선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 공정 등 새로운 공정 기술 적용과 차세대 제품 구조를 통해 공정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계획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HBM-PIM(Processing-in-Memory), AXDIMM(Acceleration DIMM), CXL(Compute Express Link) 등 다양한 시스템 아키텍처를 지원할 수 있는 차세대 D램 기술의 성장을 위해 글로벌 IT 기업들과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32Gb DDR5 D램, 모바일용 저전력 8.5Gbps LPDDR5X D램, 그래픽용 초고속 36Gbps GDDR7 D램 등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출시해 프리미엄 D램 시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다져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는 2024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하는 등 혁신적인 낸드 기술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최고 용량의 8세대 V낸드 기반 1Tb TLC(Triple Level Cell)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7세대 대비 단위 면적당 저장되는 비트(Bit)의 수를 42% 향상한 8세대 V낸드 512Gb TLC 제품도 공개했다. 이는 512Gb TLC 제품 중 업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등 대용량 데이터가 필요한 다양한 고객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QLC(Quadruple Level Cell) 생태계를 확대하고, 전력 효율도 개선해 고객들의 친환경 경영에 기여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2017년 시작된 '삼성 테크 데이'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로, 이번 행사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 '삼성 테크 데이'는 글로벌 IT 기업과 애널리스트, 미디어 등과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정재헌 미주총괄 부사장을 포함해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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