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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기 ‘대 월세 시대’ 돌입 [오대열 리얼 포커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 가중
상반기 고액 월세 거래 늘어나
월세 투자 적절한지 옥석 가리기

 
 
8월 31일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시위.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보수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가 전·월세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올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자금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더 비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중앙값 4.1% 기준으로 전세 대출 2억원을 빌린다면 이자는 대략 70만원 나온다. 여기에 금리가 더 오른다면 이자가 70만원에서 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월세에 살겠다는 수요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전세의 경우 보증금 미반환 등의 위험요소도 있고 젊은 세대의 경우 전세로 큰돈이 묶여 재테크를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월세로 가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경우 월 100만 원 이상의 고가 월세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2022년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총 4만5085건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월세가 100만원 이상인 거래는 1만5788건으로 전체 거래의 35%에 달하는 비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상반기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량이 1만675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간 월세 100만원 이상 고가 월세가 47.9%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1만~49만원 거래량은 1만5323건으로 전체의 34.0%를 차지했다. 이어 ▶월세 50만~99만원, 1만3974건(31.0%) ▶100만~199만원, 1만686건(23.7%) ▶200만~299만 원, 2935건(6.5%) ▶300만~399만원, 1230건(2.7%) ▶400만~499만원, 442건(1.0%) ▶500만~999만 원, 421건(0.9%) ▶1000만원 이상 74건(0.2%) 등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 100만원 이상 거래량.

세입자들도 월세 선호 확산 거부감 줄어

100만원 이상의 월세 거래가 증가하면서 월세도 많이 올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리센츠의 전용면적 84㎡는 2021년 6월 21일에 보증금 1억원, 월세 270만원(17층)으로 신규 계약이 이뤄졌다. 하지만 2022년 6월 30일에 동일 면적이 보증금 1억원, 월세 380만원(11층)으로 거래가 성사돼 1년 새 월세가 110만원이나 치솟아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 1차 105㎡는 2021년 6월 21일, 보증금 1억원, 월세 260만원(9층)에 신규 계약됐으나 2022년 6월 18일, 보증금 1억원 월세 350만원(10층)에 거래가 이뤄져 월세가 90만원 상승했다.  
 
요즘은 돈이 있어도 월세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월세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당장 목돈이 필요하지 않은 집주인들 원래 월세를 선호했지만, 세입자들도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분명히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월세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면서 서울에 보증금을 제외하고 월세만 1000만원 이상인 계약도 종종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PH129(더펜트하우스청담) 전용면적 273.9㎡는 2022년 3월 보증금 4억원에 월세 4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져 역대 최고가 월세 계약을 세우기도 했다.
 
경기도에서도 역대 가장 높은 금액으로 월세가 계약됐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 위치한 킨텍스 원시티 3블럭 전용면적 148㎡는 지난 3월 21일 보증금 3억 5000만원에 월세 1200만원(49층)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렇게 기준금리가 인상할수록 세입자들은 전세보다 월세로 넘어갈 가능성이 더욱 크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 [연합뉴스]

월세를 재테크 기회비용으로 전환하는 모색도

특히, 젊은 세대에게 월세가 전세보다 더 선호되는 분위기다. 월급을 쪼개 저축하며 돈을 모으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재테크로 자산을 키우는 것이다. 흔히 월세라고 하면 그냥 버려지는 생돈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를 기회비용으로 바꾼 것이다.  
 
월세로 간다면 큰 목돈이 묶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상승기일 때는 집주인의 경우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전세 세입자의 경우 집값이 올라도 자산이 커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전세보증금만 올라가기 때문에 차라리 월세를 살면서 재테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선 무조건 월세가 아닌 본인이 원하는 지역에 부동산 소유권 1개는 보유해야 한다. 아무런 소유권 없이 월세살이만 한다면 전세보다 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 내 위치한 아파트를 매입해 전세를 주고 본인은 월세로 사는 것이다. 갭투자를 했다면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전세보증금으로 아파트에 투자하고 본인은 보증금이 저렴한 월세로 살면서 대출금을 갚는 것이다.  
 
이렇게 어느 정도 자본이 모인다면 전세금을 내어주고 본인이 입주하거나 향후 집값이 크게 올랐다면 시세 차익을 본 자금을 가지고 또다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출금이 얼마나 되고 또 어디에 있는 아파트를 매입했느냐에 따라 월세로 인한 투자가 수익과 실패로 갈릴 수 있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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