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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부터 지배구조까지 해결과제 산적 [정의선 체제 2년②]

그룹 위상 높였지만 불확실성 여전…위험 요소 산재
수소차 시장 위축 속 나홀로 성장…전략 변경 불가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8월 16일 오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고 변중석 여사의 15주기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정 전 명예회장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2주년을 맞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그룹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 역시 만만치 않다. 반도체로 시작된 공급망 문제와 최근 불거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불확실성 등 위험 요소가 여전히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묵은 과제인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역시 요원한 상황이라 정 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정부의 IRA 발효로 전기차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미국은 IRA에 따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아이오닉6과 EV6를 앞세워 1위 테슬라를 맹추격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있는 와중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 8월 미국 판매 규모는 13만5526대로 전년 동기보다 1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시장의 평균 성장률은 –8.6%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지속했다.  
 
정 회장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8월 말과 9월 말에 긴급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또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로한 전기차 전용 공장 착공 시점을 올해 10월로 당기고 2024년부터 양산에 돌입한다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장의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공장을 내년 상반기에 착공하고 오는 2025년부터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 때문에 재계와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명운이 걸려있는 IRA 문제 해결 여부가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을 평가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 시점에서 현대차그룹이 주도권을 지속하기 위해선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의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IRA 위기 수습 여부가 미래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를 바꿔놓을 수 있는 만큼 정 회장의 행보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왼쪽)와 넥쏘.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승용에서 상용으로 수소차 전략 변경?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한 수소연료전지차의 부진도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현대차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급부상한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최근 수소차 개발을 잇달아 포기하고 있다. 현대차 외에 유일하게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토요타 역시 판매량 부진으로 사업 철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차세대 연료전지 개발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전략을 대폭 수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승용이 아닌 상용에 초점을 맞춰 수소차 개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수소연료전지는 승용보다 상용에 보다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용차 시장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디젤 엔진을 대체할 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다. 현대차도 수소 트럭인 엑시언트를 개발하는 등 수소상용차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3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에서 제54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해묵은 과제 순환출자

 
현대차그룹의 해묵은 과제인 순환출자구조 해소도 정 회장에게 부담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했다. 순환출자는 오너가 적은 자본으로 그룹 내 다수의 회사를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영권을 노린 외부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계열사 중 한 곳의 경영권을 빼앗길 경우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는 도심항공교통(UAM)과 친환경차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크게 3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이다. 이 구조에서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로 등극해야 하지만 올 상반기 기준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그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려 했지만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일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근에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통해 정 회장이 다량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방법 등도 거론됐지만 흐지부지됐다.
 
이후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현대모비스의 조직개편 등을 두고 조만간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선 순환출자구조 해소가 선결돼야 한다”며 “정 회장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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