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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익 최소 반년 이상 감소할 듯 [이종우 증시 맥짚기]

자동차, 가전 등 제외하고 나머지 업종 실적 부진 예상
美 인건비 부담과 경기 둔화로 기업 이익률 늘기 어려워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연결 기준 매출액이 7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341원으로 2분기에 비해 81원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시장 전망치를 밑돈 건데, 생각보다 수요 감소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이익이다.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비해 32% 줄었다. 시장의 기대보다 1조원 이상 적은 수치인데, 반도체 경기가 둔화기에 들어갔음을 감안하면 이익감소 상황이 최소 반년 이상 계속될 거로 보인다.  
 
우리 기업 실적 전망은 일정한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연간 시장전망을 내놓는 11월에 이익 전망치가 가장 높게 형성됐다가 다음해 1분기에 큰 폭의 하향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멀리 떨어진 미래를 좋게 보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연간 전망이 나올 때 이익 기대치가 높게 형성됐다가, 실제 한 해가 시작된 후에 현실을 인식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그다음 이익 조정은 분기별 실적이 나오기 직전에 약간의 상향과 하향 조정이 이루어지는 형태였다.  
 
이번 3분기 실적은 하향 조정이 특히 심할 것이다. 합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7%, 순이익은 24.6% 줄어들 거로 예상한다. 이익이 이렇게 크게 줄어드는 건 지난 3분기에 국내외 경제가 좋지 않아서다. 각국 정부가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수요 축소에 주력하다 보니 그 영향이 기업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실적이 너무 좋았던 것도 걸림돌이 된다. 비교 수치가 너무 높다 보니 올해는 감소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종별로는 전력 같은 유틸리티업종과 반도체, 철강, 디스플레이, 화학업종의 이익 둔화가 예상된다. 대부분이 경기와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산업들인데, 경기 둔화가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동차, 가전, 은행 등은 소폭의 이익 증가가 예상되지만, 그 외 업종의 실적 부진이 너무 커서 투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적이 좋지 않았던 때를 제외하면 이번 3분기 실적은 2년 반 만에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오랜만에 이익이 줄어드는 만큼 시장도 이를 특별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순이익률이 너무 높은 게 문제

 
우리보다 덜하지만, 미국의 기업실적도 좋지 않다. 시장에서는 스탠다스앤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하는 기업의 3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7%와 4.5% 늘어나는데 그칠 거로 전망하고 있다. 2분기 매출과 EPS 증가율 10.8%와 11.1%에 비해 후퇴한 수치다.  
 
다행히 실적 부진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이익이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알려져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인 데다, 투자자들이 기업실적보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발표되는 실적치가 기대치에 어느 정도 부합하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문제는 실적 발표 후 기업들이 내놓는 전망이다. 미국 경제의 선행지표와 후행지표간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경제를 보여주는 동행지표나 후행지표는 양호하게 나오지만, 앞으로 경제를 보여주는 선행지표는 좋지 않다. 3분기 실적은 괜찮은 동행지표들이 반영된 결과다. 반면 기업이 내놓는 전망은 선행지표에 의해 좌우되는 부분이다. 선행지표의 방향성이 좋지 않아 이 부분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이 높은 마진율을 유지할 거로 기대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현재 미국 시장은 내년과 내후년에 상장기업들이 13.0%와 13.7%에 달하는 순이익률을 올릴 거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는 수치로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그동안 미국 기업을 괴롭혔던 공급망 차질과 원가 상승 압박이 다소 완화됐지만, 임금 상승 등 새로운 비용증가 요인은 반대로 강해졌다. 9월에 미국 비농업 부문에서 26만3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수치다. 실업률도 3.5%로 낮아졌다. 8월에 해당 수치가 3.7%였으니까 미국경제가 완전고용상태를 계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업률이 5% 밑으로 내려가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데, 지금 미국이 그런 상태에 있는 것이다. 상반기까지는 기업들이 인건비 증가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려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현재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고용시장이 대단히 빡빡하기 때문에 이렇게 높은 이익률이 계속될 수는 없다.
 

실적 부진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

 
그럼 실적 부진이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까? 그렇지는 않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코스피는 2000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을 계속해 왔다. 주가가 6년 가까이 옆걸음을 했기 때문에 해당 지수대가 상당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만약 기반이 없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주가가 특정 지수대에서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시 코스피의 영업이익이 100조~120조원 정도였다. 지난해에 해당 수치가 242조원이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이익이 50% 가까이 줄어든다고 가정해도 이익이 120조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주가가 2200 부근까지 내려온 걸 감안하면 이익 감소의 상당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당분간 이익이 지난 분기나 지난해보다 얼마만큼 줄어들지를 보여주는 이익 모멘텀은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주가가 이미 이익 감소에 대해 반응을 했기 때문이다. 대신 이익의 절대 규모가 중요시된다. 이렇게 되면 이익 감소는 주가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리는 공격적인 형태보다 주가를 일정수준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방어하는 형태로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여러 가격 변수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주춤해졌고, 국내외 금리도 고점에서 다소 후퇴했지만 시원하게 내려오지는 못했다. 주가도 6월에 이어 두 번째 바닥을 만들었지만 크게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상승 탄력만 보면 첫 번째 저점 이후 나타났던 반등보다 힘이 훨씬 약하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허락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의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변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공포와 탐욕의 영향이 오래가기 때문인데, 금리와 환율 그리고 경제 변수가 긍정적으로 변할 경우 투자심리도 빠르게 변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주가가 낮다는 인식이 힘을 얻는 게 주식시장의 방향을 위로 바꾸는 더 빠른 길일 것 같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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