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서 ‘차보험’ 추천될까…보험업계와 줄다리기[보험톡톡]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임박…GA업계 “차보험은 안된다” 주장
의무보험·방대한 가입자 포기 못하는 두 업계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조만간 온라인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작될 가운데 ‘자동차보험 포함’ 여부를 두고 보험업계와 빅테크·핀테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험대리점(GA) 업계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자동차보험이 포함되면 사업비가 늘어 고객 보험료가 증가할 수 있다며 서비스 제외를 외치고 있고 빅테크 업계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GA-빅테크 車보험 포함 두고 이견
지난 8월23일 금융위원회는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어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예금·보험·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심의한 바 있다.
이 결정으로 향후 금융소비자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나 핀테크 업체들, 금융사들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플랫폼에서 원하는 보험을 검색하고 각 보험사별 상품을 비교, 내게 맞는 상품을 추천 받는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플랫폼에서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을 두고 업권의 이견이 큰 상태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취급되는 보험상품 중 종신보험, 변액보험, 외화보험 등 상품구조가 복잡하거나 고액계약 등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는 상품은 제외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상품들은 단순히 인터넷에서 검색 후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듣는 등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빅테크나 핀테크사들은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 등의 상품을 제외하는 것은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자동차보험은 포함시켜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 편입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심 중으로 알려졌다. 최근 보험대리점(GA) 업계가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당국의 플랫폼 규제 허용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특히 이들은 규제가 허용돼더라도 자동차보험만큼은 비교·추천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취급 시 중간단계 수수료가 붙어 결국 고객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형GA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이미 보험사 다이렉트채널을 통해 쉽게 가입할 수 있는데 굳이 플랫폼에서 또 취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빅테크에 내야하는 수수료만 더 발생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다이렉트채널 가입 때보다 더 높은 보험료를 내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판매채널별 자동차보험 판매현황을 보면 오프라인(설계사)채널 비중이 54.2%, 인터넷(CM)채널 비중이 28.8%, 전화(TM)채널이 17%를 기록했다. 오프라인과 TM 판매 비중은 지난 2017년 대비 각각 10.3%, 2.8% 감소했지만 CM판매 비중은 13.2% 증가했다. 소비자들의 인터넷 자동차보험 가입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굳이 빅테크 진입을 허용해 사업비(수수료)를 높일 이유가 있냐는 얘기다.
車보험 이래서 못 놓지…“2000만 가입자 있잖아”
손보사들은 최근 코로나19 거리두기 특수를 제외하면 지난 몇년간 자동차보험에서 늘 적자를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상품 판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동차보험 자체가 고객을 유인하는 미끼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GA업계는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와 관련, 자동차보험 취급 여부에 설계사들의 생계가 걸려있다고 주장한다. GA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자동차보험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형성하고 이 상품을 권유하며 다른 보험상품들도 제안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 이후 고객과의 만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설계사들 입장에서 빅테크가 플랫폼에서 보험 가입을 모두 처리하면 설계사들이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자동차보험 판매채널 현황에서 오프라인(설계사) 비중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50%대를 넘기고 있다. 또한 100인 미만 소형GA의 경우 매출의 50%가 자동차보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매권을 플랫폼에 넘기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빅테크사들도 자동차보험을 포기하지 못한다. 가입자가 많은 상품인 만큼 플랫폼 유입자를 초기에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네이버파이낸셜은 자동차보험 비교서비스 추진을 위해 보험업계와 협의하다 이견차이로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매년 계약을 갱신하면서 또 회사를 많이 바꾸기도 한다”며 “소비자들이 워낙 가격을 많이 비교해보는 상품이어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자동차보험일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전통적으로 푸쉬(PUSH)영업으로 고객이 직접 보험 가입을 위해 사이트를 방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자동차보험은 매년 가입 갱신이 필요하고 가입자도 방대해 플랫폼 입장에서 유입자를 상대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어 핀테크업계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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