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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천명’ 건설사 수소·탄소포집 기술 경쟁 박차 [친환경에 꽃힌 건설사①]

수소경제 활성화…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
친환경 기업 변모와 사업 다각화 ‘일석이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대형 건설사들이 탄소중립시대에 발맞춰 친환경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린수소(수전해수소) 관련 기반시설을 구축하거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사업에 진출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건설사들은 친환경경제를 살리고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도 관련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우선 삼성물산은 미래 성장의 한 축으로 그린수소 기반시설 시장에 주목하고 수소생산부터 활용까지 모든 가치 사슬(value chain)에 걸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그린수소를 핵심 에너지 수출 자원으로 육성하려는 국가와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현지 개발 사업과 기반시설 확장 공사 등에 지원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우디 비전 2030 중 신사업 일환으로 추진 중인 그린에너지 분야 협업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함께 해외 그린수소 생산시설 개발과 수소 저장·도입을 위한 기반 시설 구축, 액화수소 관련 기술개발 등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수소 생산을 위한 기반 시설 구축부터 활용에 이르기까지 양사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향후 국내외 그린수소 생산 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개발 사업을 구체화하면서, 세계적인 에너지 저장시설 전문 설계업체인 자회사 웨쏘(Whessoe)의 역량을 활용해 액화수소 저장시설과 재기화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그린 암모니아 혼소 발전 MOU 모습. [사진 삼성물산]
 
현대건설은 지난달 26일 국내 상장 건설사 최초로 ‘2045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탄소중립 4대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그린 포트폴리오’ 전략을 보면 현대건설은 제로에너지빌딩, 수소 플랜트, CCUS 사업 등 분야별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축적해온 ‘EPC’(Engineering·설계, Procurement·조달, Construction·시공)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로 고층(36층)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를 성공적으로 준공했으며, 보령청정수소사업 기본설계 프로젝트를 완수해 수소 플랜트 설계기술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사업을 통해 검증된 해상풍력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주 한림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투자와 건설도 맡고 있다. 
 
이러한 사업 개발부터 설계·시공·운영 경험을 보유한 현대건설은 재생에너지 전력중개거래 사업자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중개거래(PPA) 사업을 적극 추진하여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그린수소·탄소포집 기술 개발로 친환경사업 경쟁력 강화  

DL이앤씨(DL E&C)도 친환경 수소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고, 탈탄소 가속화를 위한 연구와 프로젝트 등의 공동 수행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러한 일환으로 DL이앤씨와 카본코는 지난달 남호주 주(洲) 정부와 ‘친환경 수소 경제 활성화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DL이앤씨는 국내외에서 다수의 수소 생산공장 EPC 수행을 통해, 수소와 암모니아 사업 분야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DL이앤씨와 카본코는 남호주 주 정부와 협력해 친환경 수소 및 파생상품의 생산과 관련 기반시설 구축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또한 DL이앤씨와 카본코는 지난달 말 GE가스파워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내 CCUS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발전소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DL이앤씨와 카본코는 현재 매일 3000t(연 100만t) 이상 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CCUS 설계 역량과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2013년 국내 최초의 이산화탄소 포집 상용화 설비를 보령화력발전소에 구현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CCUS 기술력과 수행 실적을 축적해 왔다. 나아가 DL이앤씨는 지난 8월 친환경 탈탄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 회사인 카본코를 설립했다. CCUS 사업과 함께 친환경 수소·암모니아 사업도 추진하며 친환경 사업 디벨로퍼로 도약하고 있다. 
 
GS건설 분리막 기반 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 교류 업무 협약시. [사진 GS건설]
GS건설은 CCUS 관련해서 두 가지 방향으로 전략을 취하고 있다. GS건설에 따르면 탄소포집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와 기존 플랜트 기술을 활용한 모듈화된 탄소포집 장치개발을 관련 회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GS건설은 탄소 포집 플랜트의 핵심인 분리막기술 개발에 나선다. GS건설은 지난 9월 국내 대표 분리막 기업 에어레인과 ‘분리막 기반 탄소 포집·활용에 대한 기술 교류와 업무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탄소 포집 분리막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나아가 탄소 포집 플랜트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탄소 포집을 위한 화학물질 대신 차세대 분리막을 적용하면 기존 설비 대비 차지하는 면적이 작아 경제적이고 효율이 높으며, 모듈화의 용이성이 있는 등 친환경 기술로 기대하고 있다. 
 
GS건설은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지난 9월 ‘탄소포집장치 표준 모듈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친환경에너지 모듈화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BASF는 탄소포집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GS건설은 대규모 정유화학플랜트 사업으로 축척 된 모듈화 기술력을 통해 설계·시공을 표준화함으로써 투자비를 절감하고 공사기간을 최소화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CCUS 시장에 동반 진출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의 환경·에너지 솔루션이 압축적으로 적용되는 순환경제 모델도 눈길을 끈다. 태양광,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발생하는 폐기물은 에너지화·자원화해 처리하는 탄소중립산업단지가 대표적이다.  
 
SK에코플랜트는 CCU기술을 통해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까지 자원화 함으로써 2040년에는 탄소중립이 실현된 산업단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산업단지를 시작으로 도시에 이르기까지 폐기물을 에너지로 다시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는 다양한 자원으로 전환시켜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순환경제 디자이너로서 행보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 SOEC를 활용한 친환경 수소 생산 실증을 국내 최초로 수행하고,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통합 솔루션도 구축한 바 있다. 앞으로 수전해 기술을 바탕으로 그린수소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기존 플랜트 사업 역량을 살리면서 친환경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수소경제 역시 탄력을 받고 있어 향후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수소 기술개발 로드맵’을 발표했고,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후 2021년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발표해 ‘청정 수소경제’를 선도 중이다. 국제 시장에서도 수소를 글로벌 에너지로 밝게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2050년 세계 수소 시장 규모를 12조 달러로 내다봤다.  
 
다만 건설사들은 그린수소 기반시설이나 탄소중립 관련 사업이 아직은 시작 단계라고 보고 있다. 전체적인 시장의 요구가 친환경·재생 가능한 에너지 쪽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 가시화된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현재 공동 연구를 통해서 사업화 부분에 대해서 포괄적인 협력을 많이 맺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의 탄소중립을 위한 행보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안이지만 아직은 실행하기에 막연한 영역이라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히려 친환경·신재생에너지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것을 건설사의 사업다각화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이 경기를 타는 산업이다 보니 국내에서는 경기가 안 좋을 때는 건설업황도 같이 안 좋다”며 “이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기존 사업(건설)과의 연관성이 있는 사업다각화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타사 대비 강점 또는 핵심역량을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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