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살만 방한에 네옴시티 테마주 ‘들썩’…“진짜 수혜주를 찾아라”
빈살만, 尹대통령·재계 인사 만나 ‘네옴시티’ 협력 논의
기대감만으로 주가 급등…사업 현실화 가능성 따져야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과 함께 ‘네옴시티’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다만 단순 기대감 만으로 주가가 치솟은 만큼 실제 수혜 가능성을 따져보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재계 인사와 만나 '네옴시티' 관련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총 사업비가 660조원에 이르는 ‘네옴시티’ 사업은 사우디의 저탄소 스마트시티 조성 프로젝트로, ‘제2의 중동붐’이라 불릴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네옴 프로젝트의 200만 달러 이상 수주 건설사 목록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이 이름을 올렸고, 한미글로벌은 주거단지인 더라인 프로젝트 특별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을 수주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우디 투자부와 ‘한-사우디 투자포럼’을 열어 MOU 체결식을 개최했다. 삼성물산·포스코·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65억달러 규모의 ‘그린수소 플랜트 건설 추진 프로젝트’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네옴 철도 협력 관련 MOU를 맺은 현대로템은 고속철, 전동차, 전기 기관차 구매 계약 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화학 분야 협력 MOU를 맺은 롯데정밀화학은 향후 사우디에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생산 거점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DL케미칼과 지엘라파, 시프트업 등은 각각 합성유 공장 설립, 제약 분야, 게임분야 협력에 힘쓰기로 했다.
수혜 기대감에 ‘테마주’로 시선 쏠려…“합리적 근거 필요”
다만 합당한 근거 없이 관련분야라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한 ‘테마주’들도 적지 않다. 네옴시티에 관한 소식이 들려오던 지난 7월부터 건설, 항만, 수소 등의 분야와 관련된 기업들이 관련주로 묶이며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렸다.
지난달 31일 2925원에 마감했던 평화홀딩스는 이달 들어 4900원(16일 종가)까지 치솟았다. 평화홀딩스는 네옴시티 수혜 및 정부의 수소산업 육성 기대감으로 14거래일 만에 67.5%나 폭등했다. 인디에프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13일 519원이던 주가를 4배 가량 끌어올렸다.
수소차 탑재용 고체수소저장소재 관련 기술을 개발해온 EG 역시 네옴시티 프로젝트 논의에 수소산업이 포함된다는 이유로 지난달 13일 6620원에서 최근 8470원(16일 종가)으로 크게 상승했다. 지난달 13일 7350원까지 내려갔던 성신양회도 네옴시티 건설 사업 참여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1만1500원(14일 종가)까지 올랐다. 희림, 유신, 도화엔지니어링 등도 올해 저점 대비 2~4배 가량 급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네옴시티 수혜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방한이 구체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협의하는 자리라기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외 각국을 돌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건설사가 수혜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긴 하지만, MOU 체결과 관련해 언급된 기업은 물론이고 강력하게 꼽히는 현대건설·삼성물산·한미글로벌조차도 정확히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혜주라고 확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MOU가 최종 계약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가능성을 많이 열어 놓은 상황이라는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네옴시티로 충분히 수혜를 보리라는 합리적 기대가 있는 종목들이 있는 반면,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막연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종목의 주요 비즈니스가 네옴시티에서 필요한 사업인지 여부를 살펴야 하고, 명시된 기준은 없지만 재무상태, 기업 크기 등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반이 갖춰진 기업인지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요소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될 수 있는 종목인지 반드시 따져보고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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