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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수능 이벤트 어디 갔나요”…허리띠 졸라매는 카드사들

피파 모니터링 강화에 ‘앰부시 마케팅’도 위축
수능 이벤트도 종적 감춰…국민카드만 일부 진행
블프·크리스마스도 마케팅 예년보다 줄어들 전망
여전채 3년물 금리 최고치 기록…조달 비용 부담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일인 지난 20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독특한 복장의 참가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드업계가 월드컵과 수능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예년처럼 적극적인 이벤트를 펼치지 않고 있다. 최근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자 마케팅 영역에서 비용을 아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올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관련 이벤트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과거 카드사들은 월드컵 시즌마다 ‘앰부시 마케팅’을 펼쳐왔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스포츠 이벤트에서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지만, 광고 문구 등을 통해 관련이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남기는 마케팅 전략이다.
 
카드사가 앰부시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FIFA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경우 ‘월드컵’이라는 단어를 마케팅에 쓸 수 없게 하고 있어서다. FIFA에 따르면 해당 규정은 최소 10억 달러 이상 후원한 공식 후원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카드업계 중 카타르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는 비자(Visa)가 유일하다. 때문에 비자와 관련된 카드 정도만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BC카드의 경우 BC 비자카드로 오는 24일, 28일, 12월 2일 저녁 시간(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 59분까지)에 특정 업종에서 결제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그간 카드사들이 월드컵을 전후로 앰부시 마케팅을 해왔지만, 이마저도 FIFA의 모니터링이 강화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대표 손흥민이 광고모델인 하나금융의 계열사인 하나카드마저도 월드컵 마케팅에는 소극적인 모양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현재 하나카드 내부에서 월드컵 관련 이벤트는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수능일인 지난 17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고3 수험생들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월드컵뿐 아니라 2023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이벤트도 종적을 감췄다. 매년 카드사들은 매년 수능을 전후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자동차학원·문화공연·미용·외식·여행 할인 및 경품추첨 이벤트를 진행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력했던 지난해 수능 때도 카드사들은 무이자 할부 혜택은 물론, OTT·게임·콘서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할인 행사를 펼쳤다.
 
하지만 올해는 KB국민카드를 제외하고는 카드사들이 별다른 이벤트를 선보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수능 종료를 맞아 12월 31일까지 청소년 특화상품 ‘KB국민 리브 넥스트(Next) 카드’ 신규 발급 시 모바일 문화상품권을 제공하며, 즉석사진촬영 사진관인 ‘인생네컷’에서 리브 넥스트 카드로 결제 시 2000원 캐시백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 외에도 카드사들은 이달 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 등을 시작으로 내달 크리스마스, 연말까지 소비 특수가 이어짐에도 오히려 마케팅 규모를 예년보다 크게 줄일 계획이다. 무이자 할부 혜택도 줄이는 추세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이달 들어 온라인 쇼핑과 손해보험 등에 제공하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6개월에서 2~3개월로 줄였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 구매 시 제공했던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3개월로 축소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데엔 최근 계속되는 금리 상승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카드사들은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 등 대출에 필요한 자금의 약 70%를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으로 조달한다. 최근에는 레고랜드 부도 사태, 흥국생명 콜옵션 사태 등이 이어지며 채권 시장에 더욱 그림자가 짙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올해 초(1월 3일) 연 2.420%에서 지난 7일 6.088%까지 치솟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으로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 가운데 비용관리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떠올랐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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