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윙윙’…꿀벌의 겨울 쉼터는 KB금융 본사 옥상 [김윤주의 금은동]
도시양봉 등 ‘K-Bee 프로젝트’로 꿀벌 살리기
생활 속 ESG 활동으로 변화 꾀해
금융‧은행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변화에는 디지털 전환·글로벌 확장 등 내부 목표는 물론, 주요국 금리인상 등 외부 요인도 영향을 끼칩니다. 업계 내에선 횡령, 채용 비리와 같은 다양한 사건들도 발생합니다. 다방면의 취재 중 알게 된 흥미로운 ‘금융 은행 동향’을 ‘김윤주의 금은동’ 코너를 통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꿀벌이 사라졌다고? 우리가 직접 키우자.”
직관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금융사가 있다. 바로 KB금융그룹의 사연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4월부터 꿀벌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옥상을 내줬다. 이 옥상에는 꿀벌 약 12만 마리가 서식하는 ‘케이-비(K-Bee) 도시양봉장’이 조성돼 있다.
KB금융은 도시 양봉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와 함께 양봉장을 운영 중이다.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 생태계 회복을 위한 ‘K-Bee 프로젝트’ 활동 중 하나다. KB금융의 남는 공간을 의미있게 활용하면서 꿀벌 생태계 회복에도 일조할 수 있으니 ‘1석 2조’인 셈이다.
현재 12만 마리의 꿀벌은 벌집통 가운데에 뭉쳐 겨울잠을 자고 있다. 11월부터 겨울잠에 들어간 꿀벌은 내년 2월 중순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
꿀벌들은 1~2㎞ 떨어진 여의도와 샛강 공원을 오가며 야생꿀을 채취한다. KB금융은 지난 9월에는 이렇게 생산된 도시양봉장의 첫번째 꿀을 수확해 약 230여 병의 ‘K-Bee 벌꿀 기념품’을 완성했다. 이 기념품은 ‘K-Bee 프로젝트’의 성공을 응원해 준 여의도 본점 인근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K-Bee 도시양봉장’ 직접 관리 중인 박진 어반비즈 대표는 “도시양봉장을 확보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면서 “여전히 도시양봉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다 보니, 인식의 변화를 일으킨다는 게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도심을 쏘다니는 벌들이 사람을 공격하지 않을지’ ‘공해가 심한 도심에서 채집한 꿀을 먹어도 될 지‘ 등의 의문도 제기한다. 하지만 꿀벌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도시에는 곳곳에 공원과 가로수가 많아 꿀벌이 먹이를 얻기 용이하며 농촌보다 농약 사용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전국 양봉 농가에서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집단 실종됐다. 올해 들어 발생한 벌집군집붕괴현상의 원인으로는 해충, 살충제, 말벌, 이상기후 등 복합 요인이 꼽힌다. 과학자들은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꿀벌이 사라져 화분 매개자 역할을 못하면 식물이 멸종할 수 있고, 이들을 먹이로 삼는 곤충과 초식동물은 물론 인간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우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꿀벌이 서식함으로써 도시에 더 많은 꽃이 피고 곤충과 새가 늘어나면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도시양봉은 기업 입장에서도 남는 공간을 활용해 ESG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B금융은 도시양봉 이외에도 밀원숲 조성, 밀원식물 키트(Kit) 배포 등 ‘K-Bee 프로젝트’를 실천 중이다. 밀원수는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나무다. KB금융은 ‘K-Bee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양한 ESG 활동 노력을 인정 받아 지난 2일 한국ESG기준원이 주최한 ‘2022년 KCGS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ESG 우수기업부문 대상을 단독 수상하기도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도시양봉 규모 확대를 논의하는 등 ‘K-Bee프로젝트’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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