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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못 규제 뽑아’ 주차난·층간소음 심해도 다시 짓는다 [재건축 대망론①]

안전진단 평가, 구조 안전성 줄이고 설비 노후 늘려
조건부 재건축은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의무화 폐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한다. 구조안전에 큰 문제가 없어도 주차공간이 부족하거나 층간소음이 심하거나 배관 누수·고장, 배수·전기·소방시설이 취약하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12월 8일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8월 16일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의 후속조치다.
 

구조 안전 비중 50→30%, 설비 노후 비중 25→30%

재건축 안전진단은 재건축의 첫 관문에 해당하는 절차로,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더불어 재건축 사업을 막는 3대 대못으로 꼽힌다. 앞서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와 재초환 개선안을 차례로 내놓으면서 마지막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었다.
 
정부는 집값 불안 등을 이유로 안전진단 발표와 시행 시기를 미뤄왔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하락하고 시장 경착륙 우려까지 커지면서 발표 시기를 이달 초로 앞당기고, 시행도 내년 1월로 못 박은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희망 단지들은 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전성 ▶주거 환경 ▶설비 노후도 ▶비용 편익을 따져 A~E등급 중 D(조건부재건축) E(재건축)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3월 구조 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크게 상향하고, D등급의 경우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하면서 안전진단 통과 건수가 급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34개월 동안 전국 139건(서울 59건)에 달했다. 하지만 기준을 강화한 2018년 3월부터 올해 11월까지는 56개월간 단 21건(서울 7건)에 그쳤다.
 
정부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50%에서 30%로 낮춘다. 대신 주거환경 비중은 현행 15%에서 30%로 2배 높이고 설비 노후도 비중은 25%에서 30%로 상향한다.
 
이번 개선안을 시행하면 구조안전에 큰 문제는 없더라도 주차공간이 부족하거나 층간소음이 심해 주민 불편과 갈등이 큰 아파트 또는 배관 누수·고장, 배수·전기·소방시설이 취약한 경우처럼 생활이 불편한 경우에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
 
안전진단 평가 총점에서 조건부 재건축의 범위도 축소했다. 현재 안전진단을 신청하면 평가항목별 점수 비중을 적용해 합산한 총점이 30점 이하인 경우 재건축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45점 이하면 곧바로 재건축 판정을 받아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공공기관의 적정성 평가와 재건축 시기조정을 받도록 했던 조건부 재건축 판정 대상은 점수의 범위를 종전 30∼55점에서 45∼55점으로 대폭 축소한다. 조건축 재건축 범위가 넓어 사실상 재건축 판정을 받기 어려웠던 문제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46곳 중 12곳 재건축, 23곳은 조건부 재건축 가능

정부는 평가 항목 배점 비중을 줄이고,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축소하면 안전진단을 통과하는 아파트 단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분석 결과 2018년 3월 이후 현행 기준으로 안전진단 절차를 마친 46개 단지의 경우 재건축 판정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54.3%(25개)가 유지보수 판정을 받아 재건축이 불가능했고, 45.7%(21개)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새 기준을 적용하면 46개 단지 가운데 26.1%(12개)는 재건축 판정을 받고, 50%(23개)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 가능해 전체의 76% 이상(35개)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토부는 이번 개선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새로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단지는 물론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했거나 현재 안전진단을 수행중인 모든 단지에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공공기관 적정성 의무 검토 대상이나 절차를 완료하지 못하고 진행 중인 단지에도 적용한다.
 
적정성 검토 대상 축소와 함께 앞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는 지자체가 필요한 경우만 하도록 제한한다. 현행은 민간 안전진단 기관이 안전진단을 수행한 1차 안전진단 점수가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면 의무적으로 국토안전관리원이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에서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받아야 했다.
 
공공기관이 적정성 검토를 요청하는 경우에도 1차 안전진단 내용 전체가 아니라 미흡한 부분에 한해 적정성 검토를 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다만 국토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실태 조사로 미흡한 내용이 확인되거나 분쟁·제보 등이 있는 경우엔 지자체장에 적정성 검토를 권고하거나 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권혁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개선방안은 그동안 과도하게 강화한 기준으로 재건축의 첫 관문도 통과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진단 기준을 합리화하는 것”이라며 “이번 제도를 시행하면 도심 주택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국민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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