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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세계?’ 침체기에 초고급 주택 시장의 역설 [오대열 리얼 포커스]

50억원 이상 거래 비중 2배 이상 늘어
‘똘똘한 한 채’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용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본 성수동 고급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50억원 이상 초고급 주택 시장은 이와 반대로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가 11월 7일 9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평형의 직전 실거래는 3월 24일(8층) 85억원에 팔린 것으로, 약 8개월 만에 9억5000만원 올랐다.
 
비단 이 같은 거래는 나인원한남만의 사례가 아니다. 9월 30일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64㎡ 47층 복층형 펜트하우스는 130억원에 거래됐다. 2017년 분양가격이 60억5000만원이였는데, 5년이 지난 지금 2배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장학파르크한남 전용 268㎡는 올해 4월 135억원에, 5월에는 한남더힐 전용 240㎡가 110억원(3층)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이 같은 거래들은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선 가운데 나온 거래다. 특히 전체 아파트 거래 대비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 역시 부동산 호황기라 불리던 지난해 대비 늘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에서 거래된 50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는 1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11390건)의 0.90%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전체(4만2245건)의 0.4%(163건)에 그쳤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납득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고급 주거상품, 특히 초고급 주택은 차별화된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특성상 입지 역시 상품 수준에 걸맞은 정주여건과 상징성을 두루 갖춘 곳에 들어서기 마련이다. 이에 공급량이 한정돼 있다. 특히, 서울과 같이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고급 주거상품 최적 입지가 상당히 희소해 공급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다.  
 
뿐만 아니라 소위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등 상품이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거래되는 특성도 지닌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를 이끈 주요 요소들의 영향도 적게 받는다. 게다가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용 안전자산의 역할도 해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최근 들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내년에 선보일 주요 초고급 주택 상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같은 현상들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삼성동 대웅제약 사택 부지에 조성될 예정인 초고급 주택의 경우 30세대 이하로 구성, 거주자들에게 적합한 독창적인 내부 평면 설계를 더할 예정으로 눈길을 끌며, 서울 서초구 구 쉐라톤 팔래스 강남 부지에 선보일 예정인 고급 주거 시설의 경우 세계적인 건축 거장 리차드 마이어가 프로젝트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초고급 주택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전 자산으로 기대되며 부동산 시장 한파 속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 결정 시 고려해야 할 점도 많다. 거래시 세금 부담이 높고, 분양을 받더라도 대출 규제가 강력하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다만 초고급 주택을 사는 자산가는 대출 규제나 금리 인상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데 민감하지도 않기 때문에, 한정된 공급 물량의 초고급 주택 시장에서 앞으로도 신고가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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