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다주택자 규제 확 푼다는데...일각에선 ‘투기 조장’ 우려
정부, 양질의 임대 주택 공급하고 부동산 경착륙 막기로
다주택자 투기 소득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시각도
정부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기로 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완화가 투기 광풍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통계청에서 받은 ‘주택 소유 상위 100명의 소유 주택 현황’에 따르면 2021년 11월 1일 기준 주택 소유 상위 100명은 총 2만2582채를 소유했다. 1년 전 2만689채에서 1893채(9.1%) 늘어난 것이다.
올해 1월 1일 공시가격을 적용한 이들 주택자산 가액은 총 2조9534억원으로 전년보다 4298억원(17.0%) 상승했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226채를 보유했고, 주택자산 가치는 평균 295억 수준이었던 셈이다. 상위 100명이 보유한 주택은 2016년 1만7244채였으나 5년 만에 31.0% 증가했다. 이 기간 주택자산 가액은 1조5038억원에서 96.4% 불어 거의 2배가 됐다.
김 의원은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다주택자 세제·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담은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 투기 소득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들로 점철돼 있다”며 “주거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할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양질의 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인 과세·규제 체계를 최소한 5년 전 수준으로 대거 복원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서울 등의 집값 하락이 굉장히 속도가 빨라 경제, 금융, 가계 곳곳에 부담 요인이 되고 부동산 경착륙이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 부동산 급등기에 투기 억제를 위해 과도하게 조였던 규제를 과감히 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의 주범으로 몰렸던 ‘다주택자·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금융·세제 규제를 내년부터 대폭 풀기로 했다.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대출 족쇄를 풀고 임대사업자를 지원하는 등 부동산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 급락하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고자 기존 규제를 재정렬하는 것이다.
8·12%로 설정된 다주택자 대상 취득세 중과세율은 4·6%로 완화하고, 내년 5월까지 한시 유예 중인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조치는 일단 1년 연장한 후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찾기로 했다. 규제지역에서 원천적으로 틀어막았던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대출 금지 조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3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0년 사실상 폐지된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도 되살려 중소형(전용면적 85m² 이하) 아파트의 장기(10년) 임대주택 등록을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임대 등록을 허용하고 세제혜택도 복원할 방침이다. 수도권 6억원 이하, 비수도권 3억원 이하 등록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규제지역에 상관없이 양도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한다. 만약 의무 임대기간을 15년으로 하면 수도권은 9억원 이하, 비수도권은 6억원 이하 등록 임대주택까지 세제혜택 대상이 된다. 새로 아파트를 매입해 임대하는 사업자에게는 주택 규모에 따라 취득세를 최대 전액 감면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60㎡ 이하는 85~100%, 60~85㎡ 규모는 50%의 취득세가 감면된다.
앞서 주택임대사업자제도는 임대인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임대료 인상에 상한선을 둬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에 세입자의 주거 불안 해소를 목적으로 임대사업자 혜택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후 이 제도가 다주택자의 투기를 부추겨 집값을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돼 세제혜택을 줄이고, 아파트를 신규 임대 등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더 위축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여러가지 규제 완화책들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결국은 이제 10년, 15년 임대를 하게 되면 네 임대 사업자로서의 공급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다”며 “부동산 시장이 워낙 거래 절벽이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만약에 시장이 더 위축돼서 금융부실까지 이어진다고 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더욱이 최근 1~2년 전에 2030세대도 대출 크게 받아갖고 내 집 마련을 했는데, 집값이 더 떨어지고 이자 부담이 더 커지면 패닉 셀(공황 매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돼서 금융권 부실이 일어나고, 박근혜 정부 때처럼 하우스 문제가 또 사회 이슈가 될 경우에는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삼성전자, ‘위기론’ 이후…들려온 ‘이 소식’ 구원투수 될까
2BTS 뷔·박효신 명동 뜬다...신세계스퀘어, K-컬처 명소 도약
3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4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
5“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6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7“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8‘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9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