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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 발목 잡힌 한전, 개정안 논란…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한전 사태 ‘ing’①]

정부 “2024년까지 한전 흑자 전환 목표”

 
  
 
한국전력 서울본부 전력수급 상황 현황판 모습[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적자 행진과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채권 발행 난항 가능성 등 이른바 ‘한전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가 채권발행 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한전법 개정안에 합의했지만, 한전을 정상화하는 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한전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한전법 개정안을 부결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처리에 합의했다. 한전법 개정안의 핵심은 한전의 채권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5배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전이 발행할 수 있었던 채권 규모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 수준이었다. ‘경영위기 상황 해소를 위해 긴급한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한전채 발행 한도를 최대 6배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산업부 장관은 국회 소관 상임위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
 
한전법 개정을 두고 국회가 민감하게 나선 건 그만큼 한전의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전의 사업‧분기보고서를 보면 재무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5조8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도 3분기까지 21조8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되는데, 2년간 30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전기요금을 장기간 동결하고 윤석열 정부도 전기요금 현실화에 주저하면서 자금난을 겪은 한전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왔다. 한전의 채권 발행 누적 규모는 67조2000억원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한전이 발행할 수 있는 채권발행 한도(91조8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매년 한전의 적자 상황을 고려하면 빚을 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적자로 적립금이 급격하게 줄고 있어 채권발행 한도도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이 경우 발행한 채권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단기간에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전력업계를 비롯해 재계에서도 한전을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전기요금 현실화라고 입을 모은다. 전력생산단가는 오르는데 전기요금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적자 폭을 키웠던 한전의 경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 폭과 시기를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전기 요금을 한꺼번에 올리면 인플레이션 등 국가 경제에 자극을 줄 수 있어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계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려면 손실을 감내할 수 있도록 한전에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일정 기간 채권발행 한도를 늘려주자는 게 한전법 개정안 추진이 힘을 얻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현행 한전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한전은 내년 1분기(1~3월)에 전기요금을 1kWh(킬로와트시)당 약 64원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올해 전기요금이 1kWh당 19.3원(주택용 기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3배를 웃돌 수도 있었던 셈이다.
 
지난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한전법 개정안을 재논의하는 모습.[연합뉴스]

한전 재무구조 개선 해결책은 ‘전기요금 현실화’

한전법 개정안 시행에도 전기요금은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단계적’ 요금 인상을 통한 한전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와 미수금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전기 요금을 현실화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산업부가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한 한전의 경영 정상화 방안 문건을 보면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으로 산정됐다. 개정안 부결 시 거론됐던 64원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올해 인상분의 2.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달 전망 당시엔 전기요금 인상 폭을 올해 정도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올해 전기요금을 세 번(4·7·10월)에 걸쳐 인상한 것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와 한전은 전기 요금인상과 비용 축소 등으로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24년에는 흑자로 전환한 2026년까지는 누적 적자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2027년 말까지 경영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를 시행하는 등 비용 축소 방안도 시행하고 있다. SMP 상한제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이 일정 기준을 넘어가지 않게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은 전기사용자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하면 전력거래가격 상한을 정해 고시할 수 있는데, 한전이 적자에 허덕이자 정부가 나선 것이다.  
 
한전이 올해 20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동안 한전에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내는 발전사업자 6곳은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SK·GS·포스코 등 대기업 계열의 민간 발전 6개사의 1~3분기 영업이익은 1조47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SMP 상한제가 발전사의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SMP상한제를 3개월을 초과해 연속 적용할 수 없도록 하고 1년 뒤 SMP 상한제를 일몰하기로 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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