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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동결, 침묵했던 한전…'적자 책임' 어물쩍 넘기나 [한전사태 ‘ing’②]

정권 따라 태도 달라…한전법 개정안 논란에 입장문까지

 
 
 
지난해 12월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전공대 캠퍼스의 행정동과 강의실 건설 현장모습.[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가 대규모 손실을 딛고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채권 발행 한도를 늘려주는 ‘한전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정부가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한전 정상화 의지를 밝히면서 숨통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기간 전기요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하는 등 정치에 휘둘려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한전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이 상황을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 전기요금은 2021년 4분기 한 차례 인상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 9월 정부와 한전은 4분기(10~12월)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인상분(4·7·10월) 19.3원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당시 한전은 2021년 3분기에만 9366억원, 영 1~3분기 누적기준 1조12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시기였다.  
 
그런데도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정부는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발전 연료비가 오르거나 내리면 이를 요금에 반영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29.1원으로 산정됐지만, 한 푼도 올리지 않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정승일 한전 사장이 비공개 강연을 통해 이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국민의힘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한 정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전기요금 인상을 열 번 요청했지만, 단 한 번만승인받았다”며 “저물가 시대에 선제적으로 전기 요금을 인상했다면 적자 폭이 줄고 충격을 덜 받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한전법 개정안 논란이 불거지자 입장문을 내고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전은 “대규모 전력 공급 차질과 전력시장 마비 등 국가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은 지난 정부가 추진한 ‘한전공대’에 2031년까지 시설투자와 운영자금 등 1조원가량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19년 600억원, 2021년 645억원을 한전공대에 출연했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기업과 달리 공기업은 이익을 많이 낼 수 없는 특수성을 인정해야 하지만,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번 전기요금 인상 논란 책임에서 한전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러시아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에 맞게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해 손실이 커진 측면이 있다”며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정부와 함께 자구 노력을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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