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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IT에 방점 찍었지만, 플랫폼 규제는 강화 [신성장 4.0 전략 동상이몽②]

디지털 기반 서비스업 강화로 경제 한파 극복
플랫폼 역량 핵심인데…규제로 발목 잡는 정부

 
정부가 신성장 4.0 전략의 핵심으로 ‘디지털 기반 서비스업’ 진흥를 꼽았지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강화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신성장 4.0 전략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정보기술(IT)을 꼽았다. 그러나 IT 중심 산업으로 꼽히는 플랫폼 영역에선 규제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해 ‘이중적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성장 4.0 전략은 경제·사회 체질 개선 지연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는 양상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 투입 감소로 인해 성장세 제약이 이뤄지는 추세를 해결하겠단 취지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과도한 규제 ▶공공부문 비중 급증 ▶재정의존 확대 및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민간활력 저하 ▶도약 모멘텀 약화 등을 이번 전략의 추진 배경으로 삼았다. 한국은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38개국 중 상품시장 규제 강도가 6번째로 높다고 조사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장 걸림돌을 해결, 2023년 찾아올 경제 한파를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간 산업별·정부 주도 성장 전략을 범부처·민관헙업 방식으로 전환해 ‘국민소득 5만달러, 초일류국가 도약’을 이루겠단 청사진도 그렸다. 2000년대 추진한 성장 3.0 전략(IT 중심의 성장을 통한 국민소득 3만달러·선진국 진입)을 ‘미래산업 중심 성장’으로 개편, 경제 체질 개선도 이룰 방침이다.
 

디지털 기반 서비스업 육성에 ‘방점’

정부는 이를 달성할 수단으로 IT산업 진흥을 내세웠다. 디지털 전환·전략 산업 초격차 확대 등 도전과제로 삼고, 이를 핵심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해결하는 식으로 전략이 운영되기 때문이다. 추진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도 강화하겠다고 명시했다. 신성장 4.0 전략은 구체적으로 3대 분야 15대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플랫폼 산업은 이 중 모빌리티·디지털·차세대 물류 등 다양한 영역과 맞닿아 있다.
 
정부 역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IT시장 규모 전망 자료를 인용해 “디지털 기반 서비스업 중심의 글로벌 성장 트렌드에 맞춰 기술 개발·활용도를 제고할 것”이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IT 서비스 시장은 2019년 1조400억달러(약 1319조원)에서 2024년 1조3010억달러(약 1650조원)로 25.1% 성장이 전망된다. 소프트웨어(SW) 시장 규모 역시 같은 기간 4770억달러(약 605조원)에서 6960억달러(약 883조원)로 45.9%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디지털 기반 서비스업의 핵심은 단연 플랫폼 구축 역량이다. 실제로 국내 디지털 기반 서비스업의 대표 기업인 네이버·카카오는 플랫폼 역량을 통해 외연을 확장했다. 네이버는 검색 기반의 포털을 기반으로, 카카오는 메신저 서비스에 뿌리를 둔다. 양사의 기반 사업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나, 이를 기반으로 금융·쇼핑·물류·모빌리티·콘텐츠·광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PC 웹에서 제공하며 규모를 확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당 영역은 모두 디지털 기반 서비스업으로 묶인다. 양사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역량도 확보한 상태다.
 
정부 역시 이 같은 기업의 역량이 이번 전략의 핵심이 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신성장 4.0 전략 추진 핵심 부처 고위 관계자는 “15대 프로젝트 분야 중 상당수가 플랫폼 구축 역량을 바탕으로 추진된다”며 “정부 정책 기조가 민관협력인 만큼 기업 참여·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필요하다면 플랫폼 기업에 지원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신성장 4.0 전략 체계도. [자료 정부 발표]
 

플랫폼 중요하지만 ‘규제’는 강화

정부가 이같이 플랫폼 산업 진흥을 신성장 4.0 전략의 중심으로 삼았으나, 정작 해당 분야의 뚜렷한 진흥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신성장 4.0 전략과 함께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선 되레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규제 강화 추진의 명분으론 ‘공정거래 시스템 확산’을 들었다.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 중 ‘공정시장 구현’ 실현 분야에 플랫폼 규제 강화를 포함했다. 독점력 남용 방지가 규제 강화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과 ‘기헙결합 심사기준’ 제·개정을 2023년 상반기 중 추진할 방침이다.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은 시장지배 여부를 평가하는 지표다. 시장지배 여부는 통상적으로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론 ▶데이터 수집·보유 능력 ▶이용자 수 ▶이용 빈도 등도 지배력 요소에 포함하겠다고 예고했다. 기업결합 역시 까다로워진다. 플랫폼 기업이 기업결합을 추진하면 향후 ▶경쟁 제한성 ▶소비자후생 증대 효과 등을 입증해야 한다.
 
‘민간 플랫폼 자율규제 기구’ 중심으로 자율규제 성과를 도출하고, 성과분석을 토대로 향후 자율규제 대상 업종 확대도 추진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시장엔 ‘기승전-플랫폼’이란 말이 나올 만큼 사업 영역이 다각화되는 추세”라며 “‘슈퍼앱’ 구축이 사업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번 규제가 구체화 된다면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카오 먹통 방지법으로 불리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된 2022년 12월 8일 국회 본회의장 전경. [연합뉴스]
또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야기된 카카오·네이버 서비스 장애로 규제 확대가 추진되면서 ‘기업 발목잡기’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른바 카카오 먹통 방지법으로 불리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은 2022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IDC)와 부가통신사업자(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를 재난관리 계획에 포함한다. 플랫폼 사업자는 이에 따라 긴급 복구를 위한 정보체계 구성은 물론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전력공급장치 등의 분산·다중화 등의 물리적·기술적 보호조치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공정시장 구현이라는 명목으로 규제가 강화되지만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해외 기업엔 적용이 어려워 시장 경쟁에 많은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며 “기업이 쌓은 역량을 정부가 활용해 성장을 이루겠다고 한 만큼, 이를 고려한 규제 완화와 지원 강화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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