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어 은마, 사업 지연될까 ‘노심초사’[은마·GTX 갈등 ]②
GTX 관통, 아파트 지반공사에 영향…35층룰 폐지 빛 못 볼까
국토부와 대립각…시위가 인허가 더 늦춘다는 우려도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올해 진행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착공이 은마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모처럼 ‘35층룰’이 폐지된 가운데, GTX-C 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면 재건축 층고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와의 갈등도 변수로 떠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끼고 있는 은마아파트는 그 규모와 상징성 면에서 전국에서 이름난 ‘재건축 대어’이며 재건축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정비업계에선 이번 GTX-C노선 관련 갈등이 일반적인 주거안전 여부를 넘어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진행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로 예정된 GTX-C 착공은 역시 올해 본격 추진 중인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인가와 시기상 맞물려 있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지 20여년 만에 조합설립이라는 결실을 보려하는 은마아파트 조합원들 입장에선 이와 관련된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불안한 지반…재건축 공사에 악영향
GTX 관통은 주거시설의 지반이 불안해진다는 측면에서 재건축 사업에는 악재로 진단된다. 기존 노후건물 뿐 아니라 재건축 후 새 건물 역시 불안한 지반에선 취약할 수 있다. 특히 최고급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은마아파트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최근 1가구 당 주차 대수가 고급단지의 한 기준이 되면서 강남권 아파트일수록 지하주차장을 깊게 여러 층 파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GTX-C노선 관통 시 지하 주차장을 깊게 팔 때 파일을 박는 기존 공법이 아닌 특수 공법으로 시공해야 해서 공사기간이나 공사비용이 크게 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전문가는 “아무리 GTX가 대심도여도 주거지 밑을 지나가는 데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면서 “은마아파트처럼 단지 안을 관통하는 경우 재건축 설계를 변경해야 할 수 있는 상황이라 비용 증가나 사업지연 측면에서 은마 소유주들이 충분히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서울시 규제완화 계획 발표로 인해 은마에서 다시 ‘49층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인데 고층 건물을 지을 경우 지반 안전성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시에서 박원순 전 시장 임기 당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유지됐던 ‘35층 룰’을 폐지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실제로 업계에선 은마아파트 역시 향후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층수 높이기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제11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가결된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해당 단지는 총 33개동 5778가구 최고 35층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국토부와 대립각, 리스크 될까
GTX 관련 갈등 자체가 결과적으로 빠른 재건축 추진에 방해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그동안 지지부진 했던 데는 단지 자체의 유명세가 한 몫을 했다는 점은 누구나 알 것”이라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듯이 결국 인허가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관(官)과 대립각을 세우면 앞으로 사업 추진에 불이익을 볼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은마아파트 소유주 일부는 GTX-C노선 관련 시위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마아파트 소유주는 “GTX-C 노선 관통이 아파트에 부정적인 이슈라는 점에서 이 문제가 알려지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소유주들도 많다”면서 “올해 조합설립인가가 나면 조합장 등 조합 임원 선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추진위 지도부가 소유주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더 강경하게 나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GTX-C 노선 반대 시위를 하는 것이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 아파트 시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되고 있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진행된 지가 오래된 만큼 투자수요가 많이 유입된 상황”이라며 “현재 시위를 옹호하는 의견도 많겠지만 집값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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