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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시간, '코로나 이전으로 못 돌아가' 외치는 이유[이코노Y]

금융노조 측, 노사합의 위반 이유로 '사용자 측' 경찰 고소 예정
"지점 폐쇄로 인근 점포 풍선효과...업무강도 과중"
불편 호소하는 금융소비자 이해시킬지는 미지수

전국금융산업노조 박홍배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노조 회의실에서 이날부터 시행된 시중은행 단축 영업 종료,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영업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금융노조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에 반발하며 사용자 측 결정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미 시중은행들이 ‘9 to 6(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지점을 늘리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디지털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과거 영업시간을 고집할 필요도, 돌아갈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노조는 점포 폐쇄 등으로 현재의 은행원들의 노동강도가 살인적인 수준이라며 영업시간을 현재의 7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조정하자는 입장을 내고 있다. 반면 금융공공성이 담보된 은행 업무는 국민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현재 회귀된 7시간의 영업시간도 짧다는 분위기라 당분간 이 문제를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사용자 측 경찰 고소한 노조...“살인적 노동강도 버텨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30일 오후 1시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은행 영업시간 문제에 대한 금융노조 입장’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갖고 노사합의를 위반한 사용자 측을 경찰에 고소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사용자 측이 진정성 있는 논의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은행들은 이날부터 코로나19 기간, 1시간 단축됐던 영업시간을 원래대로 회귀시켜 ‘오전 9시~오후 4시’ 영업을 시작했다. 은행권이 이날부터 영업시간 회귀를 결정한 이유는 정부가 실내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하며 사실상 코로나19 거리두기를 종료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영업시간이 줄어든 건 정부가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강화한 2021년 7월부터다. 이후 2021년 10월, 금융권 노사는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하기로 한다’고 의결한 바 있다.  

만약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 사용자 측은 노조 측과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사용자 측이 영업시간 회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며 노사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업무방해를 이유로 사용자협의회 대표 측을 경찰에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후 권리침해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와 관련 가처분 신청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금융노조는 사용자 측 규탄과 함께 코로나19 기간 영업시간 단축으로 실제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명확한 지표는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1월 25일 회의에서 사용자 측에 영업시간 단축기간, 고객 불편과 관련된 민원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노조는 지난 몇년간 점포 폐쇄, 은행원 감축 등이 이어진 상황에서 은행원들이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버텨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말 기준 출장소 포함 국내은행의 총 점포수는 6709개였지만 2022년 9월 말에는 5851개로 858개가 폐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은행 직원 수는 8만1507명에서 7만4997명으로 6510명이 줄었다.  

박 위원장은 “대출상담 등을 위해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들 중 일부는 거래 지점의 폐쇄로 인근의 다른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니 풍선효과가 나타나 지점들의 창구 혼잡도가 더 높아졌다”며 “영업시간 단축은 급감하는 점포 수와 고용총량 속에서 남은 은행원들이 살인적 노동강도를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준 ‘숨통’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업시간 다양화를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미 모 시중은행이 80여개의 9 to 6 지점을 열어 서비스 중”이라며 점포 특성에 맞게, 점주 여건에 맞게 영업시간을 다양화하는 것이 고객의 금융접근성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재 금융노조는 기존 7시간 영업시간을 6시간 30분으로 조정하는 안을 제안하고 있다. 점포여건에 따라 9시~3시 반, 9시 반~ 4시, 10시~4시 반 등 자율적으로 6시간 30분의 영업시간만 지키자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에 은행 영업시간도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며 “사라진 은행 점포들과 은행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결코 같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사용자 측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이와 별개로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용자 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노조 측과 대화에 나서 영업시간 조율 등에 나서길 기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사 입구 유리문에 붙어 있는 마스크 착용 안내문. [김윤주 기자]

금융소비자, 노조 주장 이해할진 ‘미지수’

하지만 이 같은 금융노조의 반발을 실제 내방 고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은행 영업시간이 오전 9시~오후 4시로 조정되자 고객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분위기면서도 오히려 영업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은행 영업시간에 대체로 회사에 있는 직장인들은 그동안 연차나 반차를 쓰고 은행에 내방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이들을 감안하면 기존보다 고작 한시간 늘어난 영업시간으로 고객 편의성이 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날 광화문의 한 은행을 방문한 직장인 박모씨(37)는 “오전과 오후 30분씩 영업시간이 늘었지만 은행 대기와 상담시간을 고려하면 근무 중 2시간 이상을 빼야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고객들이 현재의 영업시간을 단축시키는 금융노조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노조 측은 철저히 그들이 노동자라는 개념에서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느끼는 괴리감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형마트 공휴일 휴업도 마트 직원들은 찬성하지만 고객은 반대하듯, 이 문제도 금융노조의 입장을 금융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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