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살 길’ 보이기 시작했다[부채도사]
한은, 2021년 8월 이후 ‘10차례’ 금리 인상
고금리 시대 열렸지만 예상보다 빨리 ‘금리하락’ 신호 나타나
“리스크 관리 위해 신용대출 줄이고, 주담대는 연체 피해야”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부채가 자산이라는 말은 회계상 표현일 뿐,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리 연 2%와 연 6%는 분명 다릅니다. 대출로 집을 샀어도 그 대출로 집을 잃을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1870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금리가 이렇게 빠르게 오른 것도 처음 경험하는 것 같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기준금리 결정을 하는 입장에서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금리가 생소하면서 예외적으로 보였다는 표현이다.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25%포인트 올리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종료했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미국 등 주요국 중 첫 번째 금리인상 결정이다. 이후 한은은 10차례 금리를 인상하며 현재 3.50%까지 높인 상태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고 말한 한은 관계자의 설명도 꼭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은 확대됐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더 나아가 경제 주체들과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침체(리세션, Recession)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높은 물가에 금리는 급등했고, 경기는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10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이런 현상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대출자들이 버티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반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떨어지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30일 3년 만기 국채는 전날보다 0.033%포인트 내린 연 3.271%에 마감했다. 기준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월 평균 4.3%대를 기록하며 석 달 연속 낮아지고 있다.
그 결과 대출금리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은이 발표한 ‘2022년 1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5.56%로 전달보다 0.08%포인트 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인하폭이 아니다. 11월까지만 해도 가파르게 오르던 대출금리가 하락 전환했다는 데 있다. 잔액 기준 대출금리는 12월에 전달보다 0.04%포인트 올랐지만, 오름세는 전달의 0.30%포인트보다 약해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잔액기준 대출금리도 조만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금리가 떨어진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예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결국 채권값 반등 기대감 등에 채권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으로,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 입장에서 지난해 두 배로 뛴 대출 금리가 올해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고 자산관리를 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공시를 강화하고,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자제하도록 나섰다. 은행이 금리 인상에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들의 이자 감면 등 상생 지원도 계속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연말께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한국의 대출 시장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곧바로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출자 입장에서 버틸 이유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움직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한은 고위 관계자는 “미 연준은 시장 기대와 무관하게 금리를 인상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연준에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태도는 언제나 리스크가 된다. 은행원들은 이런 이유로 신용대출은 줄일 필요가 있지만, 주담대 등 자산 가치가 큰 대출은 연체가 발생하지 않게 지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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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이렇게 빠르게 오른 것도 처음 경험하는 것 같다.”
한국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기준금리 결정을 하는 입장에서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금리가 생소하면서 예외적으로 보였다는 표현이다.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25%포인트 올리면서 제로금리 시대를 종료했다. 이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미국 등 주요국 중 첫 번째 금리인상 결정이다. 이후 한은은 10차례 금리를 인상하며 현재 3.50%까지 높인 상태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고 말한 한은 관계자의 설명도 꼭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은 확대됐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더 나아가 경제 주체들과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침체(리세션, Recession)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높은 물가에 금리는 급등했고, 경기는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10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이런 현상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대출자들이 버티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반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떨어지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월 30일 3년 만기 국채는 전날보다 0.033%포인트 내린 연 3.271%에 마감했다. 기준금리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월 평균 4.3%대를 기록하며 석 달 연속 낮아지고 있다.
그 결과 대출금리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은이 발표한 ‘2022년 12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5.56%로 전달보다 0.08%포인트 떨어졌다.
중요한 것은 인하폭이 아니다. 11월까지만 해도 가파르게 오르던 대출금리가 하락 전환했다는 데 있다. 잔액 기준 대출금리는 12월에 전달보다 0.04%포인트 올랐지만, 오름세는 전달의 0.30%포인트보다 약해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잔액기준 대출금리도 조만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금리가 떨어진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기준금리 동결과 인하 예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결국 채권값 반등 기대감 등에 채권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으로,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 입장에서 지난해 두 배로 뛴 대출 금리가 올해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고 자산관리를 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 공시를 강화하고, 은행들이 금리 경쟁을 자제하도록 나섰다. 은행이 금리 인상에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들의 이자 감면 등 상생 지원도 계속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연말께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한국의 대출 시장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곧바로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대출자 입장에서 버틸 이유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움직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한은 고위 관계자는 “미 연준은 시장 기대와 무관하게 금리를 인상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연준에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태도는 언제나 리스크가 된다. 은행원들은 이런 이유로 신용대출은 줄일 필요가 있지만, 주담대 등 자산 가치가 큰 대출은 연체가 발생하지 않게 지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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