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연구원이 보험업계에 던진 '절판마케팅 쓴소리'[보험톡톡]
"절판 행위로 보험업계 유동성 리스크 커져" 지적
성과주의 보험사·수수료 급급한 설계사...절판마케팅 근절 쉽지 않아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절판마케팅, 결국 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것.”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보험업계에 쓴소리를 던졌다. 최근 보험업계에 닥친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보험사들의 절판마케팅을 지적하며 자제를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보험영업에 있어 철저한 성과주의를 지향하는 보험사들이 이 같은 영업방식을 바꿀지는 의문이다. 특히 설계사들은 미래보다 당장의 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어 절판마케팅은 국내 보험시장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리스크 키우는 절판마케팅...‘불완전판매’까지 야기
지난달 31일 안철경 원장은 올해 핵심연구과제를 발표하는 간담회 자리에서 절판마케팅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다. 올해는 보험시장 리스크관리와 건강성 회복차원에서 보험사들이 절판마케팅을 경계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그는 “유동성 위기가 닥친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금리인상과 절판마케팅”이라며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절판마케팅은 한국보험시장의 역사와 더불어 시행하고 있는 관행인데 장기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 결국은 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절판 뒤 시장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고(황폐해지고) 리스크만 돌아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연구원이 배포한 안 원장의 인사말 자료에는 절판마케팅 내용이 없다가 이후에 추가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세한 배경은 알기 어렵지만 안 원장이 ‘절판마케팅 리스크’ 메시지를 보험업계에 꼭 전달하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래 안 원장이 당국이나 업계에 하고싶은 이야기는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동성 위기에서 봤듯 보험업계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말길’ 바라는 조언인 셈이다.
절판마케팅은 통상 담보 변경이나 예정이율 조정으로 보험료 인상, 비과세 요건 등 법적 제도가 바뀌기 전 설계사들이 고객들에게 지금이 보험 가입 적기’라고 광고하며 영업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정 시기부터 예정이율 조정, 제도 변경 등으로 보험료가 오르거나 ‘OO담보’가 사라지니 그 전에 꼭 상품에 가입하라는 얘기다.
문제는 절판마케팅 이후다. 안 원장이 지적한 유동성 위기와 관련된 절판마케팅 사례는 2012년 판매된 저축보험을 말한다. 당시 저축보험 비과세 한도가 2억원 이하로 낮아진다고 예고되자 절판마케팅 열풍이 불었다. 이때 가입한 가입자들의 저축보험 만기 10년이 지난해에 도래했고 갑자기 수조원의 보험금이 지급되자 유동성 위기가 온 것이다.
2017년에도 소득세법 개정 이슈가 있어 저축성보험 비과세 한도가 1억원으로 줄었다. 이때도 절판마케팅이 진행됐고 올해 5년 만기가 도래한 보험금이 적지 않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절판 뒤 시장이 황폐해진다는 표현은 이런 이유로 나온 셈이다.
또한 절판마케팅은 보험업계 리스크를 키우는 것 외에도 금융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이상적인 영업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절판마케팅 사례를 보면 올해 1월 운전자보험 자동차부상치료비 특약 개정 전 지난해 설계사들이 대거 판매에 나선 바 있다. 2020년엔 금융당국이 무해지환급형 상품 구조 변경을 보험사에 지시하자 영업일선에서 이 상품 개정 전 절판 행위가 급증하기도 했다. 또 2021년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전 절판 행위도 늘어난 사례가 있다.
의료기관이 절판마케팅에 나서는 방식도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실손보험금 과잉진료 지급 기준 개선 움직임을 보이자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백내장 수술을 집중 권장해 보험금이 급등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절판 시기가 다가오면 각 지점 교육을 통해 영업을 강하게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를 내야하는 일부 설계사들이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제도변경이나 보험료 조정 등의 내용을 다소 부풀려 광고하는 사례가 나올 수있다. 또한 고객이 원하지 않는 ‘다른 상품 끼워팔기’로 민원이 생기기도 한다. 한 대형사 소속 설계사는 “절판 시기에는 설계사별 실적 푸쉬도 더 강하게 들어온다”며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영업하는 설계사들이 나올 수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내용을 부풀리는 형식의 절판마케팅 근절에 나서왔다. 지난해에는 장기보장성보험 절판으로 보험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다.
최근 계약과정에서의 상세한 설명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절판마케팅이 근절되나 싶었지만 근본적으로 영업현장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일어나는 모든 계약을 당국이 들여다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정보제공 차원에서 보면 절판 행위를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무리한 영업은 근절돼야 한다”며 “과도한 절판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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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보험업계에 쓴소리를 던졌다. 최근 보험업계에 닥친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보험사들의 절판마케팅을 지적하며 자제를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보험영업에 있어 철저한 성과주의를 지향하는 보험사들이 이 같은 영업방식을 바꿀지는 의문이다. 특히 설계사들은 미래보다 당장의 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어 절판마케팅은 국내 보험시장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리스크 키우는 절판마케팅...‘불완전판매’까지 야기
지난달 31일 안철경 원장은 올해 핵심연구과제를 발표하는 간담회 자리에서 절판마케팅에 관한 내용을 언급했다. 올해는 보험시장 리스크관리와 건강성 회복차원에서 보험사들이 절판마케팅을 경계해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그는 “유동성 위기가 닥친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금리인상과 절판마케팅”이라며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절판마케팅은 한국보험시장의 역사와 더불어 시행하고 있는 관행인데 장기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 결국은 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절판 뒤 시장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고(황폐해지고) 리스크만 돌아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연구원이 배포한 안 원장의 인사말 자료에는 절판마케팅 내용이 없다가 이후에 추가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세한 배경은 알기 어렵지만 안 원장이 ‘절판마케팅 리스크’ 메시지를 보험업계에 꼭 전달하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래 안 원장이 당국이나 업계에 하고싶은 이야기는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동성 위기에서 봤듯 보험업계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말길’ 바라는 조언인 셈이다.
절판마케팅은 통상 담보 변경이나 예정이율 조정으로 보험료 인상, 비과세 요건 등 법적 제도가 바뀌기 전 설계사들이 고객들에게 지금이 보험 가입 적기’라고 광고하며 영업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정 시기부터 예정이율 조정, 제도 변경 등으로 보험료가 오르거나 ‘OO담보’가 사라지니 그 전에 꼭 상품에 가입하라는 얘기다.
문제는 절판마케팅 이후다. 안 원장이 지적한 유동성 위기와 관련된 절판마케팅 사례는 2012년 판매된 저축보험을 말한다. 당시 저축보험 비과세 한도가 2억원 이하로 낮아진다고 예고되자 절판마케팅 열풍이 불었다. 이때 가입한 가입자들의 저축보험 만기 10년이 지난해에 도래했고 갑자기 수조원의 보험금이 지급되자 유동성 위기가 온 것이다.
2017년에도 소득세법 개정 이슈가 있어 저축성보험 비과세 한도가 1억원으로 줄었다. 이때도 절판마케팅이 진행됐고 올해 5년 만기가 도래한 보험금이 적지 않게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절판 뒤 시장이 황폐해진다는 표현은 이런 이유로 나온 셈이다.
또한 절판마케팅은 보험업계 리스크를 키우는 것 외에도 금융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이상적인 영업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절판마케팅 사례를 보면 올해 1월 운전자보험 자동차부상치료비 특약 개정 전 지난해 설계사들이 대거 판매에 나선 바 있다. 2020년엔 금융당국이 무해지환급형 상품 구조 변경을 보험사에 지시하자 영업일선에서 이 상품 개정 전 절판 행위가 급증하기도 했다. 또 2021년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전 절판 행위도 늘어난 사례가 있다.
의료기관이 절판마케팅에 나서는 방식도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실손보험금 과잉진료 지급 기준 개선 움직임을 보이자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백내장 수술을 집중 권장해 보험금이 급등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절판 시기가 다가오면 각 지점 교육을 통해 영업을 강하게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를 내야하는 일부 설계사들이 이 과정에서 고객에게 제도변경이나 보험료 조정 등의 내용을 다소 부풀려 광고하는 사례가 나올 수있다. 또한 고객이 원하지 않는 ‘다른 상품 끼워팔기’로 민원이 생기기도 한다. 한 대형사 소속 설계사는 “절판 시기에는 설계사별 실적 푸쉬도 더 강하게 들어온다”며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영업하는 설계사들이 나올 수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내용을 부풀리는 형식의 절판마케팅 근절에 나서왔다. 지난해에는 장기보장성보험 절판으로 보험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다.
최근 계약과정에서의 상세한 설명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절판마케팅이 근절되나 싶었지만 근본적으로 영업현장에서 개인 대 개인으로 일어나는 모든 계약을 당국이 들여다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정보제공 차원에서 보면 절판 행위를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무리한 영업은 근절돼야 한다”며 “과도한 절판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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