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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토큰’ 아닌 ‘증권’에 방점 찍힌 이유 [허지은의 주스통]

금융위 가이드라인, ‘코인’ 아닌 ‘주식’처럼 규제
투자자 보호·제도권 편입 여부가 코인과의 차이점
“모든 조각투자, 토큰증권 명명은 한계” 지적도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그동안 조각투자, 증권화된 토큰, 증권형코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던 명칭은 '토큰 증권'으로 통일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지난 주말 금융당국은 토큰증권(Security Token, STO)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습니다. 앞으로 토큰증권으로 분류된 디지털 자산들은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의 조각투자 플랫폼이 생겨난 가운데 이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강력한 규율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도입니다. 

기존 토큰증권을 부르던 명칭은 다양했습니다. 가장 널리 쓰이던 이름은 ‘증권형 코인’인데요. 금융당국이 토큰증권의 공식 명칭으로 비트코인·이더리움같은 ‘코인(가상자산)’이 아닌 ‘토큰’을 적용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전문가들은 토큰증권은 ‘증권’으로서 강력한 규제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아무 규제 없는 코인 시장과의 차별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토큰증권, 이름에서 개념을 알자

토큰증권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명백한 ‘증권’입니다. 실물 증권과 전자 증권에 이어 토큰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행되는 증권이라는 의미에서 토큰증권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증권은 발행 형태와 무관하게 자본시장법상 규율 대상이 됩니다. 어떤 형태를 하고 있든지 투자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공시, 인·허가 제도, 불공정 거래 금지 등 모든 증권 규제가 적용됩니다.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던 조각투자, 증권형 코인들은 어땠을까요? 이들은 증권이 아닌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됐습니다. 따라서 자본시장법상 증권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죠. 각 조각투자 플랫폼에서 각자의 유통은 가능했지만, 이때 이뤄지는 유통 내역은 자본시장법상 유통에 대한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아 제도권 내에서의 거래는 아니었습니다. 

조각투자는 초기 자금이 부족한 소액 투자자들에게 각광받던 서비스입니다. 큰 돈을 들여야 하는 부동산은 물론 미술품, 저작권, 명품까지 소액 단위로 쪼개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도 재테크가 가능했습니다. 국내에서도 뮤직카우(음악저작권), 카사·펀블·소유(부동산), 펀더풀(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조각투자들이 사실상 증권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가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Rollin)’의 경우 뮤직카우에 2만원대에 상장했으나 상장 9개월만에 역주행(발매 후 재조명 돼 순위가 급등하는 것)에 성공하면서 130만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뮤직카우에서 롤린의 저각권료 참여청구권을 구매한 이들은 주식과 같은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뮤직카우의 경우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1주 단위로 음악 저작권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 가격이 상승하면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이었죠. 금융당국이 지난해 뮤직카우가 ‘무인가 영업’을 했다며 제재 대상에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여러 투자자에게 돈을 받은 뒤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이 주식 거래와 같다고 판단한 겁니다. 

토큰증권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

금융당국이 토큰증권이라는 새로운 명칭과 함께 규율 체계를 내놓은 의도는 분명합니다. 바로 투자자 보호 때문이죠. 앞서 말했듯 토큰증권으로 분류된 디지털 자산들은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아무런 규제 없이 거래되던 가상자산(암호화폐)은 물론 거래가 활발하지 못 했던 비상장 주식들도 토큰형으로 발행된다면 제도권 하에서 안전하게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 측은 “토큰증권의 형태로 다양한 권리를 발행·유통하려는 시장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그간 규율 공백과 신기술의 편의성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해 온 관련 사업자들이 제도권인 증권 영역까지 진출하려는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 시장의 질서를 잡아가는 한 과정으로 이번 규제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토큰증권은 향후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도 거래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주요 증권사들은 토큰증권을 주식처럼 MTS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플랫폼 개발 경쟁에 이미 뛰어들었습니다.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연내 토큰증권 거래 지원에 나설 예정이며 SK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과 협업 중입니다. 대신증권은 아예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죠. 

다만 모든 형태의 조각투자를 토큰증권으로 명명하기엔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에서 현재 거래되는 디지털 자산 중 증권의 비중이 얼마냐는 질문에 “디지털자산이 증권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계약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개별적으로 검토할 사항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며 답변을 보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조각투자는 제도권 밖에서 여전히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에 남아있을 전망입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암호화폐공개(ICO)와 달리 토큰증권은 법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가상자산과 비교했을 때 제한된 투자상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다만 국내는 제도권 하의 금융기관과 함께 시장이 구성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토큰증권에 대한 접근성은 더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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