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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포스코홀딩스‧기업은행‧현대모비스…내실 챙기고 미래가치 인정 받았다

[한국 경제 비밀병기 111 클럽 대공개]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조사
10년 연속 시총1조‧영업익 1조‧고용 1000명 기업 단 4곳
SK하이닉스,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LG화학, LG엔솔 떼어내고도 영업이익 1조 웃돌아

이재용(왼쪽에서 두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8월 경기도 용인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Data lab)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10년간 연간 영업이익(별도기준) 1조원, 시가총액(시총) 1조원, 정규직 고용인원 1000명을 유지한 기업은 삼성전자‧포스코홀딩스‧기업은행‧현대모비스 4곳으로 집계됐다. 이른바 ‘111클럽’으로 불리는 이 기업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LG화학‧SK텔레콤이 10년 중 9차례, 기아‧삼성화재‧KT&G가 8번, 현대자동차가 7번씩 111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네이버‧SK이노베이션‧현대제철이 5차례, 롯데케미칼‧삼성생명(4회), 에쓰오일‧케이티(KT)‧SK(3회), 미래에셋증권‧대한항공‧롯데쇼핑(2회), 금호석유화학(1회) 등이 111클럽에 포함됐다. 10년간 단 한 번이라도 111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총 34곳으로 집계됐다. 

대개 기업을 분석할 때 영업이익은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영업이익은 매출총액에서 매출원가와 판매비, 일반관리비를 뺀 것을 말하는 데, 기업의 주된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이익으로 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말 기준 71개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2738곳에 달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과 그 계열사 2700여 곳 가운데, 2021년 기준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이상 벌어들인 기업은 50여 개에 불과했다. 영업활동으로만 연간 1조원을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영업이익이 기업의 현재 가치를 나타낸다면 시총은 주식 투자자가 생각하는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2023년 1월 말 기준 시총 1조원을 넘긴 기업은 246곳이었다. ‘111클럽’은 영업이익과 시총뿐 아니라 고용창출 효과를 나타내는 ‘정규직 1000명 이상 고용’ 조건까지 충족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해당 기업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2012~2021년, 10년 연속 111클럽에 이름을 올린 4개 기업에서 낸 법인세 규모는 69조1961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53조1514억원을 냈고 포스코홀딩스(6조8435억원), 현대모비스(5조1585억원), 기업은행(4조415억원) 순으로 법인세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연속 111클럽 단 4곳 

대표기업은 단연 삼성전자가 거론된다. 2021년 기준 시총은 약 467조원, 영업이익은 31조9931억원을 기록했다. 시총 기준 2~9위 기업의 시총 총합이 322조원에 불과했다. 당시 2위인 SK하이닉스 시총은 95조원, 네이버(3위)는 62조원, LG화학(43조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비교해도 삼성전자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다. 2021년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99조7447억원, 2~9위 기업의 매출액 총합은 230조5489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31조9931억원, 2~9위 기업의 영업이익 총합은 약 41조원이었다. 삼성전자 한 곳의 실적이 상위 10대 기업을 합친 것과 비슷한 셈이다. 고용면에서도 삼성전자가 11만3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아(3만5000명), SK하이닉스(3만명)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0년 연속 111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포스코홀딩스가 선두를 지킨 가운데 기업은행‧현대모비스가 순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홀딩스는 2012년 기준 영업이익이 2조 7895억원으로 2조원 수준이었는데, 2018년 3조8093억원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6조6495억원을 벌어들이며 실적에서 앞서나갔다. 현대모비스와 기업은행의 초반 경쟁에서 현대모비스가 우세했지만 2017년 이후 기업은행의 영업이익이 대폭 늘면서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기업은행 영업이익이 2조7241억원, 현대모비스는 1조3583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시총 부문에서는 현대모비스가 다른 두 기업을 압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기준 현대모비스 시총은 24조688억원, 포스코홀딩스는 23조9327억원, 기업은행은 7조6662억원으로 조사됐다. 실적과는 별개로 주식 투자자들이 현대모비스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 문제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기아가 17.42%,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7.19%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0.32%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정의선 회장이 현대모비스 주식을 더 많이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당수 주식 투자자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현대모비스의 미래가치를 높게 본다는 것이다. 

적자 내던 하이닉스, SK 인수 후 '훨훨'

SK하이닉스‧LG화학‧SK텔레콤도 10년 중 9차례나 111클럽 조건을 충족한 핵심 기업으로 거론된다. 이들 기업 모두 10년 연속 시가총액과 고용인원 부문에서 조건을 채웠지만, 특정 연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2012년 당시 영업손실이 6162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하이닉스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에서 SK텔레콤으로 바뀌면서 SK하이닉스가 됐다. 이후 반도체 산업이 살아나고 SK하이닉스가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SK의 핵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21년기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12조183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기준 26조1353억원이던 시총은 2021년 95조3683억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4월 공정위가 발표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자산 기준 SK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3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는데, SK하이닉스 덕분이다. SK그룹 자산은 291조9690억원으로 현대차그룹(257조8450억원)을 넘어섰다. 2004년 재계 5위에서 2005년 3위가 된 지 17년 만에 2위로 올라선 것이다. SK가 재계 순위에서 현대차를 제친 것은 18년 만이다. 당시 SK그룹은 1년 전보다 자산이 52조4390억원 늘었는데, 이 가운데 20조9000억원은 반도체가 이끌었다. SK는 반도체 매출 증가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에 힘입어 규모를 키웠다.   

LG화학의 선전도 눈에 띈다. LG화학은 2012~2021년 가운데 2019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면서 111클럽 10년 연속 가입 기록을 쓰지 못했다. 당시 LG화학의 영업이익은 6241억원이었다. 하지만 2020년 9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을 물적분할하고도 2년 연속 111클럽 조건을 충족했다는 점에서 LG화학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LG화학은 2021년 매출액 20조4710억원, 영업이익은 3조191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SK텔레콤은 2019년 95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11클럽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10년 동안 8번 111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으로는 기아‧삼성화재‧KT&G가 있었다. 이들 기업 모두 영업이익 1조원 조건을 채우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3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5번 이상 111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을 보면 현대차그룹의 성적이 좋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 기업이 5번 이상 111클럽 명단에 포함됐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이 명단에 포함됐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화재가 5회 이상 111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2012~2021년 111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 중 고용인원 부문만 비교하면 1위인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순위가 완전히 뒤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영업이익 기준 2위인 SK하이닉스는 고용인원 3만135명으로 기아(3만5501)에 미치지 못했다. HMM의 경우 당시 매출액 13조6645억원, 영업이익은 7조3568억원을 기록했지만, 고용인원은 1678명에 불과했다. 이 밖에 에쓰오일은 3154명, 미래에셋증권은 3809명, 네이버는 4678명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111클럽에 한 번이라도 포함된 기업 중 고용 인원 1만 명을 유지했던 기업은 18곳으로 파악됐다. ▶현대자동차(7만32명, 2019년) ▶LG전자(3만9745명, 2020년) ▶기아(3만 5675명, 2019년) ▶LG디스플레이(3만3335명, 2017년) ▶KT(3만2186명, 2012년) ▶SK하이닉스(3만135명, 2021년) ▶롯데쇼핑(2만6943명, 2013년) ▶한국조선해양(2만6255명, 2012년) 순으로 2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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