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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복원은 시행사 몫”…인천시‧LH ‘무책임 행정’에 표류하는 루원시티

[인천 루원시티 갈등] ②
민간업자에 학교용지를 상업용지로 팔고 학교 신설 책임도 넘겨
부동산 경기 악화에 시행사들 고육책 마련 중

2022년 9월 1일 오후 인천시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 공공복합용지 전경.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인천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의 학교용지 복원 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고 있다.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학교용지를 상업용지로 매각한 뒤 주민들의 학교 복원 요구가 빗발치자 부지를 매입한 민간시행사에게 학교 신설 책임을 돌리면서 사업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12일 부동산개발업계에 따르면 인천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은 중심상업 1·2·3·4용지와 상업3용지가 학교 지정 단계에서 멈춰 좀처럼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 준공을 마친 루원시티 아파트 8500여가구 입주는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학교가 들어설 부지를 지정하지 못한 상업용지들은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해 삽도 뜨지 못한 상황이다.

상업용지 매각 받은 사업자에 학교용지 마련 요구

해당 부지들은 풍파가 많았다. 앞서 LH는 2016년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지 인구계획을 약 1만2000가구에서 약 9500가구로 조정하고 기존 학교용지 3곳을 1곳으로 축소했다. 사업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등학교 부지로 정했던 상업3용지를 상업용도로 전환했고 고등학교로 계획했던 준주거6용지도 준주거용도로 개발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이후 LH는 2019년부터 중심상업용지들과 상업3용지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민간사업자들에게 매각했다. 중심상업1용지는 대우건설이, 중심상업2용지는 아테네주식회사, 중심상업3~4용지는 DS네트웍스가 각각 낙찰받았다. 상업3용지는 MNC 부동산개발회사가 매입했다. 이들 시행사는 매입한 부지에 고층 오피스텔 총 6500실을 공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LH가 학교부지를 상업용지로 매각하면서 학령 유발인구가 이전보다 훨씬 증가했다는 것이다. 루원시티는 1만가구 규모에 달하는 반면, 학교는 봉수초등학교 한 곳에 불과했다. 루원시티 수분양자들은 신설 학교 부지가 사라져 더 멀리 떨어진 학교에 배정되면서 학교 과밀현상이 일어나는 동시에 오피스텔 난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시는 2021년 8월 루원시티 상업3용지 일부에 초등학교 한 곳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상업용도로 토지 매각을 완료했고, 민간사업자들도 적법한 절차를 밟아 낙찰을 받았기 때문에 학교 용지 복원을 사업자들에게 행정적으로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300가구 이상 주택 건설사업에는 학교 관련 계획을 포함해야 했지만,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은 업무시설로 분류해 학교용지 조성·개발에 학교 수립 계획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용지 특례법이 2021년 6월부터 시행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새로운 학교용지 특례법에 따르면 300가구 규모 이상의 오피스텔 건설사업도 학령 인구 유발 시설로 들어가면서 민간사업자들이 중심상업용지와 상업용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학교 부지 확보가 필요하게 됐다.

2022년 3월 21일 오전 인천시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공사현장. [연합뉴스]


인천시와 LH는 당시 학교용지를 상업용지로 개발계획을 변경한 것은 적법했고, 매각 이후 학교용지 특례법이 시행된 것이므로 부지를 매입한 사업자가 건축 심의를 받으려면 학교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학교용지 특례법에 따르면 오피스텔을 짓고자 하는 민간 사업 시행자가 학교용지 확보해서 학교 설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민간 사업 시행자들이 서로 협의가 안 돼서 상업3용지 안에서 학교용지를 확보하는 것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시에서도 올해 12월 말 준공을 목표로 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LH 관계자는 “LH는 부지 매각이라든지 지구 단위 계획 결정을 담당하는 역할이고, 부지 건축 허가와 사업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학교를 지어야 하는 문제는 학령을 유발한 시행사들이 정리를 해야 한다”며 “주택사업자들이 서로 학교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서 교육청 허가를 받으면 LH가 토지 이용 계획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현재는 관여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업자들 “절차대로 매입했는데 일방적 책임 억울해”

하지만 부동산개발업계는 도시개발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게 부지를 판매한 것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인데, 절차대로 땅을 매입한 민간사업자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사업성을 확대하기 위해 상업용도로 변경해 민간사업자에게 경쟁을 붙여 매각한 뒤, 이제 와서 책임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실상 손해를 보겠지만 억울해도 민간사업자들끼리 각출해서 학교부지를 조성하라는 말 아니냐”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학교용지를 상업용지로 바꿔서 높은 가격에 매각했는데 학령 인구가 늘어나는 문제가 생겼으면 공공기관에서 해당 사업자로부터 다시 부지를 매입하는 등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책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개발사업을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갑질 행정을 하더라도 후한이 두려워 피해를 보는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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