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댕댕이·야옹이 사랑하지만”...펫보험 가입률 1%도 안되는 이유[보험톡톡]
펫보험 가입률 0.8%...고가 보험료 부담 느껴
동물병원 비용 천차만별...진료비 표준화 필요
우리는 살면서 대부분 보험 하나쯤은 가입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입한 보험상품이 내게 왜 필요한지, 어떤 보장을 담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알고 싶지 않아하는 것 아닐까요. 어려운 보험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보험업계 소식과 재테크 정보를 '라이트'하게 전달합니다.[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500만명에 육박한 상황이지만 펫보험(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보험업계에서는 선진국 대비 미약한 펫보험 가입 인프라와 함께 동물병원별 진료비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점 때문 시장이 커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진료비 부담 큰데도 ‘펫보험 NO’, 이유는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반려동물보험시장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0.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40%), 영국(25%), 노르웨이(14%), 미국(2.5%)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한국신용정보원이 내놓은 ‘반려동물보험 가입 현황과 보험금 지급 분석’ 보고서에서도 가입률은 0.4% 수준에 그쳤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인구는 1448만명이지만 펫보험 가입자는 5만5000명에 불과하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인식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펫보험시장 규모는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 한국소비자연맹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동물병원 1회 평균 진료비는 8만4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에 2~3번 동물병원에 방문하면 수십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소비자연맹 설문 조사에서도 반려동물인구 82.9%는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인구들이 펫보험 선택을 망설이는 이유는 비교적 고가인 보험료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평균 월 보험료는 약 4만6000원이다. 대체로 상품 보험료는 월 3만~7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사람의 의료기관 비용을 보장하는 실손의료보험(4세대 상품・40세 남성 기준) 월 보험료가 1만원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진료비다. 월 5만원 수준의 보험료로는 괜찮은 암보험이나 건강보험 상품도 가입할 수 있다.
펫보험 상품 자체의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반려동물보험은 수술 및 입・통원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피부・구강・탈구질환이 기본계약으로 제공되는지 특약으로 보장되는지 여부를 제외하고는 차별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최근 보험사별 펫보험 상품은 과거와 달리 노견 가입이 허용되고 슬개골 탈구 보장이 확대되는 등 상품이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인구의 펫보험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것은 실제 동물병원 진료비 대비 펫보험 보장 만족도가 여전히 높지 않음을 의미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인구들은 보장이 제한적인 펫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월 적금이 낫다고 생각해왔다”며 “이러한 인식이 최근에도 크게 바뀌고 있지 않은 듯 하다”고 밝혔다.
진료비 표준화 시급...수의-보험업계 협의 필요
업계에서는 경쟁력있는 펫보험 상품이 등장하기 위해 국내 반려동물 관리 인프라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등록 및 표준화된 진료체계, 청구전산시스템 등 보험계약자・보험회사・동물병원 간 정보비대칭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펫보험 가입 시 개체 식별을 위해 꼭 필요한 반려동물의 내장형 등록률은 50% 수준에서 정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동물병원별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보험사 입장에서는 리스크 및 손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동물병원별로 중성화 수술비는 약 5배, 예방접종비용은 2~7.5배, 복부초음파・혈액검사 및 X-ray 관련 검사비용은 3.7~13.3배, 치과비용은 22~80배나 진료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 관계자는 “진료비가 표준화돼있지 않아 병원별로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라며 “결국 손해율이 높은 담보는 가입 요건에 제한을 두거나 보험료를 비교적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보험업계와 당국은 올해 동물병원 진료 관련, 표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미 수의사법을 개정했다. 올해 초부터 수의사가 2명 이상인 동물병원은 주요 진료항목 진료비를 게시해야하고, 수술 등 중대진료의 예상 진료비를 미리 고지해야 한다. 보험사들이 진료비를 미리 예상할 수 있으면 보다 다양한 담보를 담은 상품 출시도 가능하다. 예상 손해율을 가늠해 보험료 조정도 가능하다.
문제는 수의업계의 반발이다. 대한수의사회는 펫보험 활성화에는 찬성하지만 정부가 병원별 진료비에 개입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보험업계와 당국은 수의업계와 대화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일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이 병원에 큰 돈을 벌어다줬듯이 펫보험도 장기적으로는 동물병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선 소비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도 양측이 협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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