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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는 시작일 뿐?…공정위 총구 향한 플랫폼 ‘고단’ [기승전-플랫폼]

예상보다 강했던 카카오모빌리티 제재 수위
카카오 “‘소비자 편익’ 요소 무시한 공정위”
급하게 마련된 ‘플랫폼 심사지침’에 우려↑

‘사람 모인 곳에 돈이 돈다.’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시장 원칙’ 중 하나입니다. 숱한 사례와 경험으로 증명된 이 명료한 문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금에도 유효한 듯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스마트폰 등장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현실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갔고, 여전히 돈을 돌게하고 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의미하는 ‘플랫폼’은 ICT 시대를 마주하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가 도달하는 ‘종착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매력을 높여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으려는 플랫폼 기업의 생리를 ‘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당신이 머무는 종착역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T 이용 모습.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플랫폼 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총구가 자신들의 서비스로 향하고 있어서다.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당초 시장의 전망보다 강한 제재를 가하면서 규제 우려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257억원(잠정치)을 부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T의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했다고 봤다. 일반 호출의 경우, 가맹·비가맹 택시에 상관없이 배차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스템을 조작해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일반 호출(콜)이 더 많이 가도록 우대했다고 봤다.

공정위는 또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한 결과가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증가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행위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행태라고 규정, 이를 해결하라는 취지의 시정명령도 내렸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일반 호출 중개 건수 점유율은 2021년 기준 94.46% 수준이다.

공정위, 플랫폼 제재 강화로 방향 잡았나

플랫폼 기업들은 공정위의 이번 카카오모빌리티 제재가 향후 규제의 시행 정도를 나타내는 ‘이정표’로 여기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시행을 발표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제재는 해당 내용이 현실에 적용된 첫 사례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14일 카카오모빌리티 제재 관련 브리핑에서 “심사지침은 올해 1월 시행됐고, 카카오빌리티 심사보고서는 지난해 4월 상정돼 직접적으로 원용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도 “심사지침에서 주요하게 설명됐던 지점들이 쟁점이 돼 간접적으로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국장은 쟁점 사안으로는 ▲플랫폼 다면적 특성 ▲네트워크 효과 ▲자사 우대 행위의 지배력 전이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 효과 간 비교형량 등을 꼽았다.

심사지침은 기존 법률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마련을 위해 제정됐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해당 지침을 얼마나 현실에 적용하는 지가 규제의 정도를 정하는 구조인 셈이다.

공정위가 당초 전망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강한 제재를 가하면서 이 같은 규제가 ‘사업 혁신의 저해 지점’으로 작용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가 회사의 입장을 무시하는 듯한 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심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자사 시스템으로 인한 소비자 편익 증대를 확인했음에도 이를 반영치 않고 제재 수위를 정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문제로 삼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배차 알고리즘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I가 가장 적합한 기사 1명에 먼저 호출을 전달한 뒤 매칭이 되지 않으면 거리에 따라 일괄적으로 호출이 전달되는 식으로 알고리즘이 짜여있다. 회사는 택시 업계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단거리 승차 거부’와 ‘승차난 문제’를 해소를 위해 호출 수락율을 적용,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통해 승차 거부 문제와 승객의 대기 시간 감축 등 소비자 편익이 증대됐으나, 공정위가 일부 택시 사업자의 입장만을 반영해 제재 수위를 과도하게 정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제재를 내용을 대외에 공개 방법도 ‘플랫폼 규제 확대’의 우려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17쪽 분량의 제재 발표 자료에 이례적으로 강한 단어를 사용해 사안을 서술했다. ‘은밀히 조작·치밀하게 준비·압도적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의 표현이 담겼다. 또 통상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임직원 대화 내용이나 내부 자료 일부도 포함됐다. ‘ㅋㅋ, ㅎㅎ’ 등의 대화 표현을 고스란히 옮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자료 일부.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필요 이상의 내용을 대외에 공개할 정도로 플랫폼 규제 강화에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공정위가 심의 과정에서 이용자 편익 증가를 확인했음에도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대화 내용 등을 공개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소비자들이 택시 업계에 많은 불만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해명에 여론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며 “공정위가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 이례적인 선택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제재가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취임한 뒤 이뤄진 첫 플랫폼 제재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그간 ‘자율 규제’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가 한 위원장의 취임과 함께 변경됐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22년 9월 취임한 뒤 ‘독과점 차단’을 강조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한 위원장은 취임 후 특히 ‘디지털 경제 생태계’의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해왔다”며 “카카오모빌리티 제재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을 통해 긍정적 요인도 무시한 채 ‘덮어놓고 때리기’ 식의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어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먹통’ 후 급하게 제정된 ‘심사지침’

카카오모빌리티 제재와 함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은 지난 1월 12일부터 시행됐다. 공정위는 이를 온라인 플랫폼이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했는지를 심사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심사지침 마련은 지난해 10월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IDC)에 불이 나면서 카카오가 제공 중인 대다수의 서비스가 ‘먹통’이 된 사고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멈추고 결제 등 금융 서비스도 장애를 일으키자, 정부는 이 사고를 ‘재난’으로 분류해 대응하기도 했다. 당시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의 독과점 문제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목된 바 있다.

공정위가 해당 심사지침 마련을 위한 논의 진행 일정도 데이터센터 화재 후로 집중된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실시 후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논의(2022년 12월) ▲관계부처 간담회(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이해관계자 간담회(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등을 진행했다. 학계·국회 세미나·토론회 일부를 2022년 6월부터 진행한 점을 제외하면 제정 논의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후에 이뤄졌다. 약 3개월 간 논의 후에 심사지침이 마련된 셈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정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심사지침에 플랫폼 기업 ‘벌벌’

공정위 측은 심사지침 발표 당시 “규제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법 집행 사례 등을 토대로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필요한 고려 요소를 규정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쏠림효과(Tipping Effect) 등 경쟁제한 우려와 함께 소비자 편익 증진·혁신 촉진 등 친경쟁적 효과도 균형 있게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특성을 ▲교차 네트워크 효과(한 플랫폼 이용자 수 증가가 다른 집단의 편익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 ▲규모의 경제(이용자 수 증가에 따른 평균 비용 감소) ▲데이터의 중요성(사업자의 데이터 수집·보유·활용 능력이 경쟁력 결정) 등으로 보고, 이를 반영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이 이 같은 특성을 지녀 ‘쏠림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고, 독과점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른 부정적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주요 행위’도 규정했다. ▲멀티호밍(자사 이용자가 경쟁 플랫폼으로 이용하는 일 방해) 제한 ▲최혜대우 요구(자사 거래조건을 다른 채널 대비 동하거나 유리하게 적용토록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겠단 취지다.
네이버(왼쪽)와 카카오 로고. [사진 각 사]

공정위는 또 심사지침 내 플랫폼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라도 지배적 지위 남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자 간 가치의 교환(거래)이 발생한다면 시장을 획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해당 서비스의 예로 ‘광고 서비스’를 들었다. 광고노출 또는 개인정보 수집이 증가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를 관련 시장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접근이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심사지침에 ‘플랫폼 특성’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정말 특성을 이해하고 지침을 제정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광고 등의 수익을 올리는 것은 ‘서비스 연속성’을 위한 일이라 독과점으로 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온플법)’ 제정을 논의하는 등 심사지침에 이어 규제가 지속 확대될 조짐을 보여 사업을 꾸려가기 쉽지 않다”며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를 모으는 플랫폼은 이용자 편익을 증대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지점을 무시하면서까지 제재를 가하는 점은 쉬이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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