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참 결정한 LG유플, 외풍에 흔들린 KT…SKT만 웃는 MWC
‘연임 포기’ 구현모 KT 대표, 간담회도 취소
디도스·개인정보 유출에 고개 숙인 LG유플
유영상 사장 지원사격 SKT, 대규모 전시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KT와 LG유플러스가 국제 무대에서 자신들의 경쟁력을 뽐낼 기회를 스스로 만든 문제로 인해 놓치게 됐다. 국내 현안에 발이 묶여 해외 전시회서의 활약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의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SK텔레콤·삼성전자 등 국내 약 130개 기업이 참가한다.
MWC는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국제무대서 자사 경쟁력을 뽐낼 기회로 꼽히는 행사다. 그러나 올해에는 상황이 여의찮다. KT와 LG유플러스 모두 국내서 발행한 현안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외풍 논란을 겪고 있는 KT는 수장 변경 절차가 한창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발생한 디도스(DDoS) 공격과 개인정보 유출 대응에 묶여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최근 연임 의사를 철회하고 사내 대표 선임 경선 후보자군에서 사퇴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MWC 2023에서 진행을 예정했던 구 대표의 기자간담회도 취소됐다. 구 대표가 사퇴를 결정하면서 업계 일각에선 KT가 또다시 ‘외풍’ 몸살을 앓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공개 경선에 참여하는 외부 인사 중 대다수가 여권과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당초 운영을 예고했던 단독 부스의 운영을 철회한 데 이어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의 MWC 2023 방문도 취소했다. 회사는 지난 1월 18만건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2월 조사에선 11만명의 이용자 정보가 추가로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만 5차례의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LG유플러스는 접속 장애의 원인이 디도스 공격에 따른 현상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 같은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MWC 방문 취소를 결정했다.
이통3사 모두 디지털 강조하는데…SKT만 ‘방긋’
이통3사는 최근 2~3년간 ‘탈(脫)통신’을 외치며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주요 사업 요소로 꼽히는 이유다. LG유플러스는 MWC 참가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사업적 기회를 스스로 자초한 문제로 축소하게 됐지만, KT는 외풍 논란으로 국제 교류의 기회를 흘려보내게 됐다. 국제 교류는 특히 수장의 리더십이 주요한 요소로 꼽힌다.
KT·LG유플러스와 달리 비교적 국내 현안에서 자유로운 SK텔레콤은 MWC 2023 내 핵심 전시장인 ‘피라 그란 비아’ 제3홀 중심부에 992㎡(약 300평) 규모의 대형 전시관을 마련한다. 회사 측은 “AI라는 혁신의 파도가 몰고 올 변화를 주제로 전시관을 꾸린다”며 “AI는 물론 도심항공교통(UAM)·6G 등 미래 선도 기술과 서비스를 소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국내 14개 스타트업과 진행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프로젝트도 별도 전시한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의 지원사격도 이어진다. 연임을 포기한 구 대표의 공백과, 현안 처리에 발이 묶인 황 대표 불참과 사뭇 대조된다. 유 사장은 160개국에서 약 1900개 기업이 참여하는 행사장을 직접 찾아 ‘AI 컴퍼니 전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유 사장은 “AI 컴퍼니로 도약하고 있는 SK텔레콤의 AI·메타버스·6G 등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전 세계에 선보일 것”이라며 “올해 MWC는 SKT의 핵심 서비스와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구 대표의 기자간담회 진행 취소와 별개로 전시관 운영에 주력할 방침이다. 회사는 ‘디지털 시대를 개척하는 디지털 전환(DX) 파트너 디지코 KT’를 주제로 전시관을 꾸리고 콘텐츠·AI·AI반도체·금융·배달로봇 등을 대거 소개한다.
LG유플러스는 실무진을 파견해 ICT 기술 동향을 살피는 정도로 올해 MWC에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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