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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료기기? 본질은 디지털 잔소리” [이코노 인터뷰]

[첫발 뗀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②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
개발 3년 만 품목허가…상용화는 4~5년 후
공황장애·경도인지장애로 치료 범위 확대
“M&A 최우선…사업부 인력 2배 늘릴 것”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는 2월 28일 오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오랜 고민을 풀어줄 것”이라고 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디지털 치료기기는 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세계 첫 디지털 치료기기가 나온 것은 2017년. 올해 국내 첫 디지털 치료기기를 허가한 우리나라보다 6년이 빠르다. 당시 허가받은 제품은 미국의 헬스케어 기업인 페어 테라퓨틱스의 중독장애 디지털 치료기기 ‘리셋’(reSET). 리셋은 출시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 대중적으로 쓰이진 않는다.

2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에임메드 본사에서 만난 임진환 대표는 “페어 테라퓨틱스는 주마다 다른 디지털 치료기기 관련 기준을 만족해야 했고, 의사들에게 개별적으로 영업도 해야 했다”며 “현지 보험사의 보장 영역(커버리지)이 (상용화의) 발목을 잡은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효과가 뛰어난 치료 방법이라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임 대표는 페어 테라퓨틱스와 다른 길을 가기 위해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생소한 개념을 의료진과 환자에게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가 된 자사의 제품 ‘솜즈’(Somzz)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은 물론, 산업 전체를 키우기 위해 치료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임 대표는 “솜즈가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가 돼 기쁘다”면서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새로운 형태의 치료 방법인 만큼, 의료진과 환자들이 갖게 될 디지털 치료기기의 첫인상이 중요해서다. 솜즈를 처방받으려는 환자들이 적정한 가격에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이 정해지고, 보험급여를 적용받는 문제도 남았다.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3년 만 허가

솜즈는 에임메드가 개발한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다. 불면증을 치료할 때 쓰이는 인지행동치료(CBT-I)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다. 인지행동치료는 약물치료보다 우선 권고되는 치료 방법이지만, 국내에서는 의료 환경의 한계로 약물치료의 하나인 수면제가 많이 쓰이고 있다. 에임메드는 수면제를 복용하고 싶지 않거나, 새로운 치료 방법을 원하는 불면증 환자들을 위해 솜즈를 개발했다.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자고 제안한 것은 현재 카카오헬스케어 상무로 자리를 옮긴 김수진 전 디지털 치료제 사업본부장이다. 에임메드는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던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2019년 디지털 치료제 사업부를 신설했다. 임 대표는 당시 사업부를 담당했던 임원이었고, 김 상무는 정신과 전문의로 에임메드에 합류했다.

임 대표와 김 상무가 처음부터 불면증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임 대표는 “2019년에 정신과 전문의인 김 상무와 약사, 심리학 석사 총 3명을 모아 사업부를 꾸렸다. 가장 먼저 만든 제품은 게임 형태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디지털 치료기기 ‘뉴로’(NUROW)다. 당시 김 상무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완성했다. 디지털 치료제라는 개념이 지금보다 더 생소할 때다.”

솜즈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건 정부의 디지털 치료기기 연구개발(R&D) 사업에 지원하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2020년 ‘디지털 마커 기반 맞춤형 디지털 치료제 개발’ 사업자를 공고했는데, 이 사업에 선정되면서 수면장애 디지털 치료기기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치료제 사업부를 확장한 것도 이쯤이다. 이 사업부는 질환 탐색부터 R&D, 임상, 인허가까지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난해 독립 부서로 분리했다. 연구원, 개발자를 충원했고, 인력도 15명으로 늘렸다.”

이후부턴 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에임메드는 2021년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의 개발을 마쳤다. 2022년에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확증임상을 마무리했다. 2020년부터 솜즈를 본격적으로 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발부터 인허가까지 3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했다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업부를 처음 만들었을 때 함께 했던 동료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 기존에 없던 치료기기를 만든다는 ‘막막함’이 이들의 등을 떠밀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임 대표가 끝까지 개발을 완주할 수 있던 이유는 ‘사람’이다. 임 대표는 “품목허가를 받고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함께 고생했던 직원들이다. 초기 멤버들이 제품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대부분 회사를 옮겼다. ‘앱이 약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팽배했고, 회사의 비전도 명확하지 못했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오랜 고민을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도 임 대표를 솜즈 개발에 매달리게 했다. 그가 20여 년 동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몸담으며 ‘풀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문제의 답을 디지털 치료기기가 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수많은 모바일 앱이 나와 있는데,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거나 대단한 매출을 내는 제품은 없다. 이런 제품들이 사실상 실패한 건 디지털 ‘잔소리’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돈을 내고 잔소리를 듣고 싶진 않다. 소비자들이 잔소리를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낼 의사(윌링 투 페이·willing-to-pay)가 낮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잔소리를 하고, 정부가 인허가도 내준 제품이다. 의사가 디지털 치료기기를 환자에게 처방하면, 환자는 의사의 처방을 이행해야 하고, 그 과정은 의사가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종사해온 사람들이 어려워했던 ‘지불 의사’라는 문제에 디지털 치료기기가 답을 준 셈”이라고 했다.

“1년 동안 실사용 데이터 1만명 확보할 것”

불면증 환자들이 당장 솜즈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급가격 산정을 비롯한 여러 절차가 남았다. 에임메드는 이르면 6월부터 일부 3차 의료기관에서 솜즈를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차 의료기관에 방문한 환자들은 11월부터 솜즈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고, 정식수가를 받기까진 4~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과정을 잘 거치려면, 많은 환자가 솜즈를 사용해 실사용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

임진환 에임메드 대표는 2월 28일 오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시니어 케어, 케어 센터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직원 수를 15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고, 상장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 신인섭 기자]

임 대표는 “수면장애클리닉 등과 협의해보니 한 달 10명의 환자에게 솜즈를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혁신의료기술은 1만명의 데이터를 보유하면 성공이라고 여겨진다. 이와 관련해 여러 기관에서 1년 동안 1만명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임 대표는 이번 품목허가를 동기부여 삼아 새로운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에도 돌입한다. 불면증처럼 많은 환자가 오랜 기간 약에 의존하고 있는 질환이 대상이다. 구체적으로는 공황장애와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는 “경도인지장애는 의학적(medical)인 영역이기 때문에 관련 연구 결과를 이미 확보한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1순위로 살펴보고 있다”며 “정신건강 관련 전문의가 디지털 치료제 사업부에 4월 합류하는 등 인재 영입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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