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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안방서 듣는 DMZ 강물…구글 기술로 ‘미지의 장소’ 걷다 [ET 체험기]

6·25 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비영리 온라인 전시
구글의 다양한 기술과 9개 기관 협력해 구현
일반인 방문 힘든 DMZ 지역 스트리트뷰로 공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서비스와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기도 고도화된 기능을 장착하고 소비자를 찾고 있죠. 정보기술(IT)은 변화하기 때문에 일상에 더욱 밀접해졌습니다. 일상을 파고든 IT, 변화가 익숙지 않은 당신을 대신해 이코노믹 트렌드(Economic Trend·ET)를 직접 체험합니다. IT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경제를 만들고 있는 ‘오늘의 ET’를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

구글은 국가보훈처와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국의 비무장지대’(Korea's Demilitarized Zone) 온라인 전시물을 공개했다. [사진 구글 아트 앤 컬처]

[이코노미스트 송재민 기자] “쏴아아…쏴아아…” 한탄강의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저벅저벅 강변을 걷는다. 문득 들려오는 새소리에 고개를 드니 깎아질 듯한 주상절리 절벽이 강줄기를 끼고 위엄을 자랑한다. 이내 바람이 풀들을 스치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너른 평야가 발 밑에 펼쳐져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종군기자가 마치 화채(Punch)를 담는 그릇(Bowl)처럼 움푹 파여 있다 해 이름 붙여진 지역, 펀치볼을 내려다볼 수 있는 둘레길에 와 있다.

70년간 보존된 생명의 땅 DMZ와 구글의 만남

대한민국의 최북단,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DMZ)엔 남북분단의 아픈 역사와 훼손되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3년 간의 전쟁 끝에 1953년 정전협정을 맺은 이후 남과 북은 의도치 않게 전쟁이 멈춘 자리에 그곳만의 고유한 생태계를 보존해왔다. 

군사분계선(휴전선)을 중심으로 남과 북으로 각각 2km씩 공간을 둔 DMZ 부근에는 5~20km 정도 민간인 통제 구역이 존재한다. 군사 시설의 보호와 보안 유지를 위해 군인이 아닌 민간인은 출입이 통제되는 지역이다. 통일전망대나 판문점, DMZ 박물관처럼 민간인 통제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지만 출입 신청서를 작성하고 관할 부대에 승인을 받으면 출입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러나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DMZ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구글 스트리트뷰를 통해 고층 습원이자 대한민국 람사르 습지 1호인 용늪을 직접 걸어보는 것 처럼 경험할 수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처 화면 녹화]

이 미지의 지역을 집에서도 핸드폰이나 노트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구글 ‘아트 앤 컬처’의 인터랙티브 온라인 전시를 통해서 DMZ를 직접 가 본 것처럼, 혹은 그보다 더 자세하게 둘러볼 수 있다. 

구글은 올해 6·25 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국가 보훈처와 손을 잡고 ‘한국의 비무장지대’ 온라인 전시를 공개했다. 구글은 전쟁기념관·국립수목원·유엔평화기념관 등 9개 파트너 기관과 3년간 협력한 결과물로 한국의 비무장지대를 역사·자연·예술의 관점에서 아카이브하고 공유했다. 

스트리트뷰·360도 전시·실제 사운드 효과 등 기술 접목

구글이 만든 통합 가상미술관 아트 앤 컬처에는 글로벌 빅테크 구글이 구축해온 정보기술(IT) 기술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의 ‘스트리트 뷰’ 기술을 접목해 DMZ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처럼 생생하게 현장을 느끼게 하기 위해선 수십억 장의 이미지를 결합하는 디지털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에 실제 해당 장소에서 나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줘 몰입감도 높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DMZ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을 소개해주는 콜렉션이다. 클릭 한 번으로 전시관에 입장하자 세계적인 멸종위기 동물이자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인 산양·수달·참수리·재두루미 등의 사진과 간략한 설명이 이어진다. 국립생태원에서 DMZ 내 설치한 무인생태조사 카메라에 담긴 우연히 찍힌 멸종위기생물들을 보다 보니 더 자세히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스크롤을 내려보니 국립생태원의 특별 기획 전시 ‘DMZ 생태이야기’로 이어졌다. 실제 열린 전시관을 가상 현실 속에 구현해 놓은 것으로 360도로 둘러보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유튜브로 연결시켜 영상을 보여주거나 별도의 앱을 깔아야 할 필요 없이 웹 사이트 화면 하나에서 모든 기술이 물 흐르듯 구현된다는 점에서 ‘기술’을 체험하는 것이 아닌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나의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해당 전시와 관련 있는 또다른 온라인 전시를 추천해줘 어떤 전시를 관람해야 하나 고민하고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6·25전쟁의 역사를 설명하다 관련 장소가 등장하면 스트리트뷰로 연결해 가볼 수 있다. 사진은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승일교다. [구글 아트 앤 컬처 화면 녹화]

6·25전쟁에 관한 역사적인 사실들도 간단한 퀴즈로 시작해 흥미를 끌게 한 후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이어졌다.  노동당사 건물이나 승일교 등 역사 속에 등장하는 장소는 스트리트뷰로 연결해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한국의 비무장지대’ 전시에는 약 60개의 온라인 전시들과 5000여점이 넘는 6·25전쟁과 DMZ 관련 자료들이 사용됐지만 이 같은 스토리와 기술, 예술의 연결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볼 수 있게 된다. 

구글이 DMZ에 주목한 것은 구글의 사명과도 연결된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6·25 전쟁 아카이브센터에서 열린 ‘어메이징 70, 구글 아트 앤 컬처 DMZ 글로벌 론칭·헌정 행사’에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구글의 사명은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해 모두가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구글 아트 앤 컬처의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비무장지대라는 지역적 특수성이 가져다주는 예술적인 영감과 문화유산을 세계 여러 사람들이 함께 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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