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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 부담…美 경제 3분기 둔화 우려 [이종우 증시 맥짚기]

美 초과저축 소진시 소비와 함께 둔화 전망
코스피 PER 12.5배…추가 상승 기대 어려워

3분기에 지금 가지고 있는 가계의 초과 저축이 소진되고 나면 소비가 점차 줄면서 미국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미국 국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 [사진 EPA=연합뉴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란 단어로 요약된다.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물가상승률 자체는 둔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당시 미국에선 노동시장의 초과 수요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고, 물가 상승률도 계속해서 떨어지는 등 모든 게 내려갔다. 강력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거란 예상이 나올 정도였는데,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세계경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좋지 않았다. 

2023년이 시작되면서 세상이 갑자기 바뀌었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열기를 되찾았는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고용과 1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핵심 소매판매가 대표 사례다. 재화 소비가 반등한 것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코로나에서 벗어나면서 둔화했던 재화, 특히 내구재 소비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하락세로 접어든 줄 알았던 중고차 가격 역시 반등했다. 

미국 경기가 이렇게 예상외의 확장을 계속하고 있는 건 초과 저축과 높은 고용 덕분이다. 작년 12월 미국 가계는 1조3000억 달러의 초과 저축을 달성했다. 사상 최고치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었지만 여전히 경기를 끌고 가기에는 충분한 금액이다. 초과 저축은 정부의 지원 등으로 가계가 자기 능력보다 많이 가지고 있는 저축이다. 소비에 사용하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돈으로, 지금도 이 돈이 소비되면서 경기 확장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고용 시장의 열기도 식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비농업 일자리가 시장 예상치의 3배에 달하는 51만7000개 증가했다.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4%로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으로 고용이 완만하게나마 억제되던 흐름이 한 순간에 뒤바뀐 것이다. 

리오프닝으로 인력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반면 인력공급은 2018년 이후 이어져 온 외국인 노동자 감소와 코로나로 노동시장에서 벗어난 고연령층이 아직 고용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미국의 낮은 실업률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음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의 확장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3분기, 미국 소비 줄어들 가능성 있어

미국 경제 확장의 주역인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난 1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세부적인 해석이나 계절조정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전월 대비 3% 가까운 소매판매 증가는 이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은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금리가 오르면 사람들이 물건을 덜 살거라 걱정한 것이다. 이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1월에 소매판매가 크게 늘자 연준의 긴축정책이 수요를 극단적으로 위축시키지 않을 거란 기대가 만들어졌다. 

소비지출은 가처분소득의 영향을 받는다. 2021년 이후 이전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가처분소득의 감소가 뚜렷해지자 소비지출이 감소했다. 팬데믹 초기에 정부가 지급했던 지원금의 절반이 이미 사용됐고, 남은 돈도 3분기 정도에 전부 소모될 걸로 보인다. 이는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행스럽게도 2021년 3월 3차 정부의 현금 지원금 지급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미국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다 작년 하반기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고, 물가가 정점을 지난 덕분이다. 이런 변화가 ‘정부 지원금 고갈=소비 위축’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상황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실질 소득은 우상향해 왔으며, 감소시기가 많지 않았다. 지난 1년반 동안의 감소는 현금 지원금에 의해 생겼던 왜곡요인이 사라지고 물가가 급등해 발생한 예외적인 현상이다. 이 상황이 마무리되고 가처분소득이 늘어난 현상이 특별한 일인가 생각된다. 최근 가처분소득 증가는 비정상적이었던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나타난 현상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최근 실질소득 증가를 수요 요인의 강화의 근거로 보면 안 된다. 

아직 실질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과거 평균에 비해 높지 않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의 실질 소득 증가가 소비를 특별히 더 촉진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3분기에 지금 가지고 있는 가계의 초과 저축이 소진되고 나면 소비가 점차 줄면서 미국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 PER 12.5배…코로나 초기와 맞먹어

주가를 판단할 때는 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다. 주식을 팔지 않고 평생 가지고 있을 경우 주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배당이 유일하다. 배당을 많이 주는 회사가 좋은 회사일 수밖에 없는데 배당을 많이 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익을 내야 한다. 그래서 이익이 많이 발생하는 회사는 주가가 오르게 된다. 

문제는 이익이 줄어들 때다. 이익 추정치 하락이 주가보다 월등히 빨라 어떤 주식도 살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가 너무 높아지기 때문인데 지금도 그런 상태다. 12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을 가지고 계산한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2.5배로 코로나가 막 발생했을 때와 맞먹는 수준이다. 

주가를 판단하는 이익만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다. 어떤 기간에는 이익보다 단순 주가가 더 큰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지금처럼 주가가 박스권에 묶여 있으면서,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움직였을 때가 특히 그렇다. 코스피가 박스권에 있을 때에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없다. 중소형주는 좀 덜하지만 대형주의 경우는 주가 상승이 곧바로 코스피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오르면 가격의 한계에 부딪치게 되고, 이후 다시 하락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주식이 고점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 그리고 바닥에서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만약 상승 폭이 다른 종목보다 크면 추가 수익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한다. 이미 가격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시장을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주식을 팔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쪽으로 움직이는 게 맞다.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외국인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건 가격 때문이다. 선뜻 주식을 사기에는 가격 높다. 이런 구조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대형주에도 적용된다. 코스피가 당분간 박스권내에 갇혀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에 비례해 단순 주가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다. 

주가를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접자니 1~2월달 상승이 아깝고, 추가 상승을 기대하자니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쪽으로든 조만간 판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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