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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물리학→경영·의약학…최상위 학과 40년 변천사 [임성호의 입시지계]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80·90년대 인문계 우수학생 법조·경제 분야 쏠림 현상
자연계 20위 중 16개 학과 모두 이공계·자연계열 학과
2000년들어 인문은 경영·경제, 자연은 의예과 싹쓸이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3 대입 종로학원 정시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입시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대학 최상위권 학과들은 최근 40년간에 걸쳐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인문, 자연계열 상위권 학과 순위에 따른 변화는 국내 산업별 경기 동향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고 이를 토대로 미래 산업변화에 따른 우수 인재가 모이는 상황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는 빅데이터가 되기도 한다. 물론 경제 상황 변화뿐 아니라 정책 변화에 따른 우수인재 흐름 또한 직접적인 상관관계일 수도 있다. 

로스쿨 도입 후 경영 인기…기계공학에 밀리던 의예과
로스쿨이 도입되기 이전까지 인문계 최상위 학과는 단연 법학과와 경제학과다. 인문계 우수 학생이 그만큼 법조 분야, 경제 분야에 집중적으로 쏠린 현상으로 해석된다. 종로학원, 종로학력평가연구소 집계 기준으로 1985년도 인문계 점수 전국 1위 학과는 서울대 법학과였고, 2위는 서울대 경제학과였다.

1990년, 1995년에도 모두 서울대 법학과와 서울대 경제학과가 1, 2위를 차지했다. 2000년도에는 1위 서울대 법학과, 2위 서울대 외교학과로 2위 자리가 변동됐다. 줄곧 2위를 차지했던 경제학과는 전국 5위권으로 내려앉았다. 

고소득과 높은 사회적 지위로 선망의 직업이던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 도입 후 과잉 공급 탓에 위상이 크게 낮아졌다. [제공 게티이미지] 
2009년에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2010년도 전국 인문계 1위는 서울대 경영학과, 2위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이 차지했다. 경제학과는 사회과학대학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경영학과 경제학과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2015년, 2020년, 2022년에서 현재까지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자연계열에서는 1985년도 전국 1위가 서울대 물리학과, 2위가 서울대 의학과, 3위가 서울대 전자공학과, 4위 서울대 제어계측학과, 5위가 미생물공학과 순이었다. 전국 상위 20개 학과 중 16개 학과가 모두 이공계, 자연계열 학과였다.

수의사들이 아픈 강아지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의학계열은 단 4곳에 불과했다. 서울대 의예과 2위, 연세대 의예과 11위, 서울대 치의예과 12위, 서울대 약학과 18위였다. 연세대 의예과, 서울대 치의예과가 서울대 기계공학, 서울대 항공학과, 무기재료공학과 등에 모두 밀리는 상황이었다. 

1990년에도 전국 1위 학과는 서울대 물리학과, 2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3위가 서울대 의예과였다. 1990년에도 전국 상위 20개 학과 중 의학계열은 4곳이었고, 서울대 의예과 3위, 연세대 의예과 전국 12위, 서울대 약학과 전국 19위, 서울대 치의예과 20위로 밀리기 시작했다. 

1995년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다. 전국 20개 상위 학과 중 11개 의약학 계열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의예과가 전국 1위로 부상했고, 서울대 약학과가 5위, 연세대 의예과가 8위로 순위가 뛰었다.

2000년에 들어와서는 의약학계열이 전국 상위 20개 학과 중 13개 학과고, 상위 1위에서 7위가 모두 의약학 계열이었다. 심지어 한의예과도 10위권 안에 진입해 경희대 한의예과가 6위로 급부상했다. 

IMF·글로벌 경제 위기 변수 영향…이공계열 전무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라는 큰 변화가 있었다. 2005년, 2010년 5년 단위 상황으로 볼 때도 전국 상위 20개 자연계 학과는 모두 의학계열이 차지했다. 이 사이에는 2008년 글로벌 세계 경제 위기라는 변수가 발생했다. 

2015년에는 전국 상위 20개 자연계 학과 중 서울대 수학교육학과가 15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가 18위로 다시 의약학 계열을 제치고 상위 20위권 학과에 재진입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상위 20개 학과에서 13위가 서울대 수리과학부, 14위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가 진입했다. 

전통 인공 무기안료 품질기준 연구 모습.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 [사진 연합뉴스] 

2022년도에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가 유일하게 15위에 랭크됐고, 나머지 19개 학과는 모두 의약학 계열이 차지했다. 종로학원은 2023학년도 입시의 전국 상위 20개 학과 모두를 의약학 계열로 예측할 정도로 현재 시점에서 상위 학과에 일반 이공계열이 전무한 현실이다. 

2022년 출생아 수는 25만명이 채 안되는 상황이다. 현재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약대의 전체 선발인원이 대략 7000명 정도다. 지난해 출생아 수 대비 비율로는 의약학계열 모집인원이 출생아 수의 3% 수준이다. 이 비율이 미래 의료산업분야에서 적정 비율인지에 대해서도 예리한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 정부의 반도체 집중 육성정책, 의대 정원 확대가 시도되는 상황에서 국가정책, 산업정책 전반에 걸쳐 고급인재의 발굴, 육성이라는 부분도 정밀한 각도에서 들여다보고 정책 수립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산업별 경기 상황 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향후 5년, 10년, 20년 후에는 또다시 상위권 학과의 순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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