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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구속에 대규모 화재까지…흔들리는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로 타이어 수십만본 소실
조현범 회장 구속…리더십 부재 불안

13일 오전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불로 인한 연기가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위기에 빠졌다.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로 생산 차질 등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조현범 회장이 구속되며 리더십 부재라는 불안 요소를 떠안게 된 한국타이어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계속되는 공장 화재로 몸살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는 15일 오전 8시께 완진(완전 진화)됐다. 지난 12일 오후 10시9분께 화재가 시작된 이후 58시간 만의 일이다.

이번 화재로 한국타이어 대전 2공장 8만6769㎡(제곱미터)와 물류동 3창고에 쌓여 있던 타이어 20~40만본(잠정치)이 불에 타 소실됐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대전공장의 가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한국타이어는 9년 전에도 대전공장 화재 사고로 수십억원의 손실을 본 바 있다. 지난 2014년 9월 30일 오후 8시55분께 대전공장 1공장 물류창고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로 대전 1공장 물류창고 4627㎡와 재고 18만본이 모두 불에 탔다. 당시 소방당국은 화재 사고로 인한 한국타이어 측의 피해 규모를 66억원으로 추산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이번 화재 사고 여파로 최소 수백억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회사 전체 생산량의 20%를 담당하는 주요 시설이다. 일평균 4만5000여본의 타이어를 생산하며 생산 물량의 65%가 해외로 수출된다. 나머지 35%는 국내 공급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재고 소실로 인한 매출 손실액은 최소 130억원이다. 이는 재고 소실분을 20만본으로 정하고, 단위 원가를 6만5000원으로 가정해 산출한 값이다. 피해 규모는 조사 결과에 따라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인한 21만본의 타이어가 소실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로 40만본 이상의 타이어가 소실됐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대전공장 생산중단에 따른 손실도 문제다. 대신증권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가동중단에 따라 하루 1만6000본, 생산 및 매출액 12억원의 손실(2공장 기준)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1, 2공장으로 구성된 대전공장 전체가 가동 및 배분에 차질을 빚을 경우 일매출 손실이 최대 32억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대전 1공장 재가동, 물량 배분, 보험 조건 등에 따라 이번 화재 사고로 인한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회사는 K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등을 통해 1조7031억원 규모의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지난 9일 구속된 한국타이어 회장 조현범. [연합뉴스]

회사는 위기인데...총수는 구속

이번 화재 사고로 인한 대전공장의 시설 피해 규모는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합동감식반이 현장 조사에 나섰지만, 일부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내부 진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이 화재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장 자체가 노후화됐고, 화재로 인한 시설 재정비 작업을 단기간에 마무리하기 어려운 탓이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대전공장은 1976년에 준공된 노후화 시설이다. 현장 점검 후 시설을 원상태로 돌리기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 속 리더의 부재는 한국타이어에 불안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9일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조현범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MKT)의 타이어 몰드를 비싼 값에 사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조 회장은 회삿돈 수십억원을 개인 집수리,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해 횡령 혐의도 받는다.

또한 현대자동차 협력사인 리한의 경영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회사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MKT 자금 약 130억원을 빌려줘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 검찰이 파악한 조 회장의 횡령 및 배임액 규모는 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한국타이어의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생긴 이익이 조 회장 등 총수일가에게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MKT의 지분 구조는 한국타이어 50.1%, 조 회장 29.9%,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20%다.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조 회장과 조 고문은 각각 65억원, 43억원이 배당금을 MKT로부터 받았다.

조현범 회장의 부재로 어깨가 무거워진 것은 한국타이어 이수일 대표다. 그는 이날(15일)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수일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지난 3월 12일 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지역 주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화재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지역 사회 피해 복구를 위한 모든 필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수일 대표는 또 “화재 수습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 당국에 협조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있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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