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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보험 포문 열고 ‘애니카’로 車보험 점령

[‘중꺾마’로 위기 극복…장신(長新) 기업을 찾아서] ④ -삼성화재
손보업계 최초 '1조 클럽' 가입, 실적도 결실
빅테크 침공 대비 '디지털' 공 들인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Data Lab)은 지난 2월 '111클럽' 기획을 발표한 바 있다. 데이터랩의 두 번째 기획은 국내 매출 상위 2000대 상장사 중 올해 기준으로 60년 전통을 가진 기업 177곳 중 (2021년 기준) 연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상위 10%의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다. 총 46곳의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은 한국경제의 주역들이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은 이 기업을 '장수(長壽) 기업' 대신 '장신(長新)' 기업이라 이름 붙였다. [편집자]

삼성화재 본사.[사진 삼성화재]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국내 보험업계에서 ‘삼성’ 브랜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은행이나 카드, 증권업에서는 여러 회사들이 엎치락 뒤치락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보험업에서는 삼성금융계열사들이 독주하고 있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걷어들인 보험료를 굴려 수익을 내는데 이때 회사가 굴리는 총자산이 곧 회사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삼성화재가 87조원,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316조원의 자산을 굴리며 2위권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 보험사 형제’들이 국내 보험시장을 장악한 셈이다.  

이 같은 삼성 계열 보험사들의 성장에는 이들 회사들이 지난 수십년간 보여온 노력이 자리한다. 특히 삼성화재는 무려 71년 간 업력을 쌓아오며 국내 손해보험 소비자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애니카’로 대표되는 자동차보험 사업에서는 지난 30년간 차별화된 전략과 경쟁력을 선보이며 국내 최고임을 입증했다.    


차별 서비스로 ‘1000만 고객’ 사로잡다

삼성화재의 모체는 지난 1952년 세워진 한국안보화재해상재보험이다. 이후 1958년 삼성그룹이 안국화재를 인수했고 안보화재와 합병절차를 거쳐 1963년 안국화재로 상호가 변경됐다. 상호명이 현재의 삼성화재로 바뀐 것은 1993년부터다.  

손보업계는 2000년대 이전, 자동차보험과 화재보험, 해상보험 등 ‘물건’ 중심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1999년부터 삼성화재가 보험업계 최초로 실손보험과 운전자보험, 통합건강보험 등을 선보이며 장기손해보험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삼성화재는 임신 실손 특약, 인터넷완결형 장기보험, 건강증진형 마이헬스 파트너 등 고객의 건강과 생활에 필요한 혁신적인 보험상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특히 건강증진 서비스 ‘애니핏’, 당뇨관리 서비스 ‘마이헬스노트’, 삼성화재 ‘애니포인트’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수가 크게 증가했다. 삼성화재의 고객 수는 2002년 500만명에서 2014년 800만명, 2019년 업계 최초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5명 중 1명은 삼성화재 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삼성화재의 ‘고객 편의성 확대’ 전략도 한 몫했다. 삼성화재는 1981년 보험금 지급업무 전산화를 실시한 데 이어 1986년에는 손보업계 최초로 자동차보험 신용카드 납부를 도입했다. 1989년에는 국내 최초로 심야보상 서비스센터를 개설해 24시간 운영체제를 가동했다. 최근에도 삼성화재는 고객패널제도, 고객권익보호위원회 및 소비자보호위원회 운영 등 고객 권익보호와 신뢰 제고를 위한 여러 활동을 실시 중이다.  

삼성화재 성장 배경의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자동차보험이다. 삼성화재는 1995년부터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려오다 2002년 론칭한 자동차보험 브랜드 ‘애니카’(Anycar)로 선두를 굳혔다.  

2001년 ‘보험가격 자유화’로 자동차보험 상품 차별화가 진행되자 삼성화재는 ‘애니카’를 통해 세대별 맞춤 상품, 고객 서비스 확충 등을 선보이며 고객에게 ‘삼성화재는 다르다’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365일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를 처음 도입한 것도 삼성화재다.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에서도 삼성화재는 독주 중이다.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2009년 인터넷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한 삼성화재는 오프라인 자동차보험에서 쌓은 경험과 차별화한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업계 진출 5년 만인 2004년, 처음으로 온라인 자동차보험 가입자 1위에 올랐다. 이후 지난해 기준, 국내 온라인 자동차보험 가입자 수에서 삼성화재는 최근 8년간 1위를 유지 중이다.

‘최대 실적’ 결실...보험업 넘어 미래로

삼성화재는 국내시장과 함께 해외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여왔다. 1996년 인도네시아 법인을 시작으로 해외진출 포문을 연 삼성화재는 2000년 들어 국내 보험사 중 최초로 중국 보험시장에 진출, 2001년에는 상하이에 지점을 열었고 2005년에는 단독 법인 설립에 성공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에 법인을 내며 시장을 확장 중이다. 특히 2020년에는 텐센트와 손을 잡고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같은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장기보험, 자동차보험 순항, 고객 서비스 확대 등으로 삼성화재는 실적 면에서도 결실을 맺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141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순익 1조원 돌파다. 손보사들 중 순익 ‘1조 클럽’에 가입한 회사는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보험영업손실 감소로 영업이익(1조6721억원)이 전년대비 7.9% 증가했고 원수보험료(매출)는 1.8% 늘어난 20조126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익성 개선과 외형 성장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71년 간 숨가쁘게 달려온 삼성화재의 미래 비전은 ‘보험업을 넘는 것’이다. 올 초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은 ‘Be the Future, Beyond Insurance’(보험을 넘어, 미래가 되다) 라는 새 비전을 선포했다. 새 비전은 기존 보험업의 테두리를 넘어 미래 지향점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해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 홍 사장은 기존 보험사업별로 탄탄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변화에 적극 대처해 속도감 있는 미래 준비를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이 본격화함에 따라 자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일 방침이다. 이 밖에 중국, 영국 등 해외시장 공략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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