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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입찰로 ‘면세업 판도’ 바뀌나… 신라·신세계·현대百 전략은 [계륵 면세점]②

‘불꽃 튀는’ 인천공항 면세점 품기 경쟁
‘신라 혁신·신세계 콘텐츠·현대 네트워크’ 강점으로 걸어
중복 입찰, 복수 추천 등 ‘변수’ 산적…“최악땐 모두 광탈”

‘업계 1위’에 군림하고 있는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 [CDFG 홈페이지 캡쳐]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인천국제공항 신규 면세사업권을 둘러싼 입찰 경쟁이 복수사업자 선정을 거쳐 본격화됐다. 이번 입찰에선 ‘세계 1위’ 타이틀로 존재감을 드러내던 중국국영면세그룹(CDFG)과 국내 1위 롯데면세점까지 연이어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상황은 재국면을 맞는 모양새다. 이에 CDFG의 자본력에 맞서 국내 대기업 면세점이 내세운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CDFG·롯데면세점 탈락 고배…포트폴리오 내민 3사

신라면세점이 아시아 3대 허브공항 면세점에 선보인 메타버스 콘텐츠(왼쪽), 롯데면세점이 전세계 면세점 중 최초로 2년 연속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 참가한 모습. [사진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신규 면세사업권 입찰엔 전체 7개 사업권의 입찰이 성립됐다. 사업권 구성은 일반 사업권 5개(63개 매장, 2만842㎡), 중소·중견 사업권 2개(총 14개 매장, 3280㎡) 등 총 7개로, 기존 터미널별로 나뉘어 있던 총 15개의 사업권(T1·9개, T2·6개)을 대폭 통합해 조정했다.

복수사업자 선정에서 DF1~4구역은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이, DF5는 신세계, 신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선정됐다. 예상보다 낮은 입찰 금액을 제시한 CDFG와 롯데면세점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롯데면세점은 신세계와 신라면세점에 비해 20% 가량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5구역 모두에 도전장을 던진 신라면세점은 글로벌 공항 운영 경험을 내세워 디지털 서비스 혁신을 강점으로 내걸고 있다. 지난 2014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운영권을 획득하면서 글로벌 면세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2017년 홍콩 첵랍콕국제공항까지 진출하면서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한 아시아 3대 허브공항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사업자로 발돋움했다는 설명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면세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뷰티클래스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메타버스 스튜디오 구축을 준비하는 등 메타버스 기술을 통한 디지털 서비스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구역을 놓고 신라면세점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콘텐츠 다양화를 내세웠다. 차별화된 체험형 콘텐츠를 통해 면세점 이용객에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공항을 복합문화시설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는 김경욱 인천공항 사장의 포부에 맞춰 전략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이 그동안에는 쇼핑만 하는 장소였다면, 이제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예술품 전시, 미디어 파사드 등 신세계그룹의 장점인 콘텐츠 개발 능력을 이번 면세점 입찰에 적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단 한 곳의 사업권에 집중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백화점·아울렛 등 유통 분야에서의 오랜 업력과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그룹의 강점인 백화점을 필두로 명품, 럭셔리 브랜드들과 협업할 수 있는 영업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고 말했다.

‘싹 바뀐’ 입찰 과정...‘당락’ 좌우할까

이번 인천국제공항 입찰에는 기존과 다른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중복 낙찰’을 막았다는 점이다. 해당 변화는 이번에 롯데백화점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 데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국제공항은 올해 초 모집과정에서부터 DF1·2 (향수·화장품·주류·담배), DF3·4(패션·액세서리), DF5(부티크)를 묶어, 그룹 내 중복 입찰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단적으로 말해, CDFG의 영향력을 차치하더라도 1·2, 5구역에 제안서를 넣은 롯데면세점과 5구역만을 선택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심사가 구역1부터 5까지 ‘순서대로’ 이뤄진다는 점도 변수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특정 사업자가 모든 구역에서 우위를 점했을지라도, 구역별로 제한이 걸려있는 상태에서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구역이 확정되기 때문에 경쟁조차 하지 못한 채 원하는 구역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인천공항공사가 입찰자를 평가해 단수로 관세청에 추천하는 방식 대신, 복수의 사업자를 관세청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변수다. 각 사업구역별 2개 이상의 사업자를 선정해, 구역별 최다득점자와 차점자가 관세청 특허 신청 심사를 받을 자격이 생기는 구조다. 즉 공항공사의 후보자 추천 명단이 발표된 이후에도 최종 낙찰자를 예상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각각의 면세점이 이미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놓은 상태라는 점에서, 사업계획서보다도 변수에 적절하게 대응한 사업자가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로부터 복수 사업자 명단을 넘겨받은 관세청은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300점) ▲운영인의 경영능력(200점)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등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한 기업활동(250점)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총 750점 만점을 500점으로 환산해 인천공항공사 평가 점수 500점과 합산한 뒤 최종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관세청은 특허심사를 거쳐 4월 말경 최종 낙찰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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