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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금주의 CEO]

반도체 적자 위기에 국내 300조원 투자 ‘결단’

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기업의 생존은 선택과 집중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최고경영자)의 역량이 기업의 희비와 직결되는 이유입니다. CEO의 결정은 기업을 살리는 약이 될 수도 기업을 죽이는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 주간 국내 CEO들의 선택을 들여다보고, 이목이 집중된 CEO를 소개합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엄중한 위기 상황에 국내에 3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한 경영인이 있습니다.

통상 위기에 처한 기업이 가장 먼저하는 일은 비용 감축입니다. 과거처럼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최대한 비용을 줄이는 것은 여전히 일반적입니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운영 효율 극대화’란 말로 포장합니다만, 실상은 비용 감축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초유의 위기 상황에 수백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결단한 경영인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주인공입니다. 

삼성이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 남사읍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불황에 긴축 경영이 아닌 대규모 신규 투자를 감행,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일 단지를 구축한다는 겁니다. 용인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삼성전자는 기흥·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까지 이른바 ‘반도체 삼각 편대’를 완성하게 됩니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직간접 생산 유발 효과 700조원, 고용 유발 효과 160만명 창출이 예상됩니다. 

삼성은 또한 전국에 위치한 계열사 사업장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합니다. 지역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함입니다.

충청권에 반도체 패키지 특화 단지, 첨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차세대 배터리 마더 팩토리 등을 조성합니다. 경상권에는 차세대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생산 거점, 글로벌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 거점을 육성하고, 호남권에는 스마트 가전제품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합니다. 이 외에도 삼성은 지역 상생 프로그램에 10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 수백조원 투자를 약속한 삼성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불황 여파에 실적 악화가 예상됩니다. 재고자산은 10조원 넘게 급증했고, 급기야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 증권사도 등장했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달 14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사업 영업손실 규모가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 역시 하락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달 15일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경영진을 향해 주가 하락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미국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핵심 산업의 패권을 쥐기 위해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자국 내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뿐 아니라 해외 기업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유치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죠. 우리 정부 역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에 공감한 삼성전자가 수백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를 확정한 셈이죠. 재계에선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를 두고 “이재용 회장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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