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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빗방울에도 開花…쉼 없이 뛰는 포스코 ‘심장’ [가봤어요]

여의도 면적 3배 물에 잠겼지만…135일 만에 정상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 포스코]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정상 가동 중인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확인하기 위해 3월 23일 방문한 포항엔 다소 거센 비바람이 내리쳤다. 포항 지역을 적시던 빗방울 사이로 포스코홀딩스의 본점 소재지 포항 이전을 환영하는 현수막과 개화(開花)한 벚꽃이 눈에 들어왔다. 쏟아지는 빗방울 속 피어 있는 벚꽃은 조기 복구가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를 말끔히 씻고 135일 만에 정상 가동에 돌입한 포항제철소와 묘하게 닮아 있었다.

포스코 내부에서조차 6개월 가동 중단을 고려했던 지상 1m 넘게 물에 잠긴 포항제철소는 수해 복구를 끝내고 쉼 없이 움직였다. 50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를 동반한 제11호 태풍 ‘힌남노’도 포항 경제 중심이자 포스코의 ‘심장’인 포항제철소의 ‘개화’를 막지 못했다. 

진짜 기적 맞나요?…“다른 나라였다면 닫았다”

천시열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최근 포항제철소를 방문한 필립 엥글린 WSD(철강 분석 기관) CEO(최고경영자)가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에 대해 ‘다른 나라였다면 회사(포항제철소)를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천시열 부소장은 “여의도 면적 2.1m 높이의 물이 (포항제철소로) 들어왔다”며 “135일간 한 건의 중대 재해 없이 복구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수해 복구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안전관리가 미흡한 전기 시공업체 2곳은 복구 작업에서 배제됐다. 포항제철소 조기 정상화만을 목표하지 않고, 수해 복구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에도 중점을 둔 것이다. 

포스코 임직원을 비롯해 협력사, 시공사에 민관군 등 약 140만명이 수해 복구에 참여했다. 135일 만에 정상화된 포항제철소에는 140만명의 땀이 스며있었다. 천시열 부소장은 침수 당시 급박했던 복구 상황을 설명하면서 “전력 담당 직원들이 링거 투혼으로 3일 내내 복구에 나서 전력‧유틸리티를 복구했다”고 말했다. 사고 6일 만에 고로를 정상화한 포스코는 올해 1월 19일 도금공장과 스테인리스 1냉연공장을 재가동해 17개 모든 압연공장 복구를 완료했다. 같은 달 20일부터 정상 조업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 심경을 묻는 질문에 이현철 2열연공장 파트장은 “첫 번째 압연하고 하루 종일 울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침수 피해가 컸던 2열연공장은 수해 복구 100일 만에 정상화됐다.

일부에선 포항제철소 전체가 물에 잠긴 만큼, 정상 가동 이후 철강 제품 품질 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침수 피해 전보다 철강 제품에 관한 클레임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한다. 천시열 부소장은 “보통 고객사 클레임이 톤(t) 단위로 들어오는데 침수 복구 뒤에 들어온 클레임이 40㎏에 불과했다”며 “현재 계획한 생산량을 초과 달성하고 있고, 품질 부적합률은 침수 이전 수준으로 회복, 밀착 관리 중이다”고 밝혔다. 천 부소장은 “한 공장에 수천 개의 센서가 있어 간혹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6주 후 안정되는 게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이 정상 가동되는 모습. [사진 포스코]

135일의 死鬪…침수 상흔 ‘씻었다’

실제 포항제철소에서 침수 피해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강(선철 속 포함된 불순물을 제거하고 철의 함유량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공정에선 용기에 담긴 300톤가량의 쇳물이 3분 넘게 컨버터에 쏟아졌다. 1350℃에 달하는 쇳물이 폭포처럼 떨어지자 뜨끈한 열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포항제철소 2고로(高爐)에선 철제 바닥 아래서 흐르는 쇳물의 열(熱) 탓에 발바닥이 뜨거웠다. 철제 바닥 틈으로 쇳물이 뿜어내는 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2고로 운전실에선 수십 개의 화면에서 고로의 ‘건강’에 대한 각종 지표와 화면이 생중계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로에 투입되는 연‧원료뿐만 아니라 고로의 온도나 풍량(風量) 등을 스스로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한 것이다. 

수해 복구를 마치고 정상 가동 중인 2열연공장은 지난해 11월 방문했을 당시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바닥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괴어 있던 지하 8m의 2열연공장 유실(기름 방)에선 물기도 보이지 않았다. 침수로 얼룩진 모터 등 각종 설비도 깨끗이 복구됐고, 거뭇거뭇했던 철제 계단 등 구조물은 말끔히 도색됐다.

2열연공장에선 시뻘건 빛을 머금은 슬래브(철강 반제품)가 쉼 없이 움직였다. 냉각을 위한 고압의 물도 멈춤 없이 쏟아졌다. 지난해 9월 지상 1.5m까지 물에 잠겼던 2열연공장의 지하 8m의 현재는 이랬다. 더 이상 포항제철소에 침수 피해 상흔은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무심한 듯 엄중한 듯 쉼 없이 움직일 뿐이었다. 봄에 피는 벚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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